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모비하’ 발언에 치명적 일격…트럼프 ‘아름다운 얼굴’ 무릎
▶ 화려한 언변에 명쾌한 메시지…대선후보로서의 정치적 자질 과시
’논쟁의 여지가 없는 승자’(워싱턴 포스트), "칼리가 도널드를 ‘트럼프’(trump.눌렀다는 의미)했다"(뉴욕 포스트)
16일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후보 2차 TV토론 무대의 ‘중심’에는 칼리 피오리나 후보가 있었다.
지난달 8일 1차 TV토론에서 ‘2부 리그’로 밀려나 있었던 피오리나 후보는 이번 토론의 본무대에 올라 화려한 언변과 명쾌한 메시지로 미국 안방 유권자들의 마음을 휘어잡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의 ‘진가’는 대세론을 구가하던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 치명적 일격을 가한 데서 드러났다. ‘누가 저런 얼굴에 투표하겠느냐’고 자신의 외모를 비하했던 트럼프 후보를 향해 "이 나라의 모든 여성이 트럼프 후보가 한 이야기를 똑똑히 들었다"고 결연히 꾸짖었고, 트럼프 후보는 결국 "피오리나는 아름다운 얼굴을 가졌으며 아름다운 여성"이라고 기존의 말을 바꿔야 했다.
공동사회를 봤던 방송진행자 휴 휴잇은 토론이 끝난 뒤 "트럼프에게 작살을 확실히 꽂았다"고 평가했다.
이는 트럼프 후보에 상처를 내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여온 젭 부시나 스콧 워커를 비롯한 나머지 8명의 남성 후보들이 끌어내지 못했던 ‘성공’이었다. 유일한 여성후보라는 특혜의 꼬리표를 떼고 독설과 막말로 무장한 트럼프 후보와 맞대결을 펼칠 수 있는 ‘전투력’을 과시했다는게 정치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피오리나는 ‘트럼프 후보가 과연 핵 단추를 누를 자격이 있는 사람이냐’는 사회자의 질문을 받고 "트럼프는 훌륭한 엔터테이너"라고 비꼰 뒤 "유권자들이 현명하게 판단할 문제"라고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더욱 주목할 것은 피오리나가 ‘트럼프 때리기’의 반사 효과에만 기댄 것이 아니라 대선 후보감으로서는 정치적 자질과 역량을 보여준 대목이다.
IT 기업인 휴렛 패커드(HP)의 최고경영자 출신인 피오리나는 기존 워싱턴D.C.의 제도권 정치을 강력히 비판하면서 스스로를 참신한 후보로 내세우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피오리나는 토론에서 "정치인들은 워싱턴이 잘못된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왜냐하면 그들은 물속의 고기여서 물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단순히 정권을 D(Democratic의 첫 알파벳으로 민주당을 의미)에서 R(Republican의 첫 알파벳으로 공화당을 의미)로 바뀌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것은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피오리나가 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클린턴 후보 ‘대항마’로서의 존재가치를 부각시켰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책이슈를 놓고 피오리나는 낙태를 제공하는 미국 가족계획협회에 대한 예산지원 중단을 촉구해 주목을 받았다.
피오리나는 2009년 마약중독에 걸렸던 자신의 양녀를 잃은 개인적 비극을 털어 놓으면서 의료용 먀약에 대한 연구와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해 청중들로부터 위로와 격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피오리나에 대한 미국 언론의 주목도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피오리나가 준비된 모습을 보여줬고 외교 정책에 조예를 드러냈으며, HP CEO 시절에 대한 공격을 비교적 잘 막아냈다고 평가했다.
포브스도 피오리나가 분명하고, 강하고, 집중적이고, 단호하고, 선견지명을 보여줬다며, 1차 토론에 이어 다시 명백한 승자라고 극찬했다. 포브스는 "피오리나는 아름다운 얼굴"이라고 말한 트럼프의 대답은 이번 토론에서 가장 천박한 대목이었으며, 그 순간 트럼프는 패자가 됐다고 꼬집었다.
USA투데이는 여러 차례 피오리나가 토론의 무대를 장악했다고 전했다.
피오리나는 당초 이번 토론회에서도 1부 리그 토론 참가자 10명에 포함되지 못했지만, 최근 지지율이 급상승한 피오리나의 강력한 항의로 CNN 선정 기준을 바꿔 11번째로 토론 무대에 서게 됐다.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소셜미디어 공간에서도 피오리나를 호평하는 글들이 다수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성공된 여성 CE0’ ‘성공한 워킹맘’이라는 별칭이 따라붙는 피오리나는 평범한 샐러리우먼에서 IT업계의 최고 CE0 자리에 발탁된 입지전적인 인물로 꼽힌다. 명문 스탠퍼드 대학에서 중세역사와 철학을 전공한 피오리나는 졸업 후 서무, 영어교사, 비서 등으로 일하다가 만 25세 때 미국 통신회사 AT&T의 영업사원으로 정보기술(IT) 업계와 인연을 맺었으며 2006년 HP의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로 발탁됐다.
토론회에서는 부족한 시간에도 풍부한 지식을 유감없이 보여준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도 호평을 받았다.
USA투데이는 정치 전문가들에 대한 비공식 설문 결과, 이번 토론으로 피오리나와 루비오 후보가 가장 이득을 봤다고 전했다.
WP는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 등을 효과적으로 공격하고 ‘트럼프 때리기’에선 한발 물러나 일부러 칭찬하면서 표심 잡기에 주력한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도 승자로 꼽았다.
반면,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와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는 여러 매체에서 꼽은 패자 명단에 올랐다.
WP는 부시 전 주지사가 트럼프를 공격하려 할 때마다 공격에 핵심이 없다는 것만 분명하게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전국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루비오 상원의원의 활약으로 워커 주지사를 탈락시켰다"고 평했다고 USA투데이는 전했다. rhd@yna.co.kr mi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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