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항공기 진상 손님들
▶ 물 엎질러 연신 사과하자 “치마 벗어주든지… ”화끈“스테이크 다시 ”황당 주문 치마 유니폼 고집도 문제
#한국 국적 항공사 승무원 A씨. 그녀는 얼마전 고객에게 당한 수치스러운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한 중년의 승객이 A씨의 엉덩이를 수차례 찌르면서 물을 좀 가져달라고 부탁을 한 것이다. 이 승무원은 손님에게 정중히 호출버튼을 눌러줄 것을 부탁했으나 승객은 오히려 사람들 앞에서 자기에게 무안을 줬다고 사과를 요구했다. 결국 항공사 측이 사과를 할 수밖에 없었다.
#LA-인천 구간에서 근무하는 같은 항공사의 승무원 B씨가 전한 일화는 여성 승무원에 대한 성희롱 수준이다. B씨는 “얼마 전 미주 노선에서 후배 승무원이 손님에게 물을 갖다 주던 중 기류가 불안정해 기체가 갑자기 흔들리는 바람에 한 남성 승객에 바지에 물을 조금 흘렸는데,‘죄송하다’며 연달아 사과를 했지만 이 승객은 대뜸 화를 내며‘어이! 미안하면 입고 있는 치마라도 벗어주던지’라고 성적 농담을 던지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른바 ‘라면 상무’ 사건에서부터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에 이르기까지 일부 항공 승객들의 ‘갑질’ 행태와 ‘진상’ 행동이 도마에 오른 가운데 상당수는 이처럼 도가 지나치거나 성희롱 및 성추행 수준까지 다다르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LA 등 미주 노선에서 근무하는 국적 항공사 여성 승무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음료수나 맥주를 달라고 주문하면서 승무원을 ‘아가씨’ ‘어이’라고 부르며 다짜고짜 반말을 하는 것은 예사고, 조금만 성에 안 차면 소리부터 지르고, 성희롱이나 성추행성 발언이나 행동을 하는 경우들 때문에 힘들다는 하소연이 많다.
승무원 B씨는 “비행 중 통로 사이를 지나는데 계속 남성 승객이 손가락으로 엉덩이를 찌르면서 ‘저기요’라고 하더라. 물론, 좌석에 앉은 손님이 급한 마음에 지나가는 승무원을 부르기 위해 불필요한 신체적 접촉이 있을 수는 있지만 미국에서는 이는 성추행으로 고소까지 당할 수 있다”고 불쾌해 했다.
승무원 D씨는 “물론, 상위 클래스의 경우 일반석 손님들에 비해, 요구사항이 많지는 않지만 ‘라면이 불어 못 먹겠다. 다시 끓여라’ ‘스테이크가 내가 요구한 스타일이 아니다. 다시 가져와 달라’ ‘음식이 너무 식었으니 다시 데워 달라’ 등등 당혹스러운 요구를 할 때가 종종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최근 한국 국내선에서는 어린 아이가 좌석에서 갑자기 구토를 하기 시작하자 한 승무원이 급한 대로 맨손으로 일일이 토사물을 치우고 아이가 괜찮은지 물었는데 옆에 있던 부모가 짜증 섞인 말투로 “우리 애 놀라니까 저리 가요”하고 소리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승무원들에 따르면 또 특히 항공사의 VIP 고객들이 주로 탑승하는 비즈니스나 일등석 등 상위 클래스에서도 승무원들이 진상 손님들 때문에 겪는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비행기 안에서 승객들의 무리한 요구에도 항공사 직원들이 적극적인 대응을 할 수 없는 이유는 항공사 운용방침 상 고객 항의는 거의 직원들의 인사 고과와 연결돼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국적 항공사들의 승무원 복장이나 용모 규정이 전문적인 서비스보다는 지나치게 외모를 강조하는 분위기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적 항공사의 경우 여승무원에 대해 치마 유니폼만 고집하다가 국가인권위원회의 시정명령을 받은 적도 있고 외모를 위한 스카프 복장이 전문적인 서비스에 불편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김철수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