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더스 아성, 힐러리 대세론 기로에 트럼프 연패 때 회복불능 나락으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경선후보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2일 뉴햄프셔 맨체스터로 장소를 옮겨 한 수퍼마켓을 찾아 지지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선 레이스의 첫 관문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가 끝나기 무섭게 전선의 중심축이 뉴햄프셔로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오는 9일 실시되는 뉴햄프셔 예비선거는 당원들만 제한적으로 참여하는 아이오와 코커스와 달리 일반 유권자들까지 폭넓게 참여하는 프라이머리 형태로‘본선의 흐름’을 미리 읽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진정한 대선 풍향계라는 평가가 나온다.
뉴햄프셔주 자체는 미국 50개 주 가운데 그 크기가 46번째이고 인구 규모도41번째인 133만명(지난해 기준)인 소주이다. 선출 대의원도 고작 민주 32명(전체 4,764명), 공화 23명(전체 2,472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역대 경선 역사를돌아보면 미국 대선의 물줄기를 좌지우지할 정도의 정치적 파괴력을 보여왔다. 1976년 이후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한 경우를 제외하고 민주당에서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를 승리로 이끈 7명의 경선후보 중 4명이 대선후보로 지명됐다. 공화당에서는 뉴햄프셔를 차지한 8명의 경선후보 중 5명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여기에 아이오와 코커스가 무분별하게 난립한 양당의후보군을 일정하게‘교통정리’하는 역할을 한다면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는이를 다시 의미 있는 2강 또는 3강으로 압축시켜 경선구도를‘확정’짓는 효과를 갖는다.
▲민주당
우선 민주당의 클린턴 후보는 아이오와에서 그야말로 신승을 거두기는 했지만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는 일러 보인다. 전국적으로 높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신승을 거둬 “상처뿐인 영광”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어서다.
특히 샌더스 돌풍은 클린턴 후보도 자유로울 수 없는 워싱턴 주류정치에 대한 국민적 변화 욕구를 강력히 반영하고 있어 이를 거스를 경우 예기치 못한 ‘표의 심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뉴햄프셔는 샌더스 후보의 아성이다. CNN-WMUR의 뉴햄프셔 공동 여론조사(1월27∼30일)에 따르면 샌더스 후보는 57%의 지지율로 클린턴 후보(34%)를 무려 23%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일 뉴햄프셔에서 샌더스 후보에게 큰 격차로 역전을 허용한다면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거둔 승리의 효과는 반감되고 대세론도 반드시 순항한다고 보기 힘들다. 특히 클린턴 후보는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자신을 턱밑까지 추격한 샌더스 돌풍의 위력을 체감한 터라 긴장을 늦출 형편이 아니다. ‘이메일 스캔들’이라는 악재가 또다시 재발한 점도 클린턴 후보로서는 몹시 불안한 대목이다.
클린턴 후보는 설령 뉴햄프셔에서 지더라도 이달 하순 예정된 네바다 코커스(20일)와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27일)에서 샌더스를 상대로 확실한 우위를 과시하고, 12개 주가 동시에 실시하는 ‘수퍼 화요일’(3월1일)에서 사실상 승패를 결정짓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공화당
공화당의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는 이변의 연속이냐, 대세론의 부활이냐를 가름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화당의 경우 1980년 조지 H.W. 부시, 1988년과 1996년 밥 돌, 2000년 조지 W. 부시, 2008년 마이크 허커비 후보는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승리했지만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고배를 마셨고, 이 중 조지 W. 부시를 제외하고는 모두 낙선했다.
크루즈 후보로서는 아이오와에 이어 뉴햄프셔에서 연거푸 승리를 거둬 트럼프 대세론의 날개를 꺾고, 그 여세를 몰아 네바다와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20일), 네바다 코커스(23일), 수퍼 화요일 14개 주 경선(3월1일)에서 승리를 거머쥐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당장 뉴햄프셔 여론 흐름이 유리하지만은 않다. CNN-WMUR의 뉴햄프셔 공동 여론조사에서 크루즈 의원은 12%를 얻는데 그쳐 30%를 기록한 트럼프에 18%포인트나 뒤지는 것으로 나와 있다.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트럼프로서는 뉴햄프셔에서 어떤 식으로든 대세론의 불씨를 다시 살려야 할 처지에 놓였다.
뉴햄프셔에서 크루즈에 비해 여론 지지율이 두 배 이상 높은 점이 트럼프로서는 위안이 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아이오와에 이어 뉴햄프셔마저 놓친다면 전국적으로 높은 지지율에도, 자칫 되돌릴 수 없는 위기의 나락에 빠져들 공산이 크다. 이후 네바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수퍼 화요일 14개 주 경선에서 줄줄이 패배하는 ‘도미노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3위권에 랭크된 루비오 후보로서는 이번 코커스에서 크루즈와 트럼프를 상대로 한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는데 의미를 두고 뉴햄프셔 공략에 총력전을 펼 태세이다.
1992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아이오와에서 3위를 차지했지만 결국 대선후보로 지명되고 대선에서 승리한 점과, 2008년 공화당 경선 때 존 매케인 후보가 아이오와에서 3위를 기록했다가 뉴햄프셔에서 1위로 오르고 결국 대선후보로 지명된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뉴햄프셔에서 선전할 경우 ‘대역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으리라는 게 루비오 측의 기대다.
젭 부시와 크리스 크리스티, 존 케이식 등 군소후보들은 일찌감치 아이오와 코커스를 포기하고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 집중해 왔다는 점에서 이변을 연출해 내겠다는 각오를 내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성적이 부진한 후보들의 경우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를 거치며 중도 사퇴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양당의 경선구도가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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