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선 목함지뢰 사건으로 시작된 남북 간의 대결국면은 판문점 남북 고위급 회담 이후 완화되고 있는 모양새이다. 8일 남북당국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합의했다. 일단 반가운 일이지만 아울러 남북관계 전반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회담 결과는 남북 대표자들의 최초 대면장면에 압축되어 있는 듯하다. 남측 대표가 먼저 내민 손을 북측 대표가 먹이를 낚아채듯 덥석 잡는 장면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과적으로, 북측은 남측의 확성기방송을 두려워하고 남측은 항상 그랬듯이 증시의 그라프하락을 두려워한다. 체제보위와 경제안정이 어색한 악수로 시태를 진정 시킨 셈이다. 그리고 전과 달리 남측의 분열 없는 단호한 대응이 사태의 조기진화에 큰 몫을 차지한 듯하다.
분단 후 치열한 체제 경쟁에서 남측이 월등하게 앞서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숫자상으로는 남의 경제력이 북의 40배 정도로 알려졌다. 몸집으로 보면, 왜소한 살쾡이와 살찐 백도야지를 보는 듯하다. 그뿐 아니라 이제까지의 남북 간의 대결 역사도 그와 비슷해 보인다.
과거, 살쾡이의 기습공격으로 거의 죽을 뻔 했었는데, 예상치 못했던 독수리의 도움으로 구사일생한 바 있었다. 남측의 몸집이 점점 커지는 것에 불안을 느낀 살쾡이는 울타리를 넘어와 여러번 해꼬지를 해 봤으나 상채기만 남기고 실패했다.
남측은 허벅지 살을 조금 떼어서 달래도 봤지만,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으로 대답했다. 뒷다리 한 짝을 다 내놓으란다. 집고양이로 개과천선하여 사이좋게 지내길 기대했지만, 마운틴 라이온이 되겠다 한다. 독수리를 쫓아내기 위해, 없는 살림에 각종 미사일을 준비했고 몰래 원자탄도 만들고 있는 중이라 한다.
이런 엄중한 시절에 남측은, 생존과 평화를 위해, 근육질 멧돼지가 될 것인지를 고민해 봐야할 시점이다. 앞날을 예측하고 선도해야할 남측의 지도층, 여야 정치인들이 눈앞의 사사로운 일들에만 몰두해 있는 모습이 안타깝다.
분단이후 북측은 꾸준히 2중 장부를 써 내려왔다. 남침은 북침이요, 휴전일은 전승 기념일이고, 모든 도발 사건은 남측의 자작극으로 몰아 세워 재미를 봤다. 그들 사전에는 사과라는 게 없을 뿐더러 후진적 약육강식 사회에서 사과라는 것은 약자가 강자에게 생존을 구걸하는 메시지로 보기 때문이다.
목함 지뢰 사건은 남측이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사건이라고 발뺌하는 것을 보면, 이번에도 2중 장부와 악수한 것 같다.
한가지 우려스러운 것은, 대부분 외국인들은 남북한 구별에 별로 관심이 없다. 우리도 독일이나 베트남인들을 대할 때 동서, 남북을 구별치 않듯이 한국인이라면 남인지 북인지 구별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타임지 표지에 가장 많이 소개된 한국인은 북측의 김정일(8회)이고 집권한지 몇 년 안된 김정은(2회)도 만만치 않다. 남한의 박근혜 대통령은 몰라도 북한의 김정은은 기억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북측의 헛발질에 그냥 웃어넘길 수만 없는 것은 그것도 ‘Korean’의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북한의 비상식적인 이미지가 우리 한인들 각자에 그림자로 따라다닐 수도 있다. 한국의 우수 상품이 ‘ Made In 김정은 Korea’로 착각할 사람도 많이 있을 것이다.
남측은 이제 북의 비상식적인 행동에 손가락질만 할 수 없는 위치라고 본다. 북의 속셈을 예측하고 통제하여 향후 통일 ‘Korea’를 염두에 둔 대외 이미지 관리에도 유념해야 할 때라고 본다. 그게 불가능할 것 같으면 차라리 국가 영문 표기를 ‘Corea’로 변경하든지.
이제 남과 북은 화해와 협력, 나아가서는 통일의 단계로 갈 것인지, 아니면 잠시 숨고르기를 하다가 다시 종전대로 대결 구도로 복귀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지난번 목함지뢰 사건은 대남 도발의 종말을 알리는 꼭지점인지 아니면 앞으로 새로운 형태의 도발을 시작하는 변곡점일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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