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테러 예방책’ VS IT업계 ‘시민권 위협·해커악용 우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과 미국 정부가 고객정보 압수수색을 둘러싸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7일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범죄에 연루된 것으로 추정되는 특정인의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를 건네거나 해독하라는 미국 수사당국의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특정한 마약·폭력 사건에 관련된 아이폰 문자 메시지를 실시간으로 수집할 수 있는 영장을 최근 법원에서 발부받았다.
그러나 애플은 아이폰의 문자메시지 서비스 ‘아이메시지’(iMessage)는 암호화돼 회사가 풀 수 없기 때문에 요구에 응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앞서 MS도 2013년 12월 마약밀매 용의자의 이메일을 건네라는 법무부의 요구를 거부했다.
이메일이 저장된 서버가 아일랜드 더블린에 있는 까닭에 미국 수사당국에 압수수색 권한이 없다는 게 MS의 답변이었다.
개인의 의사소통 수단이 디지털로 완전히 변모해가는 과정에서 IT업계의 이 같은 저항은 정부의 범죄, 테러 수사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사실 정부와 업계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빌 클린턴 행정부는 통신업체들이 암호화한 디지털 메시지를 해독할 수 있는 열쇠인 ‘클리퍼 칩’을 정부에 제공하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했다.
정부는 범죄 정황이 있는 이들의 메시지를 감청하는 데 이 장치를 사용하려고 했으나, 시민단체와 업계의 반발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도 암호화 해독 장치나 해외서버 저장물을 넘기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 때문에 정부 측의 입장은 더 어려워졌다.
미국 중앙정보국(CIA)·국가안보국(NSA) 요원으로 활동하던 스노든은 미국 정부의 무차별 감청 실태를 폭로해 미국의 사생활 감수성을 현격히 높였다.
정부와 IT업계의 갈등에 대한 대중의 여론은 사생활 보호와 국가안보 중 어디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크게 엇갈리고 있다.
IT업체들을 변호하는 조지 터윌리거는 "폭넓은 사생활 보호를 강조하는 시각에서 감청의 기능을 보면 대답은 뻔하다"며 "하지만 빼돌린 핵무기 같은 얘기로 접근하면 대답은 또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법원 영장에 불응하는 업체들을 법정으로 끌어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으나, 실효가 없을 것으로 보고 일단 타협을 시도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은 애플을 비롯한 업체들이 공동의 이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대화에 응할 뜻을 몰래 밝혔다고 전했다.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인터넷 사생활과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접근법을 정면으로 비판한 적이 있다.
쿡은 "암호화와 관련한 논쟁으로 우리 시민권이 다시 공격받고 있다"며 "암호화를 수시로 풀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찰이 쓰라고 매트 밑에 문 열쇠를 숨겨두면 도둑이 쓸 수도 있다"며 "숨겨둔 열쇠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 범죄자나 다른 나라가 기를 쓰고 찾으려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MS는 해외 서버에 저장된 데이터를 달라는 정부의 요청이 나중에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브래드 스미스 MS 법무고문은 "다른 나라 서버의 자료를 미국법으로 빼낸다면 다른 나라 정부도 미국 서버의 자료를 몰래 빼갈것"이라고 말했다.
MS는 정부가 IT업체들로부터 고객정보를 압수하는 법규를 제정하더라도 사생활 보호와 같은 헌법가치, 국가의 주권, 산업계의 경쟁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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