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 유보조항 일보 철회
북한 신의주에서 2015년 9월 사진촬영된 한복 차림의 북한여성들 <사진=미헬라 노룩/허핑턴포스트>
2001년 가입시 3개 유보조항 중 2개조항 철회
‘당사국간 분쟁, 중재 재판에 회부’ 조항만 남아
<유엔본부=신용일 기자> 북한이 드디어 인류 보편적 가치인 남성과 여성의 평등권을 유엔에 공식 인정했다.
유엔총회가 1979년 12월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 철폐에 관한 협약’(CEDAW:Convention on the Elimination of All Forms of Discrimination against Women)을 채택한지 36년만이다.
세계 여성의 권익 신장을 위해 법적구속력을 가진 국제문서 사상 가장 다양한 영역에서 국가가 취해야 할 남녀평등조치에 관해 규정한 이 협약은 1일 현재 한국(1983년)과 북한(2001년)을 포함해 총189개국이 가입했다.
그러나 북한은 2001년 2월27일 협약에 가입하면서 유엔에 협약 규정 중 3개 조항에 대한 이행 ‘유보’(reservation) 의사를 통보했다. 이행 ‘유보’란 다자조약 체결 시 특정 조항의 효과가 자국에 미치는 영향을 막기 위해 당사국이 통보하는 일방적 선언으로 조약 가입국가들은 양자 차원에서 이를 인정하거나 무시할 수 있다.
북한은 구체적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 정부는 협약의 제2조 (f)항과 제9조 2항, 그리고 제29조 1항에 구속되지 않는다고 간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약의 제2조 (f)항은 “여성에 대한 차별을 구성하는 법률 규칙, 관습, 관행을 수정 또는 폐지하도록 입법을 포함한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제9조 2항은 “자녀의 국적에 관해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여성에게 부여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또 제29조 1항은 “가입 당사국들 양자간, 또는 다자간에 협약의 해석, 또는 적용에 대한 분쟁이 직접교섭에 의해 해결되지 않을 경우 분쟁 일방의 요구에 따라 중재재판에 회부돼 해결되고, 만일 그래도 6개월 이내에 해결되지 않을 경우 분쟁 일방의 요구에 따라 문제가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회부 된다”는 행정적 규정이다.
따라서 북한의 이들 3개 조항 ‘유보’ 통보에 대해 스페인(2001년 7월5일), 스웨덴(2001년 7월25일), 오스트리아(2001년 8월21일), 네덜란드(2001년 9월18일), 독일(2001년 10월2일), 노르웨이(2002년 2월20일), 덴마크(2002년 2월21일), 프랑스(2002년 3월4일), 포르투갈(2002년 3월4일), 핀란드(2002년 3월5일), 영국(2002년 3월5일), 아일랜드(2002년 4월2일) 등은 잇달아 이의를 제기했다.
특히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등은 북한이 “유보를 선언한 제2조 (f)항과 제9조 2항은 조약의 목적이자 핵심으로 이를 수락하지 않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협약에 대한 북한과의 양자간 의무, 구속에 있어 북한의 유보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북한이 협약에 가입한지 14년만인 지난 달 23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게 서신을 보내 3개 조항들에 대한 유보 중 제2조 (f)항과 제9조 2항에 대한 유보를 '철회'(withdraw)한 것이다.
유엔 사무국은 지난 달 24일 이 같은 사실을 공고하고 북한의 유보 철회가 23일 효력을 발휘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북한이 유보한 조항은 가입국간 분쟁 발생 시 해결을 위한 행정적 절차인 제29조 1항만 남았다.
북한의 이번 조치는 지난 해 3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발표 이후 유엔을 위주로 국제사회의 북한인권 문제 비판과 개선 압력이 거세지자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취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유엔에서 인권문제를 다루는 제3위원회는 지난 달 19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되는 북한 인권침해에 대한 가해자들의 책임을 묻기 위해 문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이 담긴 북한인권결의안(A/C.3/70/L.35)을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압도적(찬성 112표, 반대 19표, 기권 50표)으로 통과시켰다. 전례를 보아 이 결의안은 이달 중 제70차 유엔총회에서 무난히 채택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달 안보리 의장국인 미국은 오는 10일 ‘세계 인권의 날’을 맞아 북한 인권문제를 다루는 안보리 공식회의를 지난 해 12월에 이어 2번째로 개최할 예정이며 ‘유엔특파원협회’(UNCA)는 18일 유엔본부에서 북한 인권 상황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상영 및 북한인권단체 관계자•탈북자 기자회견을 추진 중으로 북한인권 문제가 계속 국제사회의 조명을 받고 있다.
한편 북한은 지난 해 5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열린 제2차 보편적 정례검토(UPR:Universal Periodic Review)에서 인권 개선을 위한 총 268개 권고안 가운데 여성 권익 관련 11개를 포함해 112개 권고안을 수용하고 58개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으나 마르주끼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9월8일 제70차 유엔총회에 제출한 북한인권 상황 보고서에서 “유감스럽게도 북한 인권 상황은 국제사회가 여러 ‘포럼’(forum)을 통해 깊은 우려를 재차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변함없이 똑같다”고 규탄했다. yishin@koreatimes.com
■‘가족 성 선택에 관한 동등한 권리’
한국도 유보조항 1개 남아있어
한국은 1983년 5월25일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 철폐에 관한 협약’에 비준했으며 1984년 12월27일 발효됐다. 그러나 가입 당시 ‘국적의 평등’을 규정한 제9조와 ‘혼인과 가족생활에서의 평등’을 규정한 제16조 1항 중 (c), (d), (f), (g)목이 국내법에 저촉되어 이들 5개 조항목에 대한 이행 ‘유보’ 의사를 통보했다.
이에 네덜란드와 멕시코(1985년 6월6일), 스웨덴(1986년 3월17일)이 강력히 이의를 제기했다. 한국은 1991년 민법이 개정됨에 따라 같은 해 3월15일 유엔에 제16조 1항 (c), (d), (f)목에 대한 유보 철회를 통보했다. 또 1997년 국적법 개정으로 같은 해 8월24일 유엔에 제9조에 대한 유보 철회를 통보했다.
따라서 제16조 1항 (g)목인 ‘가족 성 선택에 관한 동등한 권리’에 대한 유보만 아직도 유일하게 남아있다. ‘자녀는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고, 아내도 남편의 가(家)에 입적하도록’ 규정한 현행 민법에 여전히 저촉되기 때문이다. yishin@koreatimes.com
■“유엔 제3위원회 채택 인권결의안 배격”
자성남 북한대사, 반기문 총장에 편지
제70차 유엔총회에서 지난 달 23일 공식문건으로 회람된 자성남 주유엔북한대표부 대사 편지
북한이 지난 달 23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제70차 유엔총회 제3위원회가 앞서 19일 채택한 북한인권결의안을 “전격 배격한다”는 입장을 공식 전달했다. 자성남 주유엔 북한대표부 대사는 이날 반 총장에게 11월21일자 외무성 대변인 담화 내용을 첨부한 편지를 보내 제70차 유엔총회 공식문건으로 회람시켜줄 것을 요청했다.
자 대사의 편지와 외무성 대변인 담화는 같은 날 유엔총회에 공식문건(A/C.3/70/7)으로 회람됐다.북한체제 선전기구인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달 21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이날 담화를 통해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집중적 표현이며 인권의 정치화, 선택성, 이중기준의 전형적 실례인 반공화국 인권 결의안을 우리에 대한 극단한 정치적 도발 문서로 단호히 전면 배격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통신은 또 “우리는 인권 분야에서 진정한 대화와 협력을 바라지만 불순한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압박하는 데 대해서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으며, 그에 맞는 해당 조치들을 강구해나가게 될 것”이라고 위협한 담화 내용을 선전했다. yishi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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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일 기획취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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