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드디어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유치원부터 시작해서 6학년까지, 같은 학교를 7년 다니고 마지막으로 졸업장을 받는 날. 수많은 기억들이 머리를 맴돌았다.
첫날 자기보다 더 큰 가방을 어깨에 메고 유치원 교실로 들어가던 그 뒷모습과 두 배는 훌쩍 커버린 키로 공공장소에서는 절대로 엄마에게 뽀뽀하지 않겠다며 걸어가는 아이의 모습이 겹쳐진다. 정말 세월은 빠르다.
졸업식에서 많은 아이들이 상을 받았다. 반마다 가장 긍정적이고 밝은 영향을 끼친 아이들에게 주는 상, 평점이 높은 아이들에게 주는 상, 그리고 선생님들이 직접 투표하여 뽑은 가장 우수한 두 아이.
가장 뛰어난 두 아이들은 항간에 떠돌던 뛰어난 아이가 아닌 약간 의의의 결과여서 어떤 기준이었는지를 직접 담임선생님에게 물어보았다. 후보가 되는 아이들은 당연히 공부와 태도에서 흠잡을 데가 없지만 참여도, 긍정적인 영향 등 다른 부분까지도 모두 균형이 잘 잡힌(well rounded) 아이를 교육구의 선생님들이 직접 투표하여 뽑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생님이 덧붙이는 말은, 이건 대학을 가도 마찬가지라고, 공부만 잘하는 것으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다시 한번,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생긴 것 같다.
지난해 아이의 피아노 리사이틀에서 한 한인 어머니는 이런 말을 했다.
“아이가 12학년인데도 피아노 레슨을 받으니, 다른 엄마들이 뭐 하러 그러느냐, 시간이 아깝다고 했죠. 하지만 아이가 인생을 즐기고 행복해할 줄 알게 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서, 계속 피아노를 시켰어요” 라고.
그 아이는 다른 친구들이 공부할 시간에 분명히 몇 십분을 피아노에 투자했을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들 덕분에 공부스트레스를 풀고 더 힘을 낼 수 있는 풍요로운 감성을 지니게 되지 않았을까.
2015년 OECD ‘삶의 만족도’ 지수에서 덴마크, 아이슬란드, 스위스가 상위를 미국은 중상위, 아쉽게도 한국은 거의 하위권에 위치했다. 이 지수는사람들이 0-10 범위 안에서 행복과 만족도를 기준으로 자신의 삶을 주관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교육과 수입, 건강과 사회적인 분위기 모두를 종합하여 나는 지금 행복한가를 보는 데서 왜 한국은 그렇게 낮을까?
며칠 전 한국에서 온 친구를 만나 교육얘기를 들었다. 엄청나게 뛰어난 아이들을 미국의 아이비리그에 보내봤자 중도에 그만두는 비율이 44%이고, 눈에 보이지 않게 사라지는 아이들도 많다는 얘기였다. 결국 아이들이 뭘 할 때 행복해하는지 그 길을 찾는게 맞는 것이라고. 모두가 공부를 하는 건 아니라고.
아이가 피아노를 배운지 7년이 되어간다. 그동안 하기 싫다 소리를 수백 번도 넘게 했지만 결코 그만두겠다고 심각하게 얘기하지 않았으며, 피아노곡을 완성시켜가는 시간을 즐길 줄 알게 되었고, 아름다운 곡을 치는 자기 자신을 대견해 하기도 했다.
나는 지금도 가끔 중학교, 고등학교 합창부에서 불렀던 곡들과 그 발표회의 긴장과 흥분, 만족스러웠던 시간들을 기억한다. 공부에 힘들고 지쳐 잠이 늘 부족했어도, 친구들과 아름다운 음악을 불렀던 시간들이 힘이 되어 주었다고 믿는다.
이제 중학교에 가는 아직은 어리기만 한 아이, 벅차고 짜증날 때 그 스트레스를 풀고 해소하는 자기만의 행복한 방식을 찾아가는 아이가 되었으면하는 바람, 졸업에 맞춰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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