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결혼생활 파탄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 허용 여부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를 위해 들어서고 있다. 2015.09.15.
불륜을 저지르고 미성년 혼외자를 둔 남편은 재판상 이혼을 요구할 수 없다는 기존 판례를 대법원이 재확인했다.
대법원이 이번 사건을 통해 1965년 이후 ‘잘못이 큰 배우자(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기존 판례를 변경할지 관심을 모았지만, 결국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15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미성년 혼외자를 둔 남편 A씨가 15년째 별거 중인 아내 B씨를 상대로 낸 이혼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날 대법원은 종래의 판례를 유지하는 판단을 내렸지만, 심리에 참여한 대법관 13명 중 6명이 반대의견을 내는 등 파탄주의로 판례 변경을 놓고 찬반 양론이 팽팽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종래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는 파탄에 책임 있는 배우자가 (파탄을) 이유로 이혼을 요구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한다는 일반적인 논리와 함께 파탄의 책임이 없는 배우자, 많은 경우 여성 배우자가 자녀 부양 등 이혼으로 큰 어려움에 놓일 위험에 처하기 때문"이라며 "일방적인 어려움을 겪을 불이익이 크므로 사회적 약자인 여성배우자를 보호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유책배우자라 할지라도 성실한 협의를 통해 재판 외에서 이혼을 모색할 길이 열려있다"며 "실제 2014년 기준으로 전체 이혼 중 77.7% 정도가 협의 이혼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실정으로 유책배우자의 행복추구권을 위해 재판상 이혼에서까지 파탄주의를 채택해야 할 필연적 이유 있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파탄주의로 나아가기 위한 입법적·제도적 조치가 미흡한 점도 판단의 주요 이유로 꼽았다.
재판부는 "법원이 상대방을 보호할 입법적 조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위자료’나 ‘재산분할’ 제도의 운용으로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파탄주의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유책배우자의 상대방을 보호할 입법적인 조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 2월 이중 혼인(중혼)에 대한 형벌 조항인 ‘간통죄’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폐지됨에 따라 파탄주의를 도입하면 사실혼에 가까운 불륜관계를 맺을 경우 법률이 금지하는 중혼을 결과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민일영·김용덕·고영한·김창석·김신·김소영 대법관 등 6명은 파탄주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 대법관은 실질적인 이혼상태에 있는 부부공동생활관계에 대해 이혼을 인정함으로써 법률관계를 확인, 정리해 주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혼인을 토대로 형성된 과정이 그 구성원인 부부와 자녀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는 조직체로서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파탄 상태에 이르러 혼인의 실체가 소멸했다면 (파탄의 책임을 따지는) 귀책사유는 이혼을 결정짓는 판단 기준이 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1976년 아내 B씨와 결혼을 했지만, 1996년부터 다른 여성인 C씨를 만나 2년 후 아이를 낳았다.
이후 A씨는 2000년에 집을 나가 15년째 C씨와 함께 살면서 급기야 지난 2011년 B씨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냈다.
이번 사건은 다른 여성을 만나 미성년 자녀까지 둔 A씨가 이혼을 원치 않는 B씨를 상대로 이혼을 요구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앞서 1, 2심 재판부는 결혼 생활이 파탄나게 된 책임이 있는 A씨는 재판상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기존 판례에 따라 원고 패소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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