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의 뜻은 무엇인가? ‘압박하거나 가두었던 것을 풀어 놓음’이 사전에 있는 뜻풀이다. 그 렇다면 1945년 8월15일의 해방은 무엇을 뜻하는가? 말할 것도 없이 일본의 식민지였던 한국이 자유롭게 되었음을 뜻한다. 더 구체적으로 무엇이 해방된 것인가? 한국의 정부를 세울 수 있었다.
맞는 말이다. 물론 한국이 독립된 한 나라의 행정기구를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잊어서는 안 될 일은 한국문화를 되찾았다는 사실이다. 1926년 태어난 필자는 성장기 20년동안 일본의 식민지에서 생활하였다. 기본적인 가정생활 이외의 사회생활은 일본의 정책에 따랐다.
학교에서는 조선어(한국어)를 전혀 배우지 않았다. 그들은 학생들에게 일본문화 교육을 철저하게 시행하였다. 일제시대 말기에는 한국이름 대신 일본이름으로 바꾸도록 장려하였고, 일상 생활용어는 일본어를 사용하도록 강요하였다.
필자의 여중시절 일본이름으로 바꾸는 운동이 한창이었다. 무엇이나 재미있던 소녀들은 엉뚱한 일본이름을 지어놓고 서로 깔깔거렸다. 예를 들면 고엔 부랑꼬(공원의 그네), 구쓰시다 빵꼬(뚫어진 양말)같은 것이다. 일본의 정책을 빈정거리는 여유가 있었음을 말한다.
일제시대를 산 사람들이 확실하게 가지고 있는 것은 모국 ‘대한민국’에 대한 사랑이다.
또 ‘한국문화’에 대한 자랑이다. 긴 세월 잃었다 다시 찾았기 때문에 한층 귀중하게 생각한다. 한국문화의 으뜸은 물론 한글이다.
세종대왕이 ‘백성의 글’이 필요함을 절감하여 여러 학자들과 더불어 극비리에 문자의 원리와 음운학을 연구하여 만든 것이 한글이다. 훈민정음의창제는 하나의 문화혁명이다.
이곳에서 자라는 어린 학생들에게 한글날의 의미와 세종대왕에 대하여 알리고 싶다. 그래서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하던 중 올해는 다음 두 가지를 실천하였다.
첫째는 다음과 같이 생일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생일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한글, 생일 축하합니다.” 이 노래를 부르면서 ‘한글날’의 뜻 을 알렸다. 둘째는 세종대왕의 얼굴그림을 찾아서 책을 읽다가 꽂아둘 수 있는 북 마커(Book Marker)를 만들게 하였다.
그 위에는 세종대왕의 모습이 있고, 그 아래 빈 곳에는 학생들이 제 각기 글을 쓰도록 하였다. 그들이 쓴 글을 보면 다음과 같다. “세종대왕님, 보고 싶어요.” “세종 대왕님 고맙습니다.” “세종대왕님, 사랑해요. 나 한글 읽을 수 있어요.” “세종대왕님 No.1. 나 한글 사랑해요.” “내 친구에게 한글 가르쳐 주겠어요…” 등등 이러한 방법으로 한글날을 기념한 것은 두 가지 뜻이 있다. 첫째는 한글날의 의미를 뚜렷하게 기억하기를 바라는마음이다. 둘째는 일상생활과 한글의 관계를 맺어주기 위함이다. 그들이 사용하는 북 마커가 이 일을 하기 바란다.
한국문화에는 한국의 정신, 마음, 의지, 소망, 몸짓 등이 보일락 말락 숨 쉬고 있다. 또 아름답게, 끈기 있게, 새롭게, 지혜롭게 우리의 나날을 돕고 있다. 한글은 디지털 문화에 앞장을 서면서 세계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의 큰 그물로 엮어가고 있다. 한글의 선견지명이 빛나는 요즈음이다.
한국 디지털문화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원동력은 바로 한글이다. 이번 주 전교 어린이들이 한글날 만든 북 마커를 한자리 에 모아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가지가지의 마음이 담긴 작품 들은 어떤 메시지를 전할까? 자못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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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병렬 / 교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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