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에서 함께 살든 따로 살든 부모 봉양 관련 고민 깊어가
■ 고령화사회의 그늘
“올해 환갑인데 98세인 모친이 오렌지카운티에 있는 시니어 케어센터에서 기약 없는 환자생활을 하고 있다. 그래서 매 주말이면 아내와 함께 이곳을 찾지만 갈수록 기력이 떨어져 운전하기가 힘들다. 그렇다고 자식을 기다리는 모친을 생각하면 주말마다 찾아뵙는 것을 소홀히 하는 것이 자식 된 도리가 아닌 것 같아 난감하다.”
샌디에고 카운티 중부 지역인 랜초버나도에 거주하고 있는 권모씨(61)는 노모도 노모지만 자신의 나이도 노년의 나이에 접어들면서 부모 봉양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갈수록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같은 고민을 겪는 한인이 한 둘이 아니다.
그렇지만 유교적 의식이 강한 한국 전통적 사고로 인해 정서상 나이든 부모를 자녀가 봉양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으로 육체적으로 힘들지만 때마다 부모를 찾아뵙는 가정이 상당 수에 달하고 있다.
그나마 이 같은 경우는 사정이 괜찮은 편이다.
미라메사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한모(55)씨는 90이 다 된 부모를 봉양하면서 아내 눈치 보랴, 부모 눈치 보랴 그야말로 하루도 맘 편한 날이 없다.
한씨는 “맞벌이 가정인 우리는 일을 마치고 집에 와서 시부모 시중을 드는 아내를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한두 번 아니다”라며 “그렇지만 더 힘든 것은 50이 넘은 자녀 부부들에게 어린애같이 시시콜콜 잔소리(?)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답답해 힘들 때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한 예는 부모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 따로 살고 있지만 사소한 일 하나에도 부모 눈치를 보는 경우도 허다하다.
콘보이 한인타운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이모씨는 “최근에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갔는데 이로 인해 부모님한테 서운하다는 소리를 듣고 난감했다”고 말했다.
사연인즉 가정 대소사를 항상 부모님하고 상의하던 이모씨는 어느 날 큰 맘 먹고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2박3일 일정으로 휴가 겸 여행을 떠났다. 그런데 이 일을 부모님에게 전혀 알리지 않은 것이 화근이 된 것이다.
이런 현상은 고령화사회되면서 한인사회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더 큰 문제는 ‘효’를 중시하고 있는 한인사회에서 이를 해결할 만한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부모의 입장에서도 할 말이 많다.
샌디에고 카운티 내 한인 커뮤니티의 환경 열악성으로 인해 구체적인 통계는 없지만 한인 독거노인이나 노부부가 따로 떨어져 사는 경우가 상당수에 달하고 있다.
한인 노인들에게 다양한 종류의 레크리에이션과 나눔의 공간을 제공하고 있는 한미노인회 측에 따르면 전체 회원 중 약 절반 이상 가량이 노인 아파트에 혼자 혹은 부부가 사는 노부부가 꽤 있다고 밝혔다.
노인회 유석희 회장은 “회원의 80% 이상이 자식들과 떨어져 살고 있다”며 “이들 대부분은 현재 자신의 생활에 만족하고 살아가고 있다”며 부모와 자식이 함께 살아가는 경우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며 “만성적인 질병을 앓고 있더라도 자식들에게 의존하기보다는 시니어 케어 같은 곳을 이용하는 것이 서로에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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