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목표는 ‘세계 명예의 전’’과 ‘LPGA 명예의 전당’ 입회’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골프여제’ 박인비(KB금융그룹)가 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대회를 하루 앞둔 6일 오후 제주 오라 컨트리클럽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5.8.6
’커리어 그랜드 슬램’ 대기록을 달성한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박인비(27·KB금융그룹)가 "4개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해도 커리어 그랜드 슬램이 맞다"는 생각을 분명하게 밝혔다.
박인비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출전을 하루 앞둔 6일, 대회장인 제주시 오라컨트리클럽 클럽하우스에서 미디어 인터뷰를 열고 "이 논란에 대한 제 생각을 말하는 기회가 있었으면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시간으로 3일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끝난 리코 브리티시여자오픈 골프대회에서 우승함으로써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5개 메이저대회 중 4개 대회의 정상에 오르는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고 4일 한국에 금의환향했다.
일부 외신에서 2013년 메이저로 승격된 에비앙 챔피언십까지 우승해야 진정한 커리어 그랜드 슬램이라며 이의를 제기한 것에 대해 박인비는 미국 선수가 저 같은 상황에 있었더라면 그런 논란이 없었을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박인비는 차후 목표를 ‘세계 명예의 전당’과 ‘LPGA 명예의 전당’에 모두 이름을 올리는 것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박인비와의 일문일답.
-- 제주 삼다수 대회 앞두고 컨디션은.
▲ 샷감, 퍼트감이 나쁘지 않아서 오른 연습라운드는 안 해도 되겠다고 생각한다. 코스를 보니까 누가 퍼트를 더 많이 하느냐가 관건이다.
--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준우승한 고진영에 대한 생각은.
▲ 같은 소속사(IB월드와이드) 식구이기도 해서 브리티시여자오픈 경기 전에 집에 초대해 한국음식을 같이 먹고, 연습라운드도 같이 했다. 그때 고진영의 컨디션이 굉장히 좋아 보였다. 한국에서 검증된 선수이고, 퍼트와 정신력이 강한 선수다. 한 번 라운드를 해보니까 성장 가능성이 큰 선수라고 생각했다. 이번에 아쉽게 우승을 놓쳤지만, 아직 어리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번 실패를 성공의 디딤돌로 만들 것이다.
-- 역전패한 고진영에게 해준 말이 있다면.
▲ 공항에서 살짝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뭐라고 이야기하기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격려의 말을 해주고 싶은데 뭐라 말하기가 좀 그랬다. "수고 많이 했고, 다음에 잘하면 좋지"라고 말했다. 내년에 LPGA 투어에서 경기할 기회가 있으면 꼭 우승했으면 좋겠다.
--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퍼트가 돋보였다.
▲ 올해 4월 텍사스 슛아웃 대회에서 투볼 퍼터로 바꿨다. 그때 나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는데 그 대회에서 바로 우승했다. 그 이후로 퍼트가 잘 안 됐지만, 그래도 퍼트가 좋아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남편(남기협씨)은 ‘이 퍼터로 역사를 쓸 것’이라고도 이야기했다. 이 퍼터로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할지 상상도 못했다. 최근 2년간 퍼트 중 가장 잘된 신들린 퍼트였다. 마지막 날에는 신기하게도 그린에 서면 퍼트가 들어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5개 메이저대회를 모두 우승해야 커리어 그랜드 슬램이라는 논란이 있는데.
▲ 이에 대해 제 생각을 말하는 기회가 있으면 했다. 제가 프로를 시작할 때는 메이저 대회가 4개였고, 2013년 에비앙 대회가 메이저로 승격되면서 도중에 5개가 됐다. 나도 5개 다 우승해야 진정한 커리어 그랜드 슬램인지 생각했었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4개 우승한 모든 레전드급 선수들은 다시 에비앙에서 우승해야 하는가. 지금까지 커리어 그랜드 슬램이 4개 대회 우승이었다면 지금도 4개를 적용해야 한다.
나는 에비앙에서 2012년 우승한 경험이 있다. 장소도 같고 상금도 차이 없다. 저는 에비앙 대회에 가면 챔피언 대우를 받고, 트로피도 있다. 현존 메이저 대회의 트로피가 다 제 집에 있다. 제 마음 속으로는 제 메이저 트로피 중에 에비앙 트로피도 있다고 생각한다. 오는 9월 에비앙 대회에서 다시 우승한다면 논란을 잠재울 수는 있다. 폴라 크리머, 스테이시 루이스, 미셸 위가 저와 같은 상황이라면 미국은 오히려 에비앙을 이전에 우승했으니 진정한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고 이야기했을 거로 생각한다.
모든 논란을 잠재우려면 제가 에비앙에서 우승하면 좋겠지만, 그게 제 최대 목표는 아니다. 지금까지 명예의 전당을 언급한 적이 없었는데, 가장 큰 목표는 세계 명예의 전당과 LPGA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골프를 치면서 내 이름이 골프 치는 사람들에게 기억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세계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게 목표다.
-- 그랜드 슬램을 달성할 후배는 누가 있을까.
▲ 김효주, 백규정, 고진영, 유소연 등 열 손가락이 모자를 정도로 너무나 많다. 한국 여자골프가 워낙 잘하고 있고, 발전 가능성이 크다. 모두 가능성이 있지만, 그 틀을 누가 깨고 나오느냐의 차이다. 강한 정신력과 골프를 즐겁게 생각하고 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제가 여기까지 온 것은 ‘골프를 즐겁게 생각하고, 행복한 사람이 되자’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2008년부터 약 4년간 겪은 슬럼프를 극복한 계기는
▲ 부모님의 지지를 받고 남편을 만났기 때문에 빠져나올 수 있었다. 당시 골프를 그만두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갈 길이 캄캄했으나 다른 일을 마땅히 할 게 없어서 계속 골프를 하고 있었다. 남편을 만나면서 골프에 대한 생각 방식 자체가 달라졌다. 부모님은 당시 결혼을 하지 않고도 남편과 같이 투어를 하도록 해주셨다. 그렇게 밑바닥을 친 시기가 있기에 지금 1∼2주, 한 달간의 부진을 버틸 수 있게 됐다. 4년의 힘든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다. 바닥을 가본 것과 안 가본 것의 차이는 크다.
-- 슬럼프를 탈출한 기술적인 터닝포인트는.
▲ 스윙을 바꿨다. 2011년 남편이 제가 하던 것과 완전히 다른 스윙을 시도하게 했다. 모험이었지만, 잃을 게 없었고, 안 할 이유가 없었다. 비유를 하자면 타이거 우즈와 애덤 스콧과 같은 정석 스윙을 하다가 짐 퓨릭 같은 스윙을 하게 된 것이다. 남편의 말이 맞았다. 그동안 제가 생각했던 골프가 틀렸었다.
릴리스 방법을 바꿨다. 기존에는 오른손으로 덮는 릴리스였는데, 지금도 사진으로 보면 오른손이 덮여 있기는 하다. 이해 못 하실 거다. 저도 이해하는 데 5년이 걸렸다. 릴리스를 많이 하면 공이 왼쪽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잘못된 방향인 오른쪽으로 가고 있었다. 그 방법을 완전히 바꾼 것이 지금의 제 스윙이다.
처음에는 거부감도 있었지만, 남편을 믿었다. 그때 제 상황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적절한 타이밍이었다.
-- 캐디(브래드 비처·호주)와의 인연도 깊은데.
▲ 처음부터 마음과 스타일이 잘 맞았다. 항상 저에게 ‘가능성이 있는 선수’라며 믿음을 줬다. 그래서 지금까지 함께 왔다. 저는 딱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안 바꾸는 스타일이다. 초창기부터 함께한 분들과 팀을 이뤄서 하고 있다.
-- 골프를 즐겁게 하는 비결은.
▲ 요즘 젊은 선수들이 즐겁게, 행복하게 골프 하겠다는 인터뷰를 자주 봤다. 그들은 내가 스무 살에 느끼지 못했던 세계를 이미 경험하고 이야기하는 것인가 궁금하기도 했다. 정말 그렇다면 앞길이 창창하겠다고 생각한다. 말로만 하는 행복과 즐거움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런 마음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스무 살에는 어려운 것이다. 스무 살이든 마흔이든 누구나 행복하게 사는 것이 최고의 목표일 것이다.
-- 투어에서 가장 화를 냈던 순간은.
▲ 3∼4년 전 캐나다 오픈에서 퍼트가 정말 안 된 적이 있었다. 그때 내가 퍼터를 질질 끌고 오더라고 남편이 말해줬다. 그 게 가장 화났을 때 한 행동이 아닌가 싶다.
-- ‘박세리 키즈’에 이어 나올 ‘박인비 키즈’에게 한 마디.
▲ 결과에 연연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여름이나 겨울에 효율적으로 훈련했으면 좋겠다. 온종일 골프장에 있는 것보다는, 자기가 뭘 해야할지 알고 한시간 효율적으로 연습하는 게 중요하다. 땡볕에서 3시간 연습보다 우산 쓰고 1시간 연습이 더 좋다.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 목표 설정을 잘해야 한다. 무엇보다 골프가 싫어지지 않고, 원수가 되지 않도록 즐겁게, 행복하게 했으면 한다.
-- 미국과 한국을 오가는 선수들이 체력 문제로 KLPGA 대회를 중도 포기하기도 한다.
▲ 중 1 때 미국에 골프 유학을 갔다. 미국은 나라 자체가 커서 장거리 이동에 익숙하다. 2∼3시간 걸리면 옆집이라는 생각이다. 한국에서 투어 하면 이동거리도 적고 3라운드 대회여서 장기간 비행을 부담스러워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골프는 에너지가 없고 멍한 상태여도 정신력이 있으면 스코어에 지장이 없다고 생각한다. 선수들 모두 정신력과 가능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3∼4년이면 다 적응할 것이다.
-- 아직 KLPGA 투어 우승 경험은 없는데.
▲ 그동안 한국 대회에서는 1타가 부족해 우승하지 못했다. 한국에 오면 정신없는 상태에서 경기하고, 한국에 온 것 자체가 좋아서 너무 즐긴 제 탓도 있다.
-- 미국 선수들이 LPGA 투어를 휩쓰는 한국 선수들에게 반감이 있지는 않나.
▲ 질투심이 있을 것 같다. 반대로 생각해도 한국 투어 톱 10 중 6∼7명이 외국인이면 저희도 당연히 그런 것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경쟁자가 있는 것을 오히려 감사해야 하고, 그들을 뛰어넘는 것이 진정한 프로페셔널이 아닌가. 한국 선수들은 서로 자극제가 되고 있다. 크리스티 커가 한국 선수들을 기계(machine)에 비유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그들은 더 좋은 기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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