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정의 50%는 이혼으로 끝난다. 백년가약을 맺은 부부의 절반이 갈라선다는 것은 엄청난 수치인데 이를 능가하는 집단도 있다. 흑인 가정이다. 흑인 부부의 이혼율은70%에 이르며 흑인의 70%는 미혼모한테서 태어난다. 흑인 자녀가 양부모가 있는 가정에서 자라나는 기간은 6년으로 백인 자녀 13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부부가 열심히 일해도 자녀를 제대로 키우기 힘든 세상에서 편모나 편부 슬하에서 자란 아이들이 정상적으로 자라기는 어렵다. 학교 공부는커녕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는데필요한 최소한의 가정교육도 받지 못하고 어른이 되는 경우가 많다.
흑인들의 교육 수준과 소득이 미국 평균보다 낮고 범죄율이 높은 근본적인 원인은 이런 잘못된 가정 구조에서 찾아야한다. 지금 흑인들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은 모범적인 가장이란어떤 인물인가를 보여줄 롤 모델이다.
이런 역할을 지난 수십년간 누구보다 충실히 해온 인물이 빌 코스비다. 그는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초까지 방영된 ‘코스비 쇼’를 통해 부유한 흑인 가정의 가장 노릇을 하며 모범적인 흑인 남성의 삶은 어떤 것인가를 보여줬다. 그는 ‘뚱보 앨버트와 코스비 아이들’이라는 만화 영화를 만들어 아이들을즐겁게 하면서 올바로 자라도록 교육했으며 이에 관한 논문으로 매사추세츠 앰허스트 대학에서 교육학박사 학위까지 받기도 했다.
그 코스비가 지난 주 성추행 혐의로 기소돼 자신이 태어난 펜실베니아 필라델피아에서 멀지 않은 몽고메리 카운티 법정에서 인정신문을 받았다. 그는 지난 10여 년간 50여 명의 여성으로부터 성추행 및성폭행을 당했다는 비난을 받았지만 기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죄가 확정되면 그는 최고 10년형에 처해지게 된다. 지금 그의 나이가 78이니까 잘못하면 감옥에서 생을 마감해야 할지도 모른다.
미국 법은 피의자는 유죄가 확정될 때까지 죄가없는 것으로 본다는 무죄추정 원칙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는 50여명의 여성이 미국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미국민들의 영웅인 코스비를 음해하기 위해 이런 주장을 퍼뜨리고 있다는 코스비 변호인 측주장은 누가 봐도 믿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이번 기소와는 별개의 민사 소송 사건에서 코스비가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에게 먹이려고 마취제를 산 사실을실토한 법정 기록이 공개됐다. 재판결과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이번만은 코스비도 법의 심판을 피해가기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코스비 사태가 더 비극적인 것은 이것이 단지 개인의 추락 문제가 아니라 이로 인해 미국 흑인 가정의 아이콘이 하나 사라지게 됐기 때문이다.
도대체 부와 명성 등 모든 것을 가진 그가 왜 이런 짓을 저질렀는지 의아할 뿐이다. ‘ 꼬리가 길면 잡힌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옛 속담이 떠오르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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