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여왕의 꽃’ 김성령]
"제가 어려보이는 얼굴은 아닌 것 같아요. 캐주얼한 연기를 하는 타입도 아니고. 그냥 제 나이로 보이는데 아름답다, 예쁘다. 뭐 이런 거?"(웃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맞는 말이었다. 배우 김성령(48)의 아름다움은 모녀와 형제의 사랑을 중심축으로 다룬 MBC TV 드라마 ‘여왕의 꽃’(극본 박현주·연출 이대영, 김민식)에서 캐릭터를 살려내는데 꼭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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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어린 나이에 낳은 딸이라고 하지만 나이 차이가 별로 안 나는데다 상대 쪽은 배 다른 형제 사이라서 나이 차이가 꽤 나는 설정이었다고 해도 그 정도 무리수는 엄마 ‘레나 정’을 연기한 김성령이 예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다.
“작가 선생님 주문이 그거였어요. 쓰다 보니까 제가 무조건 예뻐야 될 것 같다고 하시는 거예요. 초반에 캐릭터가 설득력을 가지려면 예뻐야 된다고 생각하셨나 봐요."
사랑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민준’(이종혁)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첫 눈에 반하게 하고, 다 큰 딸이 있다는 것은 짐작조차 못할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이 필요했다. 게다가 ‘레나 정’은 성공한 요리사로 방송 프로그램까지 진행하는 화려하고 당당한 여자였다.
그래서 김성령은 그 어떤 작품에서보다 외적인 부분에 신경을 썼다. 바쁜 와중에 꾸준히 피부과도 다녔고 의상 하나, 립스틱 하나 대충 고른 것이 없었다. 대기실에서 메이크업을 받는 드라마의 첫 장면은 가장 임팩트 있는 모습으로 등장해야 한다고 생각해 다시 촬영하기도 했다. "편집실 가서 그 장면을 딱 봤는데, 아닌 거예요. 감독님한테 말씀 드렸죠. 다시 찍었으면 좋겠다고. 의상, 메이크업, 헤어 다 바꿔서 다시 찍었어요. 립스틱이 뭔지 물어보시는 분도 많더라고요."
겉모습은 예뻤지만 `레나 정’은 예쁜 역할은 아니었다.
고아원에서 지낸 불우한 어린 시절을 딛고 어릴 때 낳은 딸 `이솔’(이성경)도 버리고 성공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야망 넘치는 인물이었다. 원하는 것을 다 가지려고 온갖 술수를 동원하며 아등바등 살았으나 결국 그 덫에 스스로 걸려 파멸 직전까지 이르렀다.
“어떻게든 극복해 나가려고 했을 뿐, 아무것도 없는 여자가 `꽃뱀’처럼 남자 하나 잘 만나서 그런 건 아니었잖아요. 이제 좀 레나가 편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또 뭔가 들통 나고. 안타까웠어요."
그렇게 격한 감정연기로 50부작 드라마를 이끌어 온 김성령은 ‘레나 정’으로서 이젠 “너무 시원하다"고 했다.
`성공만을 위해서 달리다 보니까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제는 멈춰야 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극 중 대사처럼 ‘레나 정’이 결국 멈춰서 욕심을 다 버리고 진정한 행복을 찾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첫 타이틀 롤을 맡은 김성령으로서도 후련한 순간이다.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아쉬움 없이 최선을 다 한 것 같아요. 그렇지만 잘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아요. 점수를 매긴다면 70점? 부족한 점도 많이 느꼈고, 반성하고 고민할 시간도 있었어요. 나머지 30점은 제가 부족한 걸 발견했기 때문에 저한테는 큰 수확이죠."
1988년 미스코리아로 데뷔해 여러 작품에서 얼굴을 비추고 `여왕의 꽃’으로 원톱 주연극을 이끌기까지 다소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앞으로 더 높은 위치에 올라가고 싶은 욕심은 없다.
다만 그동안 도시적인 외모 때문에 한정돼 있던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다.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는 중견 연기자가 되는 것도 꿈이다.
“`여왕의 꽃’으로 주인공에 대한 미련은 없어졌어요. 힘들어요(웃음). 이제는 밝고 재밌는 걸 해보고 싶어요. 다양한 역할로 다양한 장르에서 주인공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선배 연기자가 될래요."
<조인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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