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로존 탈퇴 현실화 때 러·중 접근
▶ 지정학적 위치 유럽 안보와 직결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운데)가 7일 브루셀의 한 정부 건물에서 유로존 수장들과 긴급회견을 갖고 나오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제스처를 쓰고 있다.
그리스의 경제파동이 유로존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그리스 경제파탄이 자칫 미국과 러시아의 유럽 쟁패에 이어 지중해로의 세력 확대를 노리는 중국까지 끼어들 조짐으로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이 국민투표까지 실시하며 배짱을 튕기는 그리스에 “협상의 문은 열려 있다”며 섣불리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리스는 EU의 맨 끝자락에 붙어 있는 나라다. 따라서 그리스가 더 이상 유로존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탈퇴하면(그렉시트) 곧바로 러시아나 중국이 손을 내밀 것이 분명해진다. 특히 그리스는 나토 가입국이므로 EU 탈퇴는 곧 나토 탈퇴를 의미해 일대는 지정학적 안보의 ‘무주공산’이 될 것이 뻔하다.
러시아는 최근 그리스에 경제지원을 약속하면서 EU와 유로존 탈퇴를 부추기고 있다. 실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그리스가 국민투표를 통해 IMF 긴축안을 반대한 직후인 6일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에게 국민투표 결과를 지지하는 의사를 밝히면서 천연개스관 설치와 러시아 기업의 그리스 공기업 민영화 참여 등을 제안했다. 제안만으로 본다면 분명 직업창출과 세수확대 효과를 가져와 그리스의 경제를 되살릴 수 있는 사업들이다.
만일 그리스가 러시아와 손을 잡게 된다면 EU와 유로존 탈퇴는 물론이고 나토에서도 빠져나오게 될것이다. 이럴 경우 러시아는 남부유럽까지 영향력을 확장시킬 수 있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우크라이나 사태 등 러시아가 과거 소련 영향권의 나라들에 대한 세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미국이나 유럽 서방국가들에는 큰 부담이 된다.
미국은 그리스에 군사기지를 설치해 소련의 팽창을 막아 왔다. 하지만 러시아가 그리스를 손에 넣게 되면 지중해 뿐 아니라 러시아의 영향력이 인접 중동지역까지 미치게 돼 결코 지켜볼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끊임없이 독일 등 유로존 국가들에 그리스와의 협상을 강조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동안 오바마 대통령은 그리스 사태는 유럽의 이야기로 미국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이라며 방관하는 자세였다. 그러나 최근 유럽 주요국 정상들에게 전화를 걸어 그리스의 EU 잔류에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고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도 그리스 투표결과 발표 직후 재타협을 주문했다.
치프라스 총리가 7일 오바마 대통령에게 새로운 타결책을 설명한 것도 어찌 보면 그리스를 버릴 수없는 미국에 지원사격을 요청한 것이나 다름없다.
중국 또한 그리스 사태를 예의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아시아의 동쪽 끝에 위치한 중국은 지난 수년간 거금을 쏟아 부으며 아프리카와 멀리 남미까지 손을 뻗어 세력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이 거대 자본을 이용해 망해가는 그리스의 손을 잡는다면 중국이 유럽 진출의 교두보를 설치하는 셈이고 이로 인해 유럽에서의 경제적 영향력을 더욱 확대해 나갈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리스 사태가 세계군사·경제적 지형도를 어떻게 변화시킬지가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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