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17일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함에 따라 금융시장에 드리웠던 불확실성은 일단 제거됐다. 하지만 연준이 그동안 올해 안으로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 왔던 점을 고려하면 이런 불확실성은 조만간 수면으로 다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도 이날 FOMC 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이 곧 이뤄질 가능성도 있음을 내비쳤다. 옐런 의장은 "FOMC 위원들 다수가 연내 인상에 무게를 두고 있다"면서 "10월에 올릴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밝혔다. 이에 연준이 9월 금리를 올리지 않은 이유와 한국 등 신흥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문답풀이로 정리했다.
-연준은 금리를 왜 동결했나
▲금리인상에 따른 해외 불안 가중이 미 경제에 부메랑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내외 경제상황을 좀 더 관찰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연준은 이날 "노동시장 조건, 물가지표와 물가상승 전망, 금융시장과 국제적 상황"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무엇보다도 국제적 상황을 고려하겠다는 점이 주목된다.
연준은 지난 5월부터 연내에 금리인상에 나서겠다고 밝혀 시장에서는 9월에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지난 7월부터 중국발 불안과 신흥국 위기가 심해진 상황에서 연준의 금리 인상 악재까지 겹쳐지면 신흥국은 물론 자국 경제까지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져만 갔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등이 모두 연준에 금리 인상 자제를 호소할 만큼 세계 경제 상황은 금리 인상을 감당할 정도로 탄탄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연준 기준금리 언제 올리나
▲옐런 의장은 이날 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내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며 "10월에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AP통신도 이날 정례회의 참석자들의 다수가 연말 이전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옐런 의장은 금리인상 결정의 중요한 판단기준인 국제적 상황에 대해 "최근 들어 해외 경제전망이 더욱 불확실해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중국과 다른 신흥시장경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야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국제경제가 심하게 흔들릴 경우, 기준금리를 올리기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국제경제 불안이 지속되면 금리인상 시기가 올해를 넘어갈 수도 있다. 이미 국제경제 전문가들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시기를 내년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기준금리 인상시기를 내년 이후로 미루면 연준의 신뢰도에 금이 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시장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꼽는 첫 금리 인상 시기는 12월이다.
미 금리 동결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세계 금융시장은 단기적으로 안도 랠리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금융시장은 예상치의 부합 여부를 중시하는데 시장 예상대로 금리 동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리기 전 시장은 ‘9월 동결’을 예상한 움직임을 보였다. 금리 인상 가능성에 꾸준히 강세를 나타낸 달러는 최근 약세를 보였다. 투자자들이 적어도 9월에는 금리를 올리지 않을 가능성을 크게 봤기 때문이다. 신흥국 주식시장은 FOMC 회의 전에 강세를 이어갔고 통화 가치도 오름세를 보였다.
특히 신흥국 시장에는 금리 동결이 호재다. 기준금리 인상은 신흥시장의 자금 유출 우려를 크게 할 재료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미 금리가 올랐다면 안전자산으로 돈이 몰려 위험자산으로 간주되는 신흥국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상황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향후 미 금리인상의 불확실성 때문에 국제 금융시장은 불안한 행보를 이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계 경기 불안 등으로 시기가 잠시 미뤄졌을 뿐 금리 인상은 예정된 수순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경제회복에도 금리를 동결했다는 것은 연준이 그만큼 세계 경기를 나쁘게 봤다는 것으로 해석돼 세계 경제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미 경제가 좋아지는데 거품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뒤늦게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면 금융시장이나 경제를 더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 등 신흥국 위기는 진정되나
▲ 중국발 쇼크에 자원 수출 신흥국을 중심으로 통화 가치가 급락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통화 가치는 17년 만에 최저로 떨어져 외환위기 가능성마저 불거졌다. 브라질은 최근 저유가 악재에 정치 불안까지 겹치면서 국가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강등됐다.
한국도 원화가 약세를 이어간다면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이 계속될 수 있다. 외국인 투자금 이동에 영향을 주는 금리와 환율 중 금리 부분에 변화가 없더라도 환율이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금리마저 올린다면 신흥국은 설상가상의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 미국 금리 동결로 신흥국이 한시름 놓았지만 위기감은 여전하다. 신흥국 위기의 진원지로 꼽히는 중국 경기가 여전히 불안하기 때문이다.
최대 자원 수입국인 중국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이상 자원 수출 신흥국들의 경제도 좋아지기 어렵다는 분석들도 나온다. 게다가 상당수의 신흥국들은 자체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다.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대외변수와 상관없이 위기상황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매년 8번 열리는 FOMC 중 올해에는 10월(27∼28일)과 12월(15∼16일) 등 두 번 남아 있다. 그리고 내년에는 1월(26∼27일) 회의를 시작으로 3월, 4월, 6월 등 상반기에 4번 개최된다. <이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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