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속에 사는 소기관으로 ‘발전소’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세포가 활동하는데 필요한 화학 에너지를 공급해주기 때문이다. 이것 없이는 세포의 생존이 불가능하고 따라서 개체도 살아갈 수 없다.
이 소기관은 인체 내 다른 세포와 다른 특징을 하나 갖고 있다. 어머니의 미토콘드리아만 자식에게 유전된다는 점이다. 현재 모든 인류의 미토콘드리아는 그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이들 어머니도 그들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았고 계속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언젠가는 한 여성으로 귀착될 것이라는 주장이 70년대 이미 제기된 바 있다. ‘미토콘드리아 이브’라 불리는 이 가설은 지난 40년 동안 유전 공학이 발달하면서 가설 단계를 지나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이브의 짝으로 ‘Y 염색체 아담’이라는 것이 있다. 남녀 성별을 결정하는 Y 염색체는 아버지로부터만 유전된다. 이것도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면 어느 시점에서는 현존 인류의 공통 조상인 ‘Y 염색체 아담’으로 귀결되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들 아담과 이브가 지금으로부터 10~20만 년 전 동아프리카에서 살았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복잡한 연구를 제쳐놓더라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인류의 숫자가 줄어든다는 것은 상식이다. 계속 가다 보면 언젠가는 한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만 남게 되는 날에 이르게 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인류는 공통의 조상을 가졌고 다양한 인종과 피부색에도 불구, 유전학적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것은 전문가들 사이에는 상식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일반인들 사이에는 이런 사실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아직도 피부색과 인종으로 인간을 나누고 차별하는 일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00여 년 동안 미국인들은 인간이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되었다”는 ‘독립 선언서’를 쓴 토마스 제퍼슨은 노예를 해방하지 못했지만 “신이 정의롭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잠을 이룰 수 없다”고 고백했으며 ‘미국의 아버지’ 조지 워싱턴은 유언으로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노예를 전원 해방시켰다.
미국이 치른 다른 모든 전쟁보다 더 많은 희생자를 낸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노예를 해방시킨 에이브러험 링컨은 미국이 겪고 있는 참화를 흑인 노예들의 피땀으로 일군 부를 모두 쓸어버리려는 신의 뜻으로 해석했다. 연방 헌법을 고쳐 노예제를 폐지하고 이들에게 참정권을 부여한 뒤에도 흑인들에 대한 차별은 계속됐다. 이들이 법적으로 백인과 동등한 권리를 누리며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은 1965년 ‘투표권 법’이 제정되면서부터다.
그리고 이 법 통과에 결정적 계기를 마련해 준 것이 1965년 3월 7일 앨러바마 셀마에서 벌어진 평화 행진이다. 참정권 부여를 요구하며 셀마에서 주도 몽고메리로 가려던 시위대들은 에드먼드 피터스 다리에서 경찰의 무자비한 진압으로 흩어졌으며 시위대 중 한 명이 곤봉에 머리를 맞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이 사건이 벌어진 뒤 1주일 후 린든 존슨 대통령은 ‘투표권 법안’을 의회로 보내면서 “이 법이 통과된다 해도 싸움이 끝난 것은 아니다. 셀마에서 일어난 일은 미국 모든 곳에 영향을 미치는 더 큰 운동의 일부이다. 이는 흑인들이 미국인으로서의 모든 축복을 누리려는 노력이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편견과 불의의 유산을 극복해야 할 사람은 바로 우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극복할 것이다”라는 연설을 했다. ‘투표권 법’은 그해 의회를 통과해 8월부터 시행됐다.
지난 주말 셀마에서 열린 ‘피의 일요일’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에 오바마를 비롯한 수 천 명이 참석했다. 진정한 인종통합을 위해 미국이 가야할 길은 멀지만 흑인 대통령이 백악관에 앉아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먼 길을 왔는가도 보여준다. 그런 사회가 좀 더 가까이 오도록 힘쓰는 것은 이곳에 사는 우리 모두의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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