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퉁이는 중심이 아니다. 별로 대단하지않게 느껴지는 곳이 모퉁이다. 어느 식사모임에서 옆에 섰던 동료가 “나는 중심부에 앉아야 속이 시원해” 하면서 가운데 자리를 찾고 있었다. 나와는 생각이 다른 그에게 선뜻 자리를 내어 주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귀퉁이에 앉는 것이좋아졌다. 대개의 경우 사람들은 중심에 자리하기를 원한다. 중심이란 어떤 자리인가?전체를 아우르고 대표하며 많은 사람들 틈에서 눈에 뜨이기를 바라며 자신을 강조하고 싶은 욕망의 자리라 할 수 있다.
그러기에 회장님이나 선생님이 오실 때는 중심자리를 비워두고 기다리는 것이 예의이다. 중심은 중책을 맡은 사람이나 그행사의 주인공을 위한 자리이다. 음식상을받을 때도 어느 음식이건 손쉽게 집을 수있는 자리가 중심자리이다.
그에 반하여 귀퉁이 자리는 있는 듯 없는 듯 조금은 허술하고 겸손해야 할 자리다. 또한 그 중요도가 낮아서 조용히 있어야할 사람이 앉는 자리라 할 수도 있을 것같다.
나는 어쩌다 그러한 허름한 자리가 내자리인 듯 느껴지고 편하게 느껴질까? 남앞에 뾰죽 나서는 것을 대단하게 여기지않는 것도 사실이지만 근본적으로 나 자신이 대단찮음을 알기 때문에 가만히 감추고싶은 심리가 아닐까 한다.
한편 나의 지난날을 되돌아본다. 어린 시절부터 늘 반장을 맡았기에 조회시간에도맨 앞에 서야 했고 어떤 경우건 책임을 저야 하는 입장에 있었다. 그런 사실을 기억해 내면서 엉뚱하게 변해버린 자신에 스스로 놀란다.
살아온 생의 무게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나는 모든 것에 자신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디아스포라로 살면서 위축되어버린 것일지도모른다는 생각에 이르자 열패감이 엄습해왔다.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똑똑하게 사는 것보다 바보처럼 사는 것, 구호를 외치는 사람보다 구호를 묵묵히 실천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바꾸니 가슴한복판이 충만해지면서 환희 같은 것이 넘실거린다. 살아온 세월이 가르쳐준 것이라고 말하려한다.
진정한 자유는 겸손한 자리를 차지함으로써 가능하다고 믿어본다. 바보의 가치는소리 없는 실천에 있듯이, 귀퉁이에 조용히존재하는 것이 중심에 있는 것보다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그것은 옆 사람을 돋보이게해주는 일이며 덕 있는 태도일 것 같다.
해가 바뀌었다. 어제도 떴던 해가 오늘도같은 얼굴로 나타났지만 우리는 새 얼굴로맞이한다. 칠흑 같은 어둠을 틈타서 2016년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왔지만 저 혼자 기적처럼 온 것은 아니다. 2015년이라는 다리를 밟고 넘어온 것이다. 마치 귀퉁이 자리가있어 중심 자리가 존재하듯이 말이다.
어제가 있기에 오늘이 있고 오늘은 내일을 뒷받침 할 것이다. 시간은 그렇게 연달아 가고 사라져도 때마다 사연을 남긴다.
환호하며 두 팔 벌려 맞이한 신년을 어떻게 엮을 것인가,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시작은 끝을 암시하고 끝은 시작을 부른다. 지나친 기대 대신 차분하게 일상을 베 짜듯이따북 따북 채워간다면 그것으로 족하리라.
평범한 날들을 평범한 채로 보내려 한다.
찰나는 항상 절정을 꿈꾼다. 내 옆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지금 절정을 살고 있는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것은 청춘의 지성, 노년의 지성이 버물어진 소산이다.
나는 지금 무소유라 할지라도 앞과 뒤의연결고리가 현재의 나를 부요하게 하리라.
귀퉁이에 앉아서 2016년의 중심부를 향하여 환호하고 있다.
<
주숙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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