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에 대한 관심이 높다.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했던 까닭일까, 혹은 평양의 아리랑 대 축전 때문인가. 세계 아름다운 곡조 콘테스트에서 첫 손가락에 들었기 때문인가.
“아리랑이 도대체 무슨 뜻인가요? 미국사람들이 물어 오는데 대답이 꽉 막혔어요.” 최근에 그런 질문들을 받았다. 목사가 되기 전 국어국문학을 강의한 배경 때문이다.
‘아리랑’의 말 뿌리에 대하여는 유감스럽게도 정설이 없다. 여러 학설이 있지만 그것들이 대부분 설득력이 떨어진다. 신라 시조인 박혁거세의 아내 이름 ‘알령’에서 나왔다는 인명 설, 아리령이라는 고개 이름 그리고 그것과 얽힌 전설에서 나왔다는 양주동 박사의 지명 설, 고려 가요 “얄리얄리 얄라성 얄라리 얄라” 처럼 노래에 넣는 무의미의 여음이라는 설, 중국말 ?阿女郞 是女郞에서 나왔다는 설, 아리랑/스리랑은 긴 고개를 뜻한다는 설, ‘가슴이 아리다, 쓰리다,’에서 나왔다는 설..... 정말 많은 이론들이 있다.
게다가 아리랑을 我理郞이라고 한문글자로 써서 ‘자기를 아는 즐거움’을 뜻한다는 철학적 해석도 등장했다.
그래도 추천할만한 해석이 하나 있다. ‘아리랑’의 아리는 ‘아리땁다’와 아름답다의 ‘아리’가 그 뿌리이고 ‘랑’은 신랑과 여랑(女郞)의 용례에서 보듯이 젊은 남녀 모두를 의미한다는 해석이다. 그리고 아리랑 고개의 ‘아리랑’은 길고 긴 고개라는 뜻을 가졌다. 노랫말이 반드시 단일의미로만 해석될 필요 없고 오히려 애매모호하여 여러 가지로 해석될 때 더 운치가 있기도 하다.
그러니까 첫 절을 현대말로 풀면 ‘고운 님, 고운 님, 고운 님이, 길고 긴 고개를 넘어 간다’가 된다.
한국의 민요는 대개 ‘남녀상열지사’ 곧 연애시라는 게 정설이다. 그것도 억압된 성적 욕망을 분출시키려는 제법 야한 노래들이다. ‘도라지’는 남자의 성기를 상징하고, ‘천안 삼거리’ 역시 그렇다. 이런 것은 부끄러울 것도 없고 창피할 것도 없다.
유교문화에서 극도로 억압된 성욕, 정신분석학자 프로이드의 말로 ‘좌절된 성적 욕구’가 분출된 자연스러운 일일 뿐이다. 색성(sex)은 인간 본질의 한 부분인데, 그걸 더럽고 악한 것이라 생각한다면 바로 그 생각을 고쳐야 한다.
아리랑은 찬송가에까지 들어왔다. ‘예수님은 모든 것의 근원이 되시니’를 첫 절로 하는 이 가사가 아리랑 곡에 맞추어 서양교회에서 불린다. 1986년에 폴마(Polmar)가 작사했고 그로텐휘스(Grotenhuis)가 편곡했다. 또,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에서 우리 주님 만났네”로 가사를 쓴 사람도 있다.
예수쟁이들이 별짓 다한다는 비판이 있겠지만 그건 몰라서 하는 말이다. 아리랑을 처음으로 오선지 악보에 기록한 사람이 바로 미국 선교사 호머 헐버트였다. 한국사람보다 한국을 더 잘 안다는 선교사이다.
아무튼 마지막 절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가 코리안들의 토라진 심정을 담은 공감대가 되기는 한다. 한국인 특히 한국여인들의 가슴병인 ‘한’을 노래했다. 하지만 가사가 좀 치기 어리다는 생각이 든다. 뿌리치고 떠나가는 연인이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나라’고 저주하는 것보다는 그의 미래 행운을 비는 것이 더 건실한 정서 아닌가.
그래서 진달래꽃 한 아름 뿌려 보내겠다는 김소월의 시가 훨씬 돋보인다. 그런 점에서 아리랑 끝부분을 ‘십리도 못 가서 뒤돌아보리’로 고치면 어떨까. 이별의 아픔이 더 좋은 희망을 생산한다는 노래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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