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투구 양상으로 전개되던 한국 집권여당 내 권력싸움이 이번에도 최고 권력자가 의도하는 대로 마무리 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새누리당 3선의원인 유승민 원내대표를 배신자라고 찍어내어 13일 동안 몰아세우다가 끝내 쫓아냈다.
집권 후 임기 전반을 넘기며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남북관계는 악화되는가 하면 성장을 멈춘 경제는 침체가 계속되고 특히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역대 최악의 무능통치자로 낙인 될 것이 확실해 보이는 박근혜 대통령. 이번에 같은 당 소속 국회의원인 유승민 원내대표를 얼핏 이해되지 않는 이유로 목을 친 것을 보며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 여왕통치의 전제군주국으로 후퇴하고 있는 듯 하여 참담하다.
‘동물의 왕국’이라는 어린이 TV프로를 즐겨본다는 박대통령은 ‘동물은 배신을 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유씨가 동물보다 못하게 무엇을 그토록 배신하였다는 것인가? 박대통령이 당 대표시절 비서실장으로 충직했던 옛 수하가 여당 원내 사령탑이 된 후 야당과 뜻을 같이 해 국회법개정안을 통과시켜 준 것이 그녀의 심기를 크게 건드린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국회법개정안이란 시행령이 모법의 취지에 어긋났을 때 국회가 행정부에 그 시행령 내용의 수정, 변경을 요청한다는 의회주의 원칙을 관철하려는 민주적 법안으로 박대통령도 야당의원 시절 행정부의 전횡을 견제한다는 명분으로 같은 취지의 법률 발의에 동참한 바 있었다.
국회를 통과해서 행정부에 넘어온 법률안이 맘에 안 들면 행정 권력이 시행령을 조작하여 원래의 법 취지를 물 타기 해버리는 사례가 한국헌정사에서 비일비재하였다. 그동안 140여 차례의 시행령 조작이 있었다고 최근 한 법률 연구기관은 밝힌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왜 그토록 무리수를 써가며 유씨를 배신자로 몰아 집요하게 내몰다가 끝내 내쳤을까? 이번 권력싸움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는 세월호 사건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논리적인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공감대를 넓히고 있다.
역사적 비극으로 기록될 세월호 사건. 결코 잊혀지고 묻혀질 수 없는, 유족뿐 아니라 또래의 자식을 가진 온 국민의 가슴에 못을 박은 비극이고 참사였다. 정부가 주장하는 그냥 해난사고가 아닌듯한, 뭔가 숨겨진 음습함이 묻어있는 인재로 감지되고 있다.
유족들과 시민단체들의 줄기찬 노력 끝에 진상조사 특별위원회가 조직되었고 일부 야당의원들의 협력을 얻어 진상조사 특별법까지 마련되었다. 특위의 수사와 기소권을 반대하던 정부는 시행령에서 물 타기 조작을 하였다. 독립적이어야 할 진상조사 주체에 조사대상인 해수부 관리를 주역으로 끼워 넣는 등 진상에 접근하는 것을 한사코 막고 있다.
다음 정권에서나마 사건의 진실, 특히 ‘7시간 행방불명’의 비밀이 밝혀지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괴로운 정치적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미래권력을 꿈꾸는 김무성, 유승민은 세월호 사건에서 자유롭다. 그들에겐 공무원법 개정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야당요구의 국회법개정안과 맞바꿔 통과시켜 줬다.
박대통령에게는 한배 타기를 거부하고 자기들만 살겠다고 빠져나가는 그들이 배신자로 여겨진 것이고 그래서 증오의 대상이 된 것이다. 이것이 이번 사건의 전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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