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솔린 가격이 떨어진 것은 소비자들에게 분명 희소식이다. 하지만 저유가로 산유국 경제가 휘청거리면서 글로벌 경제까지 위협받고 있다. 저유가가 경제에 긍정적 요인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이를 해치는 이른바 ‘저유가의 역설’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저유가에 따른 부정적 여파는 비단 경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 때 5달러대에 육박했던 개솔린 가격이 2달러대로 떨어지면서 도로 위 차량들이 크게 늘어났다. 주행 차량들이 늘어나면서 교통체증은 날로 극심해지고 있다. 러시아워 프리웨이는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풀러튼이나 발렌시아 등 30마일 정도 외곽에서 LA 직장으로 출퇴근 하는 근로자들이 도로 위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은 하루 3시간을 넘기 일쑤다. 경기침체와 고유가로 도로 위 차량들이 줄었을 때는 출근하는데 보통 1시간10분 정도 걸렸지만 이제는 1시간 반을 훌쩍 넘긴다. 사고가 나거나 고장 차량이 서 있기라도 하면 2시간에 육박한다.
차량이 조금만 늘어도 체증은 확 늘어난다. 왜 그럴까. 물리학에서 ‘창발’이라 부르는 현상 때문이다. 개개인 운전자들의 움직임, 가령 급정거를 한다든가 무리하게 차선을 변경하는 등의 행위는 전후좌우 차량들에 영향을 준다. 이런 작은 변화들이 쌓이면 그것은 전체 교통흐름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아주 긴 출퇴근길이 안겨주는 고통은 상당하다. 몇 년 전 미 예방의학협회저널은 “출퇴근 시간이 긴 사람들일수록 혈압이 높고 허리둘레가 크며 덜 건강할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스웨덴에서는 “통근시간이 매우 긴 배우자가 있는 집은 그렇지 않은 집보다 이혼 가능성이 40%가 높다”는 통계가 나오기도 했다.
그렇다고 집을 직장 근처로 옮기기도 쉽지 않은 일. 집값도 집값이지만 자녀들 문제, 그리고 거주지역에서 형성된 라이프스타일 등 바꾸거나 포기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그나마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면 시간도 활용하고 운전에 따른 스트레스도 줄일 수 있지만 대중교통망이 시원치 않은 남가주에서는 이것마저 용이하지 않다.
정부 차원에서도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지하철을 건설하고 프리웨이를 확장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체증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현재 개발 중인 무인차량이 상용화되고 전자신호 시스템이 가능해지면 창발 현상이 완화돼 교통 흐름이 한층 원활해지겠지만 먼 훗날 얘기일 뿐이다. 직장 근처로 이사하거나(아니면 집 근처 직장을 새로 잡거나) 전철을 이용하지 않는 한 출퇴근길 극심한 체증을 피할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불평만하기 보다는 출퇴근길을 자기만의 시간으로 잘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해 보는 건 어떨까. 출퇴근 운전을 하는 동안은 오롯이 ‘나 혼자만의 시간’(Me Time)이다. 뉴스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오디오 북을 들으며 자기계발을 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그날그날의 일과를 정리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 출근길이다. 칼럼니스트에게도 출근길은 그날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 생각하고 다듬는 가장 효율적인 업무시간이다.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도 주로 운전을 하면서 영화를 구상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은 긴 출퇴근을 해야 하는 직장인들을 위한 맞춤형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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