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사로 일을 하기 전에 공립학교 통역담당 그리고 학부모 연락관으로 일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살아온 1세 부모와 미국에서 교육받은 1.5~2세 자녀 사이의 문화적 차이가 삶 전반에 다양하게 깔려 있음을 보았다.
아이들은 집에서는 한국 문화에, 학교와 사회에서는 미국 문화에 양다리를 걸치고 서서 크고 작은 가치관과 문화의 충돌로 혼란과 갈등을 겪는다. 상담소에서 청소년들을 만나면서 부모와의 소통 단절로 인해 깊어진 관계의 골이 미안함, 자책, 분노와 죄책감 등의 다양한 감정으로 표출되는 것을 볼 때 안타깝다.
여러 문화적 차이 중 하나가 어른과 아이의 대화법이다. 그것은 단순한 언어장벽의 불편함을 넘어 다른 사람, 특히 연장자와 소통하고 대화하는 방식의 차이다. 많은 한인 학생들이 ‘말하기’ 영역이 부족하고 발표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종종 받는다. 수업시간에 소극적으로 참여하며 시키기 전에 손을 드는 일도 적다고 한다. 이런 성향은 자녀의 의견이 그리 존중하지 못하는 한국식 문화의 원치 않는 부산물이 아닌가 싶다.
한국사회에서 교육 받고 자란 부모세대는 나이 많은 어른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을 버릇없는 일로 배웠다. 똑바로 눈을 쳐다보는 것도 예의에 어긋나고 고개를 숙이고 ‘네’로 답하는 것이 가정교육 잘 받은 모습으로 배워 왔다.
그렇게 자란 부모가 그와 전혀 다른 의사 표현방식이 요구되는 곳에서 자녀를 키우고 있다. 그런데, 딱히 다른 방식을 배워본 적이 없으니 살면서 배운 방법으로 자녀를 대한다. 부모는 이야기하고 자녀는 그저 묵묵히 듣고… 집에서 그렇게 살고 있는 자녀가 학교에서 자기 의견을 발표하고 주장하는 사람으로 변신하기는 쉽지 않다.
몇 년 전 한국에서 이민온 지 일년 남짓 된 학생이 문화적 차이가 빚어낸 실수로 선생님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고 정학 직전까지 갔다. “교장 선생님께 억울함을 왜 당당히 말하지 못했지?”라고 물으니 “어른이고 선생님인데 어떻게 얘기해요?”라고 대답해 놀랐다.
필자가 학교를 다니던 80년대 한국에서 종종 겪은 일이기도 하다. 어떻게 감히 선생님에게 자기 의견을 변명처럼 말한단 말인가… 그러나 우리의 자녀들은 본인의 의견을 당당히 이야기하고, 상대가 어른이라 해도 다른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곳에서 크고 있다. 위에서 아래로의 일방적 전달이나 지시가 아닌 어른과 아이 사이에도 의견 교환과 토론이 가능한 곳이다.
한인 부모들은 자녀교육과 대학진학에 많은 노력과 정성을 들인다. 그러나 ‘사회에서 성공하는 90%는 학벌이 아닌 인간관계’라는 연구들이 많이 나왔다. 바른 소통이 없이 좋은 인간관계를 맺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너는 어떻게 생각해?”라고 자녀의 의견을 묻기 시작하는 것이 ‘소통’의 첫 단계다. 그것은 ‘너의 의견은 내게 중요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에 자녀의 자존감을 향상시킨다. 부모는 말하고 자녀는 듣는 것을 단방향 소통이라 하지만, 그건 소통이 아니다. 소통은 ‘오고 가는 것’ 이다. 쌍방향 소통이 몸에 배려면 가정에서 매일의 일상 중에 이루어져야 한다.
얼마나 자주 “너는 어떻게 생각해?”라고 묻는가? 이 질문은 배우자나 다른 가족들에게도 적용된다. 상대가 다른 의견을 내놓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가? 만약 화를 내고 부모의 생각을 주입하려 한다면 자녀는 어렵게 연 소통의 문을 닫아버릴 것이다. 아이가 이 사회에 당당하게 서길 원한다면 마음을 열고 자녀에게 묻기 시작하자. “너는 어떻게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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