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치 강압적 언행’ ‘자폐증 호전 효과’
▶ 불편한 몸 상태 알고도 멈추지 못하게 고성, 가족들“나쁜의도 아냐”
지적장애를 가진 청년이 마라톤을 통해 사회와 소통해 나가는 과정을 그려 주목을 받은 영화 ‘말아톤’은 실제 현실과 괴리가 있는 것일까.
지난 주말인 6일 오렌지카운티에서 열렸던 헌팅턴비치 마라톤 대회에서 자폐를 앓고 있는 10대 한인 소년이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해프마라톤을 완주했지만, 주변에서는 그가 강압적 분위기에서 달려야 했다며 ‘아동학대’가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하고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자폐가 있는 한인 김모(13)군은 1만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이번 대회에서 한인 코치와 함께 뛰며 1시간36분48초의 성적으로 피니시 라인에 골인했다.
그러나 이날 대회 현장에서 마라톤을 지켜봤던 상당수의 한인들은 당시 김군이 불편한 몸 상태에서 코치의 강압적 언행 아래 마라톤을 뛰어야했다며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마라톤에 참가했던 한 한인은 “김군과 함께 달리던 코치는 소년이 뛰면서 설사를 했는지 다리 사이로 배설물이 흐르고 있었는데, 코치가 이를 알면서도 멈춰 세우지 않고 언성을 높이며 ‘계속 뛰어’ ‘멈추지 마’ ‘빨리 가’ 등 강압적인 언행을 하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한인 마라톤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군은 지난 2014년 7월에도 한인 마라톤 동호회 이지러너스 회원들과 함께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대회에 참석했는데 당시에도 이와 비슷한 코치의 강압적 행동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지러너스의 한 관계자는 “김군의 코치는 다른 마라톤 대회에서도 이러한 강압적인 모습을 보였다. 일전에 너무 심하다 싶어서 동호회 회원이 이를 제지했지만 자폐라는 이야기를 듣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며 “이 코치는 이지러너스 소속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군의 가족은 마라톤을 통해 자폐증세가 호전되고 있다며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김군의 어머니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소리 치고 강요하지 않으면 아이는 말을 듣지 않고 더 심한 행동을 한다. 그나마 마라톤으로 인해 상태가 좋아졌다”며 “이번 마라톤에서 보인 코치의 행동은 나쁜 의도는 아니었지만 코치에게 주의를 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압적인 행동과 운동만으로 자폐환자가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LA 한인가정상담소의 폴 윤 상담치료사는 “자폐를 앓고 있는 아이들은 한쪽으로 치우친 치료방법보다 전문가들과 함께 행동, 심리, 스피치 분야 등 세분화된 치료가 필요하다”며 “강압적인 교육방식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
배군찬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