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하는 직장은 자선단체이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비영리기관에 근무한다고 하면 “월급은 많지 않아도 업무 환경은 여유로울 것”으로 단정하지만, 알고 보면 전혀 다르다. 미국 내에 등록된 비영리단체 수만도 150만 개(150개가 아니다!)에 달하는 실정이니, 한정된 파이를 두고 벌이는 경쟁과 각축이 치열하다.
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수단으로 주요 임원 연수회에서 가르치는 것이 바로 ‘스토리텔링’의 요령이다. 회원 영입을 위해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는 단체이며 회원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구구절절하게 설명하기 보다는, 살아오면서 봉사의 기쁨과 보람에 눈을 뜨게 된 개인적인 경험을 상대방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이야기꾼’이 되는 교육을 시키는 것이다.
사실 소소한 일상이나 경험을 나누는 것이 때로는 거창한 사회적 대의를 외치는 것보다 상대방의 마음에 더 큰 공감과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일찍이 이러한 사실에 눈을 뜬 단체로 스토리코어(StoryCorps)라는 비영리 단체가 있다. 이 단체는 인간에게는 공감 능력이란 것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사연 나누기를 시작했다. 이 단체가 추구하는 바는 사람 사는 이야기를 통해 현대인들의 메마른 심성을 일깨우고, 나아가 다양한 삶의 편린들을 모아 ‘오늘의 역사’를 기록하는 것이다.
2003년 창립된 이 단체의 사연 나누기 작업에는 지금까지 10만 명이 넘는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했다. 이들의 녹음은 온라인이나 팟캐스트, 전국 공영 라디오(NPR)를 통해 공유되기도 하며, 후세들이 21세기 초를 살았던 선조들의 궤적을 살펴볼 수 있도록 연방의회 도서관에 보관된다.
이 단체가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특별 프로젝트를 실시중이다. “The Great Thanksgiving Listen”이란 타이틀로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의 골자는 청소년을 비롯한 젊은 세대에게 “이번 추수감사절에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세요” 라고 요청하는 것이다(이를 위해 이 단체는 전국의 역사 교사들에게 협조를 요청하는 등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참여 방법도 간단하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스토리코어 앱을 깔고 자신이 원하는 질문을 선택하여 녹음한 후 이를 업로드시키면 된다.
이 단체의 창립자인 데이브 아이세이(Dave Isay)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강력하고 중요한 미국의 역사를 기록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면서 “그것은 평범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통해 복원하는 지난 날 미국의 모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우리의 자녀들이 부모 앞에 녹음기를 들이댄다면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을까? 나라면 우선, 지금 이 순간을 함께 할 수 있어 고맙다고 말할 것이다. 그 아이가 자라면서 부모 속을 적잖이 썩였더라도, 그리고 남들이 보기에 그리 잘나가는 상황이 아니더라도, 지금 이 순간을 함께 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해 줄 것이다. 그리고 내 부모님을 위시하여 일가친척들과의 에피소드들을 많이 들려주고 싶다. 그리하여 아이로 하여금 자신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존재가 아니라, 크고 작은 소중한 인연들과 관계가 모여 그 자리에 있는 것임을 깨닫게 해주고 싶다.
이번 추수감사절에는 어느 가정이나 풍성한 식탁뿐 아니라 세대 간에 풍성한 이야기가 오고가면 좋겠다. 그리고 기왕이면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이루어질 미국의 ‘추수감사절 풍경 2015’에 한인들이 살아가는 모습도 등장하면 좋겠다. 우리도 미국이라는 거대한 모자이크를 이루고 있는 구성원들이므로 역사의 기록에도 마땅히 등장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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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민 / 국제로터리 번역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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