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철 연어 등 화이트 피시 낚시… 숲에선 차가버섯·불로초·고비 채집
▶ “코리안 정체성 확실하면 주류사회도 존중”
※ 광복 70돌 특별 기획
【제2편 ‘동토 녹이는 코리안 스피릿’ 알래스카의 한인들】
② ‘오로라의 도시’ 페어뱅스
비 내리는 한여름, 페어뱅스는 녹음이 짙었다. ‘알래스카의 황금심장(Golden Heart), 북쪽 하늘의 밝은 빛 오로라의 도시’라 불리는 페어뱅스는 북극권 툰드라 지대와 현대문명을 연결하는 관문이다. 1901년 알래스카 내륙중앙 분지인 페어뱅스 인근에서 거대한 금맥이 발견된 후 100년 넘게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인구 3만2,000여명인 소도시를 찾는 관광객만 연중 약 40만명일 정도로 북극권(북위 66.3도) 초입 경계도시란 매력도 품고 있다. 1970년대부터 이곳에 뿌리내린 한인들은 600명 안팎의 소수계지만 주류사회 일원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했다.
- - -
“우리 동네도 사계절이 있어요. 겨울과 눈이 녹는 계절, 여름과 눈이 쌓이는 계절이죠”
페어뱅스 기후는 극과 극이다. 여름철은 화씨 72~75도까지 오르고 겨울철은 영하 40도 이하까지 내려간다.
페어뱅스에서 북쪽 달튼 하이웨이(Dalton Hwy)를 따라 200마일만 더올라가면 북극권(북위 66.3도)이다.
여름철 하루 2~3시간만 어둠이 깔리는 북극권 지역이지만 자연환경은 본토 시골마을과 큰 차이가 없다. 나무와 풀은 짙은 녹색을 띠고 도심을 가로지르는 체나강과 울창한 자작나무숲은 멋진 풍경을 자랑한다. 특히 거리와 집집마다 꽃을 걸어두는 지역문화가 눈길을 끈다.
눈 녹은 여름 동안 페어뱅스 한인들은 여유와 낭만을 즐기기 바쁜 모습이다. 주 6~7일 일하는 바쁜 일상이지만 너도나도 틈만 나면 계곡을 찾아 연어와 송어 일종인 화이트피시(White fish) 낚시에 나선다. 한인 주부들은 주변 숲을 찾아 민들레, 오가피, 차가버섯, 고비, 블루베리, 알래스카 불로초를 한 아름씩 따곤 한다.
페어뱅스 본 모습을 소개하겠다며 화이트 피시 주립공원에 한국일보 취재진을 데려간 장성채(67) 페어뱅스 한인회장은 “LA나 뉴욕 등 본토 사람들은 알래스카를 몰라도 한참 모른다. 1년 내내 추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곳 여름은 자연과 야외활동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천국”이라고 말했다.
현지 한인들은 극단을 보이는 자연환경에 대한 호불호는 갈렸지만 ‘정이살아 있는 한인사회’라고 입을 모았다. 2001년 LA에서 페어뱅스로 이사온 박영숙(59)씨는 “한인이 적다보니 낯선 사람이 들어오면 다들 호기심과 경계심을 내보인다”며 “하지만 조금만 친해지면 한국 시골정서 그대로 사람을 순박하게 대한다.”고 말했다.
페어뱅스 한인사회는 1960년대 미군(페어뱅스 인근에는 태평양공군사령부 관할 아일슨 공군기지가 소재한다)과 국제결혼한 한인 여성들이 1차 이주민이다. 이후 이들은 형제자매 가족들도 초청해 한인사회를 이루었다.
요즘 페어뱅스 한인들은 매년 ‘8.15 광복행사, 12월 주민초청 코리안 송년의 밤’을 개최한다. 송년의 밤은 한국 전통문화와 한식을 알리는 대축제로 비한인 참석자가 50%일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 지난 1월11일 페어뱅스 데일리뉴스는 코리안 송년의밤에 지역주민 수백명이 참석했다며 대서특필하기도 했다.
■ 페어뱅스 장성채 한인회장
“한인 아이들이 김치, 콩나물 먹는데 영어만 한다고요? 말이 안 돼요. 미국은 ‘컬러’가 있어야 살아갈수 있어요”
페어뱅스 장성채 한인회장은 동네 터줏대감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 전남 신안 출신인 장 회장은 30년 이상 페어뱅스에 살면서 한인네트웍 강화에 나서고 있다.
페어뱅스 한인회(946 Cowles St,#102 Fairbanks, AK 99515, 907-347-6533) 입주건물은 한식당, 한인 식료품점, 스시집이 몰려 동네 한인들이 수시로 드나든다. 사무실입구에 붙어 있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는 안내문처럼 한인들에게 ▲새 이민자 편의제공 및 직업알선 ▲한글학교 ▲영어 및 미국생활 교육강좌 ▲유권자 등록 ▲무연고자 보호 등의 서비스를 하고 있다.
장성채 한인회장과 임원 약 10명은 20~30년 지역기반을 닦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인 2세 및현지인 한글학교, 주류사회 내 한인 이미지 제고’에공을 들인다.
장 회장은 7년 전 한인들과 십시일반 돈을 모아 ‘페어뱅스 한글학교’를 개설했다. 교재비와 등록금은 모두 무료. 교사 3명은 환경은 열악하지만 성심을 다해 한국 문화와 한국어를 가르친다.
장성채 한인회장은 “한인 2세, 한인 입양아들이 코리안이라는 색채를 지녀야 주류사회에서도 성공한다. 소수계인 한인이 정체성을 확고히 하면 주류사회도 존중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신문에 광고도 꾸준히 내 한글학교 비한인 수강생도 40~50%나 된다. 최근 지역주민들이 한국문화와 한식에 높은 관심을 보여 LA한인사회 문화공연팀을 초청하고 싶은 바람도 크다. “우리가 죽어도 자식 세대가 한인이란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어요.
본토 한인들도 기회가 많은 페어뱅스를 눈여겨 봐주시길 바랍니다”
■ 페어뱅스는...
페어뱅스 현대사는 1901년 금광을 찾기 위해 유콘강 유역을 헤매던 E.T. 바넷이 체나강과 타나나강이 만나는 지점에 임시 캠프를 설치하고 인근 골드힐에서 금광이 발견된 뒤부터다. 페어뱅스란 도시명은 데어도어 루즈벨트대통령 당시 부통령을 지냈던 찰스 페어뱅스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지금은 북극권 도시들과 남부의 수출항 발데즈, 제1도시 앵커리지를 연결하는 교통중심지 역할을 한다.
페어뱅스는 인구 3만2,300여명(2013 센서스 추산)인 소도시이지만 앵커리지에 이어 알래스카 제2 도시다. 금광, 관광, 군수 비중이 높다. 천문, 해양, 지질학으로 유명한 알래스카대 본교와 도심 주변 자작나무(Birch) 숲, 금광 개척시대부터 100년 도시역사를 담은 태나나와 체나강, 한인 관광객에게 유명한 체나 유황온천 등은 페어뱅스의 자랑이다.
1970년대 중반 프르드호 만의 유전개발 사업이 시작된 이후 오일머니의 바람을 탄 신흥 부촌으로 각광을 받기도 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