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한국에서 꽤나 회자됐던 광고 카피 중에 ‘내 몸이 원하는 물’이라는 게 있었다. 이온음료였는데 물처럼 갈증을 풀어주면서 몸에 좋은 음료라고 선전했던 것 같다. 카피 덕분에 제품은 너무나 쉽게 소비자들에게 인식되었고 거의 독보적인 판매기록을 올렸던 것으로 기억된다.
몸이 원하는 게 음료뿐이겠나. 요즘 나는 몸이 원하는 것들 중 운동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아이 출산 후 예전보다 무게가 느는 건 당연하다고 위안 아닌 위안을 하며 몸의 변화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었다. 일에 치여 사느라 청소하고 빨래할 시간도 없으니 운동이라는 것은 생각도 하지 못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몇 년 전 입던 옷을 다시 입으려고 몸을 구겨 넣으니 옷이 나를 밀어내고 만다. 다른 옷을 입어도, 또 다른 옷을 입어도, 예전에 잘 입었던, 분명히 아이 낳고나서도 잘 입었던 옷들이 내 옷이 아닌 게 되어버렸다. 충격에 휩싸였다. 그리고 옷장에 달린 전신 거울 앞에 섰다.
고등학교 때 오래달리기를 했던 내가, 철봉 매달리기를 웃으며 가뿐하게 만점 받았던 내가, 회사 다니면서 수영하겠다고 새벽잠을 설치고 다녔던 내가, 소백산 설악산 지리산을 씩씩하게 올라가고 내려왔던 내가, 거기에 없었다.
거울 속엔 나이 탓을 하며 펑퍼짐하게 늘어진 아줌마가, 먹고 싶은 거 실컷 먹으며 스트레스를 푸는 아줌마가 있었다. 이건 아니다.
잠옷을 입으며 왜 잠옷이 이렇게 작아진 거지, 혼잣말을 하는 나 스스로에게 거짓말하지 말라고 해주었다. 옷은 옷장에 오래 걸어두면 줄어든다는 이상한 논리를 펴며 나를 위로하는 친구에게도 그건 위로가 아니라고 해주었다.
지금 해야 할 건 오직 먹고, 자고, 숨쉬고, 조금 걷고 운전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내 몸의 습관을 끊어야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몇 년 전부터 생각만 하던 일을 했다. 운동화를 신고 집의 문을 열고 나가는 일, 나이키 광고에서처럼 ‘Just do it’을, 드디어 해냈다. 숨이 차오르고 다리가 아팠지만 첫날 2.83 마일을 40분 동안 뛰고 걸으며 몸에게 말했다, ‘나 아직 살아있다’고.
첫날이 어려웠지 그다음부터는 생각보다 수월했다. 나가는 순간의 어려움만 지나고 나면 심장이 펄떡거리며 뛰고, 절대로 땀이 나지 않을 것 같던 얼굴과 등에서 땀이 차오르고, 바람이 땀을 식혀주는 모든 과정이 새롭고 신기하고 기분 좋은 경험이 되었다.
그렇게 몇 번을 하며 추가로 다른 운동을 더해주니 한 달이 되어가는 지금, 거울 앞에 선 아줌마의 나이가 조금씩 줄어드는 것 같기도 하여 볼 때마다 웃음이 난다. 어, 되네... 이런 마음.
최근 나이키 광고는 여자들이 운동할 때의 심리를 정말 잘 보여준다. “못 하겠어(I can’t)”를 말하며 뛰고, 뛰면서 괴로워하던 여자들이 결국 마지막에 “해냈어(I did it)!”라고 하며 끝나는 내용인데, 광고를 보면서 이건 정말 내 얘기 같아 공감이 된다.
사실 뛰는 것만큼 돈 안들고 쉬운 건강관리법은 없다. 그냥 운동화만 신고 나가면 되는데, 그걸 못해서 날마다 주저하고 스스로 위로하고 때로는 스스로를 믿지 않았던 시간들이 아쉬울 뿐이다.
요즘 나는 만나는 사람마다 뛰라고 권한다. 몸은 움직이기 위해 있는 것, 가만 두면 병들고 힘이 빠진다. 오래 건강하게 쓰기위해 몸이 원하는 것을 하라고. 그리고 이런 말을 잊지 말자. “달리기의 부작용은 땀, 희열, 그리고 끝내주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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