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회를 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 중엔 사역 기간 내내 같이한 자들도 있고, 잠시 스쳐지나간 만남들도 있었다. 목회라는 게 ‘포교성’이 있는 일이라 난 만난 이들에게 어떻게든 내가 믿고 확신하는 기독교 신앙을 최대한 설명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얻어진 인간 경험이란 한 마디로 잘라 말하기 힘든, 정말 만난 이들 그 숫자만큼이나 다양하다. 그 긴 세월 속의 수많은 인간 경험을 했다면 이젠 어느 정도 답이 나올 법도 한데 사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인간만큼 이 지구상에 난해한 존재도 없다는 게 그간의 얻은 답이다.
교회와 예배가 존재하는 이유는 어쩌면 이런 인간의 난해성을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라는 장치 안에서 극복케 하기 위함이다. 예배는 나를 볼 수 있는 거울이다.
하나님의 웅장한 구원의 은혜 앞에 세워진 나의 실존을 정직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유일한 자리, 바로 우리의 예배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 중 누군가가 예배를 소홀히 한다면 그는 예배의 대상인 하나님 앞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할 기회를 놓치고 마는 셈이다. 목회하면서 가끔 이런 이들을 본다.
일 년에 교회에 서너 차례 온다. 기독교의 주요 절기인 부활절, 추수감사절, 또는 성탄절 정도에만. 가끔 보니 목회자로서 더 반갑게 대한다. 대화도 틈을 타 더 나눈다.
“이렇게 오랜만에 보면 됩니까, 더 자주 오셔야죠. 하나님께 규칙적으로 예배하는 일만큼 중요한 거 없어요.” “아이고, 목사님. 잘 알죠. 정말 그래야 되는데 이리 됐네요. 근데 목사님 말입니다. 목사님 그거 아시죠? 내가 지금은 이래도 하나님 정말 사랑하는 거 말이에요.” 이 말은 들은 난 사실 할 말을 잊는다. 이럴 땐 그냥 껄껄 웃으면서 다시 만날 기약이 없는 헤어짐으로 이어지는 게 상책이다.
사실 할 말은 있다. 그것도 입 밖으로 거의 튀어나올 만하나 겨우 꾹 참는 말, 바로 이런 말이다. “아니요. 전 잘 모르는데요. 형제님이 하나님을 사랑해요? 글쎄요, 전 잘 모르겠습니다.” 표현되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고 불리지 않는 노래는 노래가 아니듯, 신앙도 표현되지 않으면 참 신앙이라고 말할 수 없다.
대표적으로 매 주일 있는 예배를 놓고 생각해보자. 기독교인들은 7일마다 찾아오는 주일에 모여 함께 예배를 드린다. 이와 관련해 가끔 교인들로부터 이런 궁금한 질문들을 받곤 한다. 왜 매주 모이지요? 왜 매주 꼭 예배를 드려야 하는 거지요? 일 년에 한 번으로 하면 안 될까요? 등등.
이에 대한 정답은 어떤 걸까? 첫 번째 답변으로서, 우리 인간들의 두뇌 안에는 은혜를 쉽게 망각하는 장치가 이미 프로그램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배는 하나님의 은혜를 되새기는 자리다.
7일을 건너뛰어 14일째만 되어도 하나님의 은혜는 내 삶 속에서 이미 고갈되어 버린다. 이는 주일예배 때 은혜 받으며 들었던 설교 내용을 하루 이틀 만에 까맣게 잊어버리는 우리 자신을 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그래서 7일이란 창조적 사이클은 우리를 망각의 달인으로서 이미 잘 알고 계시는 하나님께서 어련히 알아서 마련해 놓으신 방식이다.
두 번째 답변은 표현의 필요성 때문이다. 사랑하는 이에게 나의 사랑을 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방법이어도 그것은 표현될 때에만 의미가 있다. 사랑한다고 말만 해놓고서 그걸 표현하지 않는다. 그러면 상대는 그 사랑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하나님을 향한 사랑도 마찬가지다. 예배는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하나님께 내 사랑을 표현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기적으로 하나님을 향한 내 사랑을 표현해야 한다. 그래야 내 사랑이 그분께 전달될 수 있다. 무엇이든지 말로만 하는 건 안 된다. 주관적인 말이 객관적인 검증을 얻으려면 반드시 그에 따르는 책임이 뒤따라와야 하는데, 그 책임이 바로 ‘표현’이다.
나의 신앙도 그래야 한다. 표현되고 표현하는 신앙이 되어야 한다. 매주 있는 주일예배는 나의 신앙을 표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리’이다. 고로, 이번 주일예배는 절대 빠지지 마시길. 하나님을 정말 사랑하신다면….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