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다문화사회 아냐’…잇단 보수적 발언으로 안간힘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인 젭 부시 전 미국 플로리다 주지사가 24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 참석해 정견을 피력하고 있다. (AP)
미국 정치 명문가문인 부시가(家)에서 세 번째로 대통령에 도전하는 젭 부시(62)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흑인을 차별하는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유세 중 흑인만이 정부의 무상 지원 혜택을 누린다는 취지로 해석될 만한 발언을 해 미국 언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 언론은 이 발언이 3년 전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패한 공화당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떠올리게 한다고 평했다.
25일 CNN 방송을 비롯한 미국 언론에 따르면, 부시 전 주지사는 전날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흑인 유권자의 표를 얻으려고 어떻게 할 것이냐’는 한 지지자의 질문을 받고 나서 문제의 발언을 했다.
당시 미팅 참석자의 대다수는 백인이었다. 미국 사회에서 갈수록 소수 인종으로 전락해가는 흑인들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에 몰표를 던져왔다.
그는 공화당이 흑인 득표율을 지금보다 2배가량 올릴 수 있다면 오하이오 주나 버지니아 주 같은 경합 주에서 승리할 것이라면서 "(흑인에게 전할) 공화당의 메시지는 구분이 아닌 희망과 열망"이라고 했다.
그런 뒤 "줄을 서면, 우리가 공짜 물품(free stuffs)으로 당신을 돌보겠다는 전략이 아니다"라면서 "당신도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시 전 주지사가 언급한 ‘공짜 지원’의 실체는 불분명하나 마치 민주당이 흑인에게 무상 지원을 통해 표를 얻어온 것을 강조함과 동시에 공화당의 흑인 표 확장 전략은 그것과는 다르다고 설파한 것으로 보인다.
이 발언이 알려지자 CNN 방송, NBC 방송, 일간지 워싱턴포스트 등 주류 언론은 일제히 대선에서 패한 롬니 전 주지사의 흑인 차별 발언과 비슷하다고 비판했다.
롬니 전 주지사는 대선에서 패한 뒤 정치자금 기부자들에게 오바마 대통령이 건강 보험, 교육 등과 같은 무상 정책으로 흑인의 표를 끌어갔다고 말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대선 과정에서도 정부에 의존하는 저소득층 47%는 무조건 오바마에게 투표할 것이라며 계층 분열을 조장해 스스로 무덤을 팠다.
공화당 지도부가 롬니 전 주지사의 발언을 강하게 비난하고 소외 계층과 소수 인종을 향한 더 나은 정책으로 2016년 대선 승리를 향해 나아가는 상황에서 나온 부시 전 주지사의 언급을 두고 NBC 방송은 "부시 전 주지사가 롬니의 교훈을 가슴에 담지 않았거나 잊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워싱턴포스트는 한 발짝 더 나아가 여러 자료를 인용해 부시 전 주지사의 발언이 ‘과녁을 벗어났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실체가 모호한 ‘공짜 물품’을 푸드 스탬프(저소득층을 위한 정부의 식비 지원)로 본다면, 2012년 현재 백인이 흑인보다 훨씬 많이 푸드 스탬프의 혜택을 누렸고, 푸드 스탬프를 받은 백인이 선거에서 공화당을 지지한 비율은 일반 백인보다도 높았다고 지적했다.
부시 전 주지사의 논리라면 선거에서 무상 지원의 혜택을 공화당이 더 봤다는 뜻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또 ▲무상 지원이 표로 연결된다는 확증은 없으며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 대통령 집권 이후 새로운 저소득층 무상 지원 정책을 도입한 것도 아니고 ▲흑인이 민주당에 표를 던지는 것은 공화당보다 전통적으로 민권운동에 앞서왔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부시 전 주지사의 ‘변신’을 의도적인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부시 전 주지사는 15명이 난립한 공화당의 경선 주자 중 온건한 이미지를 지닌 정치인으로 평가받았지만, ‘막말’과 보수층을 결집하는 발언으로 인기몰이 중인 ‘아웃사이더’ 도널드 트럼프와 신경외과 의사 출신인 벤 카슨 등에 밀려 여론 조사 중위권에 머물고 있다.
부시 전 주지사 측은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공짜 지원’ 발언을 더는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보수적인 가치를 거론하지 않고서는 선거에서 이길 수 없고, 보수적인 가치만이 미국민의 권리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말해 공화당 유권자의 시선을 붙잡을 계산된 발언임을 부인하지 않았다.
CNN 방송에 따르면, 부시 전 주지사는 22일에는 미국 국민은 나라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다문화 사회가 돼서는 안 된다"는 말도 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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