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스서 안 내렸는데 문 닫아… 믿기지 않아
이헌준군의 누나 이승연씨가 동생의 어린 시절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최경근 기자>
이헌준군의 자택에 차려진 빈소. 가족이 다니던 성라파엘 성당과 밀알 사랑의 학교 관계자들이 계속 찾아오고 있다.
■ 스쿨버스 사망 이헌준군 부모 망연자실
“다시는 이처럼 슬픈 일이 누구에게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뿐입니다”
지난 11일 폭염에 스쿨버스에서 하루 종일 방치되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 피해자 이헌준군의 누나 이승연(23)씨는 더운 날씨에 버스 안에서 고통스러웠을 동생을 떠올리며 계속 눈물을 흘렸다.
이씨는 “폴(헌준의 영어이름)은 평소에 말을 하지 못했고 음식을 먹거나 화장실 가는 것조차 남의 도움이 필요한 중증 자폐를 앓고 있던 아이였다”고 말하며 “키가 180cm에 200파운드 가량이 될 정도로 보통사람들보다 체격이 큰 편에 속했던 동생이 스쿨버스에서 내리지 않았는데도 버스에 방치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는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씨에 따르면 사고당일 헌준군은 보통 때와 같이 아침 8시30분경에 스쿨버스를 타고 집을 떠났다. 보통 오후 2시면 수업을 마치고 3시30분 정도에 집에 도착하는 아들이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자 어머니는 학교에 연락을 했고, 헌준군이 아침부터 실종된 사실을 알게됐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어머니는 헌준이가 몸이 아파 학교에 결석을 하게 될 때면 담당 교사에게 항상 출석하지 못한다고 연락했었다”면서 “이날 학교에서 헌준이가 출석하지 않았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스쿨버스 자체도 30여명이 탈 수 있는 큰 버스가 아니라 창문 5개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버스였고, 그날 아침 버스에는 헌준을 포함한 3명의 학생이 함께 탔다고 가족들을 설명했다. 그리고 하필 그 날은 버스 운전을 맡은 사람이 평소와 달리 임시 운전사였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동생은 항상 스쿨버스의 거의 뒷자리에 앉곤 했는데 운전석 옆자리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는 사실을 듣고 얼마나 고통스럽게 버스 안에서 혼자 돌아다녔을 생각을 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울먹였다.
1995년 9월22일 생으로, 20세 생일을 열흘 앞두고 떠난 이헌준 군은 한국에서 태어났으며 어렸을 때부터 말이 느리긴 했지만 4세가 될 때까지 자폐인 사실을 가족들은 알지 못했다고 한다. 동생이 장애를 앓고 있다는 사실에 가족들은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고 설명한 이씨는 헌준이 네살이 되던 해인 2000년도에 어머니 이은하(48)씨와 헌준이 먼저 미국으로 도미했고, 약 2년후 아버지 이상식(54)씨와 승연씨도 미국으로 건너왔다.
이씨는 “미국에서는 장애가 있는 동생이 더 편하게 잘 살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에 초기 정착할 때 힘겨운 시간을 보낼 때마다 온 가족이 동생을 생각하며 버텨왔다는데 이런 어처구니 없는 사고의 피해자가 되다니 허탈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춘기 때는 가족의 모든 삶이 동생 중심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것이 불만스러워 동생을 미워하기도 했는데 그것조차 너무나 후회된다”고 눈물을 글썽이면서 “어렸을 때부터 아픈 동생을 부모님과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대학에서도 심폐소생술 관련 메디칼을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동생이 적절한 심폐소생술을 받지 못해 사망했다는 생각에 그 시간에 같이 있어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그 날 누군가가 버스에 학생들이 놓고 가는 물건은 없는지, 학생들이 모두 잘 내렸는지 단 한번이라도 뒤돌아봤으면 이런 비극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헌준이의 희생으로 인해 주변에서 도움이 필요한 장애아동에게 관심과 사랑을 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헌준군을 사랑하는 친지들은 웹사이트(http://www.gofundme.com/uh44mgbs)에서 모금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문의 (213)598-1692yfal48@gmail.com
<박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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