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초 텍사스, 휴스턴 근교에서 샌드라 블랜드라는 28세의 흑인여성이 운전 중 신호 없이 차선을 바꾸었다가 경찰의 정차 명령을 받았다. 이후 두 사람사이에 일어난 언쟁과 과열된 반응은 TV를 통해서 전국으로 방송되었다. 결국 경찰에 체포된 여성은 구속된 지 사흘 만에 구치소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사인은 일단 자살로 결론지어졌지만, 고인의 가족과 흑인사회는 이에 불복하며 타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건이 앞으로 어떻게 귀결될 지는 현재로서 미지수이다.
1992년 LA에서 백인경관들에게 무자비하게 구타당한 로드니 킹 사건 이후, 백인 경관과 흑인 용의자 사이의 폭력적 충돌은 그치지를 않고 있다. 백인 경관이 백인 운전자를 구타하거나, 흑인 경관이 흑인 용의자를 총으로 쏘거나 흑인 경관이 백인 운전자를 감옥에 넣은 사건도 틀림없이 있겠지만, 전국적인 주목을 끄는 경우는 적다.
다른 어느 경우 보다, 백인경찰과 흑인 용의자 사이에 분쟁과 폭력행위가 자주 일어나는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흑인에 대한 백인들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이다. 당사자들은 부인하겠지만, 흑인은 이등시민이고 말썽쟁이라는 편견을 가진 백인 경찰이, 흑인들의 사소한 범법행위에 과잉대응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흑인의 생명도 귀중한 생명입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데모하는 흑인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다른 인종들에 비해 흑인들이 실제로 범법행위를 많이 한다는 설명이다. 흑인 인구는 미국 전체의 12% 밖에 안 되는데, 감옥에 있는 죄수의 60%가 흑인이라는 사실을 순전히 인종차별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백인경찰과 흑인 용의자 사이의 충돌은 아마 이 두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얽혀서 일어난 불행한 결과라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그중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는 지는 역시 백인과 흑인 사이에 차이가 있다.
샌드라 블랜드 사건을 주제로 CNN 토크쇼에 나온 백인과 흑인 인사들의 사건해석이 좋은 예이다. 어느 흑인여성 변호사는 피의자를 죽음으로 까지 이르게 한 원인을 백인 경찰관의 인종차별적 탄압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법조계 출신 백인 인사는 경찰관이 교통위반 행위에 대해 절차에 따라 티켓 발부 업무를 수행했을 뿐 잘못한 것은 없다는 반론을 폈다.
사실 운전하면서 경찰에 정지 당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사소한 ‘운 나쁜 일’에 불과하다. 그래서 누구든지 교통경찰의 정차명령을 받으면, 일단 공손하게 웃는 얼굴로 대답할 필요가 있다. 사건이 불필요하게 확대되는 것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정지명령을 받으면, 억울하다는 생각, 재수 없어서 걸렸다는 생각, 유색인종이어서 잡혔다는 생각 등이 들기 때문에 경찰을 웃는 얼굴로 대하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일단 분쟁이 생기면 칼자루는 법 집행권자인 경찰이 쥐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정말 부당하고 불공평한 처사라고 확신하면, 당장은 적대적인 대응을 피하고, 나중에 잘잘못을 가리는 것이 현명하다.
활짝 웃고 있는 젊은 샌드라 블랜드의 사진을 보면서, 아무리 억울하고 화가 나도 경찰에게 순순히 대답하고, 티켓을 받는 것으로 그 자리를 떠났다면, 귀중한 생명을 잃는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을 했다. 정말 마음 아프고 안타까운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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