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세상을 바꾸고, 경험은 태도를 변화시킨다지만 과거 반이민 물결의 선두주자를 자임했던 캘리포니아의 지난 20년간의 변화는 시간과 경험이 가져다 준 극적인 반전을 보여준다. 특히, 가장 강력했던 반 이민법안을 주민투표로 통과시켰던 캘리포니아 주민들의 달라진 태도는 시간과 경험이 보여주는 강력한 변화의 힘을 느끼게 한다.
캘리포니아는 이민자 파워가 가장 강력하고, 이민자에 가장 친화적인 지역으로 꼽히고 있지만, 캘리포니아의 과거는 현재의 모습과는 크게 달랐다. 굳이 비교하자면 20년 전 캘리포니아는 강력한 이민단속법 제정으로 뜨거운 반이민 열풍을 몰아치게 했던 21세기 애리조나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1994년 캘리포니아 주민투표에서 가장 뜨거운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선거의 쟁점은 ‘주민발의안 187’이었다. ‘캘리포니아를 구하자’(Save Our State)는 선정적인 정치구호를 내세우며 주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던 ‘주민발의안 187’은 불법이민자에 대한 적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불법 이민자가 어떠한 형태의 공공교육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했고, 의료보험을 포함해 일체의 복지혜택 수혜를 금지하는 것으로 미 전국적인 반이민 논쟁을 촉발시킨 도화선이기도 했다.
당시 캐슬린 브라운 민주당 후보에 맞서 재선을 노리던 공화당의 피트 윌슨 주지사는 주민발의안 187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선언하고, 불법이민자를 공격하는 선거 전략으로 주민투표와 함께 치러진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고, 발의안 187 역시 59% 찬성이라는 압도적인 주민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2015년 캘리포니아 주민들의 불법이민에 대한 태도는 20년전인 1994년의 그것과는 크게 달라져 있다. 26일 캘리포니아 공공정책연구소(PPIC)가 공개한 보고서는 지난 20년간 캘리포니아 주민의 불법이민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가 얼마나 누그러져 있는지를 보여준다.
불법이민자에게 시민권 취득 기회를 허용하는 포괄이민개혁안에 주민 80%가 지지한다는 의견을 밝혔고, 유권자 그룹도 73%의 높은 지지 의사를 밝혔다. 불법이민자에게 시민권을 허용하는데 부정적인 견해가 많은 백인 주민들도 73%가 이민개혁안을 지지했고, 공화당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성향 주민들조차 66%의 높은 지지를 보여줬다.
가장 강력한 반이민 발의안을 통과시켰던 캘리포니아 주민들의 적대적 태도를 누그러뜨린 변화의 힘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마크 볼더세이어 PPIC 소장은 지난 20년간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일상에서 겪은 긍정적인 경험이 크게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0년간 이민자 파워가 강력해지고, 이민자 인구가 크게 증가한 것도 무시할 수 없지만 이민자와 함께 살아가면서 체험한 긍정적 경험이 태도변화를 이끌었다는 것이다.
볼더 세이어 소장은 “대다수의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일상에서 이민자들을 경험하고 있으며, 주민들이 긍정적인 이민자 경험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이민자를 경제에 부담이 아닌 혜택을 가져다주는 존재라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알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이번 조사결과를 분석했다.
이민자 경험이 없는 주민들이 이민자를 잠재적 범죄자나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으로 인식하는 반면, 일상에서 이민자를 대면하면서 긍정적 경험을 해 온 주민들이 적대적인 태도를 바꾸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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