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휴스턴 소재 에너지 회사인 힐코프(Hilcorp) 직원 1,380명은 경영주로부터 어마어마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 1인당 10만달러라는, 일반인들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액수의 보너스가 나온 것이다. 간부에서부터 말단 리셉셔니스트에 이르기까지 직급이나 근무연한에 관계없이 전 직원들에게 동등하게 10만달러씩 지급됐다.
직원들의 노고로 회사가 성장하고수익을 냈으니 그것을 직원들과 나누는 게 당연하다는 경영주의 철학에따른 것이다. 힐코프는 원유와 천연가스를 개발하는 기업으로 개인소유다. 힐코프의 소유주는 제프리 힐데브랜드로 그는 기업지분을 전부 갖고 있다. 이 회사가 포춘지 선정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서 3년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런 매머드 인센티브는 경영주가 직원들에게 명확한 목표를 제시하고 이것을 달성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따를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기에 가능했다. 힐데브랜드는 지난 2006년 직원들에게 “ 앞으로 5년 안에 회사 가치가 두 배로 커지고 원유개발과 생산이두 배로 늘면 전 직원들에게 5만달러상당의 자동차 구입 바우처와 현금 3만5,000달러 가운데 원하는 것 하나를주겠다”는 내용의 ‘더블 드라이브’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힐코프는 2010년 목표를 달성했으며 약속대로 전 직원들에게는 5만달러 바우처 혹은 현금 3만5,000달러가 지급됐다. 지난 연말의 10만달러 보너스 역시 ‘더블 드라이브’ 목표 달성에 따른것이다. 이 회사 직원들로서는 열심히 일할 수 밖에 없는 강력한 동기가 부여된 것이다. 한 리셉셔니스트는 “ 이러니나뿐 아니라 다른 직원들 모두가 매일매일 100%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감격해했다.
미국에 힐코프가 있다면 한국에는한미약품이 있다. 지난해 초대형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시키며 주식시장의 총아로 떠올랐던 한미식품 임성기 회장이 1,100억원 규모의 개인주식을 전 직원들에게 무상으로 나눠주기로 했다는 따뜻한 소식이 연초한국을 달궜다. 그룹 직원2,800명에게 돌아갈 주식액수는 1인당 평균 4,000만원이다.
소식이 전해지자 인터넷에는 “진정한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다”는 등의칭찬 댓글이 줄을 이었다.
또 “소화제를 자주 먹는데앞으로는 한미약품 것만사먹겠다” “이런 경영마인드가 후세에까지 이어져 글로벌 토종기업으로 성장하기 바란다”는 덕담도 넘쳐났다. 임 회장이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기업브랜드 가치와 이미지에 벌써 기부액 이상의 효과를 거뒀다고 봐도 무방하다.
종업원들에게 엄청난 선물을 안겨준 미국과 한국 두 기업인의 공통점은 상속부자가 아니라 자수성가 부자라는 점이다. 힐코프의 힐데브랜드 회장은 밑바닥에서부터 이 회사를 일군 입지전적 인물이다. 임성기 회장도 종로에서자신의 이름을 내건 약국으로 시작한약사출신 기업인이다.
직원들에게 화통하게 쏘면서 회사를 성장시키고 기업 이미지까지 높이고 있으니 두 회장이야말로 ‘현명한 경영주’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리고 통 큰 회장님들 덕분에 생각지도 못한 거액을 손에 쥐게 된 두 회사 직원들은 ‘금수저 직장인’이라는부러움을 살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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