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대선을 앞두고 ‘불법 이민’이 뜨거운 정치 쟁점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합법 이민을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합법 이민 축소’ 문제가 대선 정국에서 새로운 이슈로 부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극단적인 반이민 발언으로 ‘불법 이민’ 이슈가 대선을 앞두고 뜨거운 정치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합법 이민 축소’를 주장하는 보수 성향 유권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불법 이민’이 아닌 ‘합법 이민’이 대선 정국에서 쟁점화 되기는 지난 1990년대 이후 20년만에 처음이다.

최근 공개된 ‘합법 이민’에 대한 미국민들의 견해는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불법 이민 단속’뿐 아니라 ‘합법 이민’도 축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어 앞으로 합법 이민 축소 문제가 보수 성향 공화당 지지 유권자들 사이에서 중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최근 공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합법 이민’을 축소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37%로 나타나, 증가해야 한다는 응답자 23%를 압도했다. 현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38%였다.

갤럽은 ‘합법 이민을 줄여야 하느냐 아니면 늘려야 하느냐’는 같은 질문을 던졌던 이전 3번에 걸치 여론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이민 축소 주장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퓨리서치센터의 여론조사도 합법 이민을 축소해야 한다는 미국민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38%가 이민 축소를 주장했고, ‘이민을 늘려야 한다’는 응답은 21%에 그쳤다. 합법 이민 축소 응답자는 지난 2월의 36% 보다 늘어난 것이다.

보수 성향 매체인 팍스뉴스가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는 합법이민 축소 주장이 더욱 압도적이었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50%가 합법 이민 축소를 주장했고 ‘늘려야 한다’는 20%, ‘현 수준 유지’ 주장은 15%에 불과했다.

공화당 대선 주자들 사이에서도 강력한 불법 이민 단속뿐 아니라 합법 이민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가장 강경한 ‘합법 이민 축소’ 목소리를 내고 있는 릭 샌토럼 후보는 “비숙련 외국인 노동자의 합법 이민은 현재보다 25% 줄여 미국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돌려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샌토럼 후보는 이에 더해 미국 태생 자동시민권제도를 폐지하고 현재의 영주권 쿼타도 대폭 줄일 것을 주장하고 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스캇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 역시 합법 이민 제한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워커 주지사는 “미국 노동자의 일자리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합법 이민이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워커와 샌토럼 두 후보는 미국 노동자들이 일자리 부족과 저임금으로 고통 받고 있는 것은 매년 쏟아지고 있는 합법 이민자들 때문이라고 합법 이민 축소 주장을 정당화하고 있다.

이슬람 등 특정 종교를 갖고 있거나 중동 일부 국가 출신에 대한 이민 규제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하드와 이슬람의 온상 국가들 출신의 미국 이민을 제한해야 한다”는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의 주장에 랜드 폴 후보가 동조하고 있다.

강력한 불법 이민 단속 주장에 이은 보수파의 ‘합법 이민 축소’ 주장과 일부 친이민 후보의 ‘불체자 구제안’이 충돌할 것으로 보여 2016년 대선은 이민 문제가 최대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