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6일 “위대한 미국을 다시 만들겠다”며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사표를 던진 부동산 재벌 도날드 트럼프가 멕시코 이민자를 비하하는 발언으로 막말 논란을 불러 일으킨 데 이어 이번엔 한국의 안보와 관련한 돌출발언으로 또 다시 구설에 올랐다. 멕시코 이민자를 성폭행범으로 묘사한 막말의 여진이 채 가시기도 전인 지난 22일 트럼프는 “사우디는 하루 10억 달러의 수입을 올리면서 미국민 세금으로 안보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며 “한국도 돈 한 푼 안 들이고 안보를 미국에 맡기고 있다. 한국은 미쳤다”고 비난했다.
사우디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지만 한국이 과연 그의 말대로 ‘돈 한 푼 안 들이고’ 안보를 미국에 맡기고 있을까? 만부당한 말씀이다. 1953년 7월27일 판문점에서 체결한 정전협정에 의하면 모든 외국군은 협정 발효일로부터 90일 이내에 한반도에서 철수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미군은 협정을 위반하고 남한을 북한의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지켜준다는 명목으로 오늘날까지 남한에 계속 주둔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미국의 국방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한국은 미국이 모두 부담해야 할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한미동맹’이란 이름아래 방위비 분담금으로 매해 거의 1조원씩 퍼주고 있다.
미국에 필요 이상으로 마구 퍼주다 보니 주한 미군이 방위비를 쌈짓돈처럼 흥청망청 쓰고도 남아돌아 이자놀이까지 하고 있지만, 한심한 한국정부와 국회는 우리 국민의 혈세가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관심조차 없다. 서울 용산과 대구 등 여러 곳에 있는 미군기지도 모두 땡전 한푼 안 내고 100% 공짜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매사 미국의 요구대로 하지 않으면 대뜸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고 위협하니, 미국에 군사주권(전시작전권)까지 무기한 내어주고 안보를 위탁한 무능한 한국 정부는 그저 그들이 하자는 대로 따라 하기 바쁘다. 자국의 군사적 편의주의에 따라 한반도를 분단하고 자기네 국익을 위해 주둔하고 있으면서도, 걸핏하면 떠나겠다고 협박이나 하는 표리부동한 나라 미국을 우리는 혈맹이라 부르며 시도 때도 없이 성조기를 흔들어 대고, 사고를 당한 주한 미대사를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석고대죄 단식’까지 해가며 미국을 상전처럼 받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한국민의 레드 콤플렉스를 이용해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 완화시키기를 교묘히 반복하면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예컨대 인공위성 사진을 보여주며 북한군이 휴전선 가까이 전진배치 되었다거나 미사일 기지를 전방 배치했다는 등 별것도 아닌 북한군의 동향을 적당히 부풀려 당장 남북 간에 무력 충돌이라도 발생할 것처럼 겁을 주면, 한국정부는 이내 혼비백산해 미국이 부르는 게 값인 첨단 무기나, 아니면 고철과 다름없는 낡은 무기를 막대한 혈세를 들여 허겁지겁 비싼 값에 사들인다.
요격 확률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그 좋은 예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사드 미사일 역시 우리에겐 무용지물이라는 데도 결국 수조 원씩이나 주고 조만간 구입할 모양이다. 이렇게 미국은 가만히 앉아서 해마다 천문학적인 액수의 주둔군 방위비 받아 챙기고, 고가의 무기 팔아 떼돈 벌고, 더구나 신흥 군사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군사기지 또한 무상으로 제공받고 있으면서도 고마워하기는커녕 “한국이 돈 한 푼 안 들이고 안보를 미국에 맡기고 있다”거나 심지어 “한국이 미쳤다”는 막말까지 듣다니 참으로 황당하다.
방미중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워싱턴 한국전 기념비에 헌화하며 “피를 나눈 미국과 영원히 같이 가겠다”고 했다는데 국가 간에 ‘영원히’란 없다. “한국은 곱지만 ‘우리가 경멸하는 동맹(our despising ally)’이다”라고 한 미 국무부 관리의 말은 우리에게 동맹의 의미를 되묻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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