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퀴벌레 친구삼아 황폐한 모텔 전전
▶ 미전국 250만명 7년만에 67%나 증가
황폐한 모텔 층계 아래 앉아 울고 있는 에디 마르티네즈(14). 엄마는 감옥에 가고 마약에 절어 사는 엄마의 24세 남자친구에게 남겨졌던 에디는 여동생과 함께 포스터 홈으로 보내졌다가 지금은 출옥한 친부와 오리건에서 살고 있다.
군데군데 더러운 물웅덩이가 생긴 모텔 주차장에서 아이들이 흠집 난 축구공을 차고 있다. 길 잃고 헤매다 아이들에게 구조된 개들도 함께 달린다. 한 소년의 손에는 바퀴벌레가 들려 있다. 아이가 거북이라고 가상하며 예뻐하는 ‘애완동물’이다. 몇 달 전 학교를 그만둔 후 온 종일 계단에 앉아 아이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에디 마르티네즈(14)의 표정도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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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주 샌버나디노 카운티 프리웨이 옆 어둠침침하고 배기가스 가득 찬 이 모텔이 그에겐 친구와 조각조각 부서진 유년의 삶이 있는 곳이다.
‘가정(home)’이라고 부를 수 있는 안식처가 없이 자라는 아이들의 문제가 미 전국에서 악화되고 있다.
황폐한 모텔, 자동차 안, 쉘터, 친구나 친척집, 길 거리등에서 사는 아이들의 숫자가 2013년 250만명으로 추산된다고 비영리 연구기관인 전국노숙가족센터는 밝히고 있다. 7년 전인 2006년 추산에서 67%나 늘어난 숫자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이중 홈리스 어린이의 비율이 5.7%로 앨라배마와 미시시피에 이어 전국에서 3번째로 높다. 50만명이 넘는다. 갈 곳이 없는 아이들에겐 값싼 모텔이 그나마 마지막 ‘안식처’다.
이 같은 상황은 특히 샌버나디노 카운티에서 심각하다. 공립학교 학생의 9%가 홈리스로, 4.3%인 LA카운티의 2배가 넘는다.
에디가 사는 ‘컨트리 인’의 아이들은 길거리를 오가는 마약밀매꾼들에게 별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이층 데크에서 미친 듯이 달려가는 벌거벗은 여자에게도, 창녀들을 찾느라 느릿느릿 지나가는 근사한 차를 탄 남자들에게도 그들은 별 관심을 갖지 않는다.
아이들은 서로를 지켜주며 산다. 어느 날 저녁 에디의 여자 친구인 12세 브리아나가 사라졌다. 브리아나의 엄마는 “내 딸이 실종됐다”고 울부짖고 아이들과 어른들은 이리저리 브리아나를 찾아 나섰다. 에디는 자전거를 타고 사람들 사이를 조용히 지나갔다.
마약중독 엄마에게서 조산아로 태어난 에디는 갱 기질이 다분하고 호전적인 다른 식구들과는 달리 마른 체격의 말 없는 소년이다.
엄마 노린 구티에레즈는 지난 크리스마스 전에 체포되었다. 이번엔 집행유예 위반 때문이었다. 에디는 엄마가 언제 나올지도 모르고 엄마와 이야기할 길도 모른다. 엄마의 24세 남자친구와 함께 남겨졌으나 그 사람은 마약에 절어 산다.
“내가 사라진다 해도 날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을까”라고 에디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그가 6세 때 오리건에서 가족과 함께 살던 짤막한 중산층의 삶이 끝난 후 이 모텔은 그래도 에디에겐 가장 ‘홈’에 가까운 곳이다.
그때도 에디의 부모는 심하게 술을 마셨지만 일자리가 있었고 5 베드룸 임대주택에 3대의 자동차 등 안정된 삶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밤 에디의 아버지 가브리엘 마르티네즈가 한 파티에서 동료에게 총격을 가했다. 아버지는 감옥에 갔고 엄마와 5명 아이들은 샌버나디노로 옮겨왔다. 마약과 갱을 피해서 온 것이었지만 삶은 한층 피폐해졌다. 가족은 아파트와 모텔을 전전했고 이에 따라 에디도 이 학교 저 학교로 옮겨 다녔으며 엄마 노린은 계속 감옥을 들락거렸다.
모텔 ‘컨트리 인’의 219호실로 들어온 것은 지난해 여름. 웰페어 체크, 가끔씩 공사장에서 일하는 남자친구의 벌이, 노린의 청소일로 버는 돈이 그들의 수입이었다. 1주 280달러의 모텔비를 대기는 힘들었지만 1,400 달러의 아파트 첫 달과 마지막 달 렌트의 목돈을 모을 형편이 안 되는 데다 크레딧이 나쁜 노린에겐 다른 선택의 여지가 마땅치 않았다.
쉘터에 들어가려면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술을 끊어야 했다. 대신 그녀는 모텔 방에서 술과 마약, 담배에 절어 TV를 보며 세월을 보냈다. 그러는 동안 18세가 넘은 위의 아이들은 제각기 흩어져 그녀의 인생에서 떠나가 버렸다. 가장 어린 두 아이들 에디와 12세 막내딸 가브리엘만 남았다.
에디에겐 조언을 구할 아무도 없었다. 그나마 마음을 터놓았던 19세 사촌 형 조나단 레바리오가 마약 과다복용으로 잠자다 사망했을 때 에디는 울음을 그칠 수가 없었다. 엄마마저 사라져 버릴까봐 엄마에게 매달렸다. 교실에서도 울음을 그치지 못한 그를 아이들이 놀리자 다음날 에디는 잭나이프를 들고 등교했다. 엄마는 에디에게 그때부터 학교를 쉬게 했다.
사라진 소녀 브리아나와 에디는 모텔 층계에 앉아 서로를 위로하고 서로에게 의지했다. 브리아나의 엄마는 걸핏하면 아이들을 때리고 욕을 퍼부었다. 브리아나는 매일 등교하기 전 잠자고 있는 엄마를 대신해 7세 쌍둥이 남동생과 4세 여동생을 씻기고 입히고 먹이며 보살펴야 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술에 취한 엄마는 요란스럽게 떠들거나 거리에서 만난 남자들을 데려와 잠자기 일쑤였다. 때론 엄마는 술과 잠에 곯아떨어진 채 낯선 남자와 함께 있어야 했다. 그런 때면 에디가 낯선 남자들로부터 브리아나와 동생들을 지켜주기 위해 그들의 방에 와 머물렀다.
그렇게 지내다 지난 12월 노린은 다시 감옥에 갔다. 에디는 폭풍 속에 혼자 남겨진 듯 불안하고 두려웠다.
1월 브리아나가 사라졌고 그 얼마 전 엄마에게 브리아나와 함께 도망칠 것이라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던 에디는 입을 다물었다. 두 명의 경찰이 도착해 물었을 때가 되어서야 에디는 공원에 숨어있던 브리아나를 찾아 나섰다.
때로 자신의 감정을 써서 백팩 속에 넣어 두는 에디의 글에서 힘겨운 어린 삶의 단면이 읽혀진다 : “지금까지 내가 잃어버리지 않은 유일한 것은 나의 라이프다. 그러나 난 이것도 곧 잃어버리기를 바란다.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으니까”브리아나는 동생들과 함께 포스터홈으로 보내졌고 에디와 에디의 여동생도 포스터홈에 보내졌다. 얼마 후 당국은 2년형을 마치고 출옥하여 다시 오리건의 공사장에서 일하는 에디의 아버지와 연락이 닿았다. 지금 에디는 오리건에서 아버지와 함께 살며 학교에도 다닌다.
그리고 ‘컨트리 인’ 219호실에는 다른 아이의 가족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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