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친지 댁에서 디너모임이 있었다. 그리스 채무문제가 매일 톱뉴스로 보도되던 때였다. 손님 중에 경제학을 전공한 분이 있어서 어느 분이 질문을 하였다. 유럽의 문명국가인 그리스가 수십년 동안이나 엄청난 빚더미 속에서 살아온 걸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경제학을 끄집어 낼 것도 없습니다. 플러스, 마이너스의 개념만 알고 있으면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문제에요. 마이너스 수치가 계속 커지고 있는데 이를 상쇄할 플러스가 없으면, 결과는 걷잡을 수 없는 마이너스의 증가이지요. 여러분도 수입보다 지출을 많이 해서 늘 빚지고 사는 사람들 한둘은 알고 계시지요? 국가도 마찬가지에요. 안에서는 세금이 걷히지 않고 밖으로부터는 수출로 벌어들이지 못하면서, 흥청망청 살아왔으니, 결과는 뻔하지요.”
내가 교사로 은퇴했다는 것을 아는 이 분은 요즈음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돈 관리 교육을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고등학교에 경제학이라는 과목이 있어서 경제관련 기본지식을 가르치기는 하지만, 구체적으로 개인 입장에서 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 지를 가르치는 것은 교사마다 다르다고 막연한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돈에 대한 개념과 관리 방법은 학교 보다 가정에서 시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이다. 돈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하다는 것, 돈은 벌어야 생기는 것이지 거저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것, 부득이 한 경우 빚을 지면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것 같은 가장 초보적인 돈 관리 교육은 유치원 때부터 시작해도 무리가 없다고 본다.
너무 일찍 돈 얘기를 시작하는 것이 어린아이들에게 “돈이 최고” 라는 비뚤어진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18세 성년이 될 때까지, 돈이라는 것은 원할 때마다 어디서든 척 척 나오게 마련이라고 생각하는 철없는 젊은이로 성장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돈 한푼 벌어보지 못하고 학자금으로 물려받은 큰돈을 신나게 써버린 어느 여대생의 철없는 행적이 인터넷에 소개되었다. 이 여대생은 조부모가 대학학자금로 물려준 9만달러를 3년 만에 다 써버렸다. 이제 졸업반이 되는데, 학비 2만 달러를 낼 돈이 없어서 혹시 도움 받을 길이 없을까 해서 지역 방송에 나왔다고 했다.
어떻게 그 큰돈을 3년 만에 다 썼느냐는 질문에, 옷 사입고 유럽 여행가고 방학 중에 생활비로 썼다는 태연한 대답이었다. 프로그램 진행자들을 더 놀라게 한 것은 이 학생의 부모 원망이었다.
“아버지 어머니가 나에게 예산 세워서 돈쓰는 방법을 가르쳤어야 하지 않아요? 두 분이 한번도 나를 앉혀놓고 진지하게 돈 관리에 대해서 얘기해준 적이 없었어요.”
부모 원망은 계속되었다. “우리 부모가 나를 도와줄 돈이 없다고 하는데, 그건 거짓말이에요. 아버지 은퇴자산이 꽤 되는 걸 알고 있어요. 그런데도 학비를 안 보태주겠대요. 내가 돈을 빌린다고 해도, 코사인도 안 해주겠대요.”
이쯤 되면 부모는 왜 진작 딸을 앉혀놓고 돈에 대한 교육을 안 시켰는가를 가슴을 치고 후회할지도 모른다. 다행히 이 여대생은 파트타임 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부모는 딸이 일을 한다는 조건 하에, 학자금 융자에 코사인을 해주기로 했단다.
그리스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지금 그들이 당하는 불행은 무책임하고 방만한 돈관리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 지를 보여주는 예로 두고두고 사용될 것이다. 자녀가 부모 원망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일찍부터 자녀에게 돈 관리법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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