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로서 미국에 사는 재미들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스포츠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프로스포츠 경기를 마음껏 볼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즐거움이다. 특히 같은 핏줄의 한국선수들이 활약하는 경기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프로풋볼과 프로농구는 한국선수들이 진입하기에는 현실적 장벽이 너무 높다. 하지만 프로야구는 다르다. 박찬호가 물꼬를 튼 후 이제 메이저리그에서 한국선수들을 보는 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아니, 이제는 너무 흔한 일이 돼 버렸다.
이번 주 오승환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입단하면서 올해 메이저리그서 뛰게 될 한국선수는 모두 6명이 됐다. 지난 시즌 3명에서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이대호가 팀을 찾고 ‘룰5 드래프트’에 따라 LA 에인절스로 이적한 최지만까지 합류하게 되면 8명이 될 수도 있다.
한인들의 가장 큰 관심은 선수들 개개인의 성적이지만 한국선수들끼리의 맞대결 또한 더할 수 없는 재밋거리다. 이번 시즌 메이저리그 스케줄에 따르면 한국선수들끼리 맞붙을 가능성이 있는 경기는 총 61경기다. 특히 강정호가 속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오승환이 던지게 될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내셔널리그 중부조 라이벌로 시즌 개막 시리즈를 치르게 돼 이들의 맞대결은 일찌감치 성사될 전망이다.
또 아메리칸리그 소속인 볼티모어 오리올스 김현수와 미네소타 트윈스 박병호도 개막 시리즈를 포함, 여러 차례 만나게 된다. 지난해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불발됐던 피츠버그 강정호와 LA 다저스 류현진 간의 투타 격돌도 현재 두 선수의 재활로 볼 때 이번 시즌에는 성사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한 대결 못지않은 흥미를 모으게 될 관전 포인트는 한-일 대결. 현재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은 일본출신 선수들은 모두 6명. 한국 선수들과 같은 숫자다. 그러나 한국선수들이 타자 4, 투수 2명인 반면 일본 선수들은 투수 4, 타자 2명이다. 한국의 ‘창’과 일본의 ‘방패’가 벌이게 될 대결에 자연히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여전히 일본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갖고 있는 한인들이 적지 않음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
프로스포츠는 고단한 삶에 여가와 휴식을 선사해 준다. 때때로 단순한 오락거리를 넘어 우리에게 감동까지 준다. 부단히 노력하고 땀 흘린 끝에 메이저리그까지 진출한 한국선수들의 스토리 하나하나는 그 자체로 교훈이 되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이들이 그라운드에서 펼치는 활약은 절로 우리 모두의 자부심이 된다.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의 호쾌한 타격과 마운드 위에서의 위력적 투구는 저녁시간 미주 한인들과 아침시간 한국인들에게 청량감을 선사해 줄 것이다. 그리고 이들을 보여주는 미국 TV들의 중계와 언론보도는 대한민국을 널리 알리는 홍보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다. 대통령의 방미외교보다 훨씬 성과가 큰 것이 인성 좋은 한국선수들의 활약이다. 이들이 올 시즌 현재의 기대만큼만 플레이해 준다면 메이저리그 두 자릿수 한국선수 시대도 머지않아 보인다. 사는 재미가 뭐 별거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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