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잠언의 22장7절은 불변의 진리다. “부자는 가난한 자를 주관하고 빚진 자는 채주(채권자)의 종이 되느니라.” 그리스의 경우만 보더라도 그렇다. 독립 국가라면 세금 인상 문제나 은퇴 연령과 혜택 등 경제 사회 복지는 순전히 국내 문제로 외국 정부들의 간섭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하나인 그리스가 그동안 세금의 뒷받침이 없는 사회 복지 확대로 유럽중앙은행과 IMF 등에 엄청난 빚을 지고 못 갚아 앞으로 3년간 무려 950억달러에 달하는 제3차 구제금융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유로존 정상회담의 내정간섭에 가까운 요구조건들이 담긴 성명서를 채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조건 항복이나 백기투항이라는 그리스인들의 자조적 반응이 이해가 된다.
그리스 의회에서는 채권국들의 뜻에 따라 예를 들면 가공식품이나 식당의 부가가치 세율을 최고 23%로 상향 조정했으며 소규모 회사들의 법인세도 26%에서 29%로 인상했다. 큰 자동차, 보트나 수영장에 적용되는 럭셔리 세금이 올라가는 것은 약과이고 2022년까지는 조기 퇴직을 아예 없애버리고 은퇴 연령을 67세로 올리기로 한 것도 채권국들의 압력(?)에 따른 것이었다.
그리스인들 입장에서 보면 배부른 수작 같지만 한국이나 미국에서도 빈부의 격차와 그 해결 방법이 큰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듯하다. 한국에서는 청년들의 취업문제가 심각하다. 대학 졸업하고도 취직이 어려워 ‘3포’다 ‘5포’다 하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취직 포기, 연애 포기, 결혼 포기, 출산 포기, 그리고 삶의 포기라니 심각한 국면이다.
미국도 경기침체를 벗어나고 실업률에 있어서는 2008년 이전 수준까지 하락되었다지만 워싱턴DC, 볼티모어, 시카고 등 대도시들의 흑인 밀집지역에는 경기 회복의 조짐을 볼 수 없는 게 슬픈 현실이다. 물론 경제적 원인 때문만은 아니고 미혼모 가정들이 문제다. 그러면서 빈곤의 대물림이 고착화 되어있다.
최근 워싱턴 포스트에서 마이클 거슨 칼럼니스트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판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재미있게 읽었다. 빈곤 문제 해결은 진보, 보수 양 진영에서 첨예한 대결을 하고 있는 심각한 당면 과제이지만 가난한 사람들을 속이는 일을 방지한다는 것은 보수나 진보가 다 찬성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내용이다. 정부와 사기업들이 협력해서 빈곤층을 체계적으로 속이고 착취하는 세 분야로 거슨 씨는 주정부의 복권 판매, ‘월급날의 급전 대여’와 ‘월급날의 도박’을 언급한다.
특히 로토가 정치적 부패의 나쁜 예라고 지적한다. 파워볼에 당첨되면 일하지 않고도 일확천금 할 수 있다면서 주정부들이 수입을 올린다는 것이다. 특히 복권 판매 지정업소들이 부자들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의 지역에 몰려 있는 현상은 1억에 하나 될 가능성 밖에 없는 것을 짜릿한 광고로 유혹해서 빈곤층의 주머니를 터는 행위라고 비판한다.
주정부가 직접 관계되는 것은 아니지만 가난한 사람들을 착취하는 것으로는 소위 월급날의 대출이라는 게 있다. 해당 기업들이 주의회에 로비해서 이미 36개주에 있는 소액 대출업소들은 급전이 필요한 가난한 사람들이 신용 조사 없이 몇 백달러를 월급날에 갚는다는 약속으로 빌리지만 결국은 세 자리 수 이자 때문에 큰 빚을 지고 허덕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월급날의 도박이라는 것은 리조트에나 있던 도박장들을 중산층이나 가난한 사람들의 지역과 가까운 동네의 쇼핑센터나 몰 등으로 이전시켜 가난한 사람들의 도박벽을 키우는데 정부와 비즈니스가 결탁한다는 지적이다. 거슨 씨는 정부든 민간이든 가난한 사람들을 착취하는 구조를 개선하고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제의한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이 가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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