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황타개 나선 한인직능단체 현안 진단 (3)뉴욕한인수산인협회
브롱스 소재 헌츠포인트 수산시장을 찾은 한인 소매상 업주들이 싱싱한 생선 및 수산물들을 둘러보며 도매상과 가격 흥정을 벌이고 있다.
최첨단 냉장시설 완비 가격흥정 어려워 마진폭 줄어
수산물 다룰 수 있는 직원 고용 한계 임금인상 요구 커져
‘원산지.중량 표시법안’마련 총력. 도매상 횡포 대응
뉴욕에서 25년째 생선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한인 박 모씨는 10년 전이 그립다.
맨하탄 풀턴 시장 시절로 대부분의 한인 수산인들은 돈 버는 재미에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힘든 줄 모르고 일했다. 특히 당시에는 마진율이 커 수산업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는 지름길로 이민 한인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수산시장 현대화와 인건비, 렌트 상승은 수산업계의 발목을 잡았다.
박씨는 “10년 전 수산시장이 브롱스 헌츠포인트로 이전하면서 수산업계의 분위기가 변하기 시작했다”며 “불경기 여파가 있다고는 하지만 수산시장이 현대화 되면서 도매상과의 가격 흥정이 예전만 못해 소매상들은 몸만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박씨에 따르면 브롱스 헌츠포인트 수산시장은 최첨단 냉장보관 시설이 완비돼 모든 도매상들이 판매 물량을 조절해 가며 가격을 결정하고 있어 소매상들이 애를 먹고 있다. 냉장보관 시설이 거의 없던 풀턴 시장 시절에는 당일 판매가 안 된 질 좋은 수산물들을 떨이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종종 있었지만 지금은 찾아 보기 조차 힘들어졌다는 것.
뉴욕한인수산인협회(회장 황규삼)에 따르면 헌츠포인트 수산시장 내 도매상은 현재 26개로 이 가운데 한인이 운영하는 업소는 단 한 곳 뿐이다. 인건비와 렌트 상승도 소매상들의 마진율을 더욱 낮췄다. 또한 대형마켓들이 앞 다퉈 생선 등 수산물을 취급하기 시작하면서 소매상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협회는 뉴욕시 경우, 지난 10년 새 렌트는 평균 두 배 이상 상승했고 직원들의 임금도 계속 인상돼 소매상들의 부담이 커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황규삼 회장은 “수산업 종사 직원들은 생선 등 수산물을 전문적으로 손질할 수 있는 기술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일용직을 고용할 수 없다”며 “특히 최근 전국적으로 시급(최저임금) 인상요구가 커지면서 직원들의 임금 인상 요구도 계속되고 있어 어려움이 크다”고 호소했다.
한편 불경기가 지속되면서 원산지 및 중량 속이기 사례가 빈번히 발생, 소매상들의 원성도 커지고 있다. 이른 새벽 헌츠포인트 수산시장에 들러 오랜 흥정 끝에 주문한 수산물들이 원산지 표시가 없거나 중량이 모자란 상태로 배달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면서 소매상들의 민원이 이어지고 있는 것. 이와 관련 도매상과 원산지는 서로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고 있어 소매상만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꼴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 뉴욕한인수산인협회는 3년 전부터 일명 ‘수산물 원산지 및 중량 표시(라벨링) 법안’ 마련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관련 법안은 지난해 한차례 주상원에 상정됐으나 회기 내 처리가 안 돼 자동 폐기됐다. 하지만 관련 법안(수정)이 올해 주상원에 다시 상정, 계류 중인 상태고 주하원에서도 유사법안 상정 움직임이 일고 있다.
최근에는 주상원에서 ‘원산지 및 중량 표시 법안’ 채택을 주도하고 있는 토니 아벨라 의원에 이어 주하원 론 김 의원이 적극적인 지원의사를 밝히고 나서, 관련 법안 연내 통과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협회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수산물 원산지를 방문, 실태조사까지 벌이는 등 강력대응에 나섰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역시 법안 마련이라는 생각이다.
황규삼 회장은 “경기가 좋았을 때는 생선 한 마리라도 더 얹어 주는 것이 관례였는데 경기가 나빠지면서 이 또한 사라졌다”며 “원산지 및 중량 표기는 회원들의 권익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반드시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황 회장은 “생선 등 수산물을 취급하는 대형 마트들이 동네 상권을 파고들면서 소매상들이 위축되고 있지만 한인 수산업계는 전문성(생선 손질기술)과 다양성(다양한 어종 확보)으로 이를 정면 돌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977년 출범한 뉴욕한인수산인협회에 따르면 2015년 현재, 뉴욕과 뉴저지, 커네티컷 지역의 한인 수산업 점유율은 약 70%다. 협회 회원 가입업소는 약 150개로 소폭이지만 매년 조금씩 늘고 있다. 협회는 트라이 스테이트 지역 한인 업소는 약 300개 정도가 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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