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세의 독신 남, 그는 중국집 자장면 배달원이었다. 결혼을 하지 않았으니 물론 아내도 없고 자녀도 있을 리 없다. 집도 없고 돈도 없고 배운 것도 없고 오직하나 직업이 있다. 매일 식당 음식을 배달하는 고단한 노역이다. 그 직업에 성심을 다하고 살았던 그의 이름은 김우수라고 한다. 지난 2011년 자장면 배달 중 교통사고로 사망한 그의 이야기를 최근 어느 지인이 보내준 글에서 읽었다.
그해 9월23일 자장면 배달 오토바이가 승용차와 충돌하여 병원으로 급송되었으나 그는 살아나지 못했다. 외롭고 가련한 죽음이다. 그러나 그가 죽었을 때 어린이 재단후원회장 최불암씨가 상주노릇을 했고 많은 어린이들이 그의 영정 앞에서 애도했다.
그는 겨우 몸을 펴고 잘 수 있는 쪽방에서 살았다. 월급은 70만원. 그 중에서 매월 5만~10만원을 어린이 재단에 보냈다. 소년소녀 가장을 돕고 싶은 간곡한 바램이었다. 2006년부터는 4000만 원짜리 종합보험을 들어서 부어나갔다. 죽으면 그 돈을 어린이재단에 기부할 작정이었다.
그는 늘 당당하게 살자, 희망을 잃지 말자며 어린이들을 다독였다 한다. 그는 헐벗고 고독했지만 바른 길을 찾아가는 사람이었다. 그는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삶을 살았다.
인간이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어떻게 사는 것일까?
그는 인간으로서의 구실을 다하고 산 사람이라고 높이 받들고 싶다. 그는 가장 가난하게 살았지만 가장 부자로 살았다. 별로 길지 않은 삶을 살았지만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남는 불멸의 삶을 살았다. 그의 빈소에는 생시라면 감히 그림자도 볼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사람,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이 와서 조문을 하였다니 그는 험하고 가파른 생애를 살면서도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가늠할 줄 아는 사람이었나 보다.
인간의 죽음은 매일 계속되고 있다. 창조 이래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죽는다. 그가 맺은 생의 완결점에서 숭고한 이타 정신이 두드리는 자명고 소리가 가슴을 때린다.
교통사고로 죽게 되어서 횡사라 할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이 아닌 것 같다. 그는 세상에 진짜 전하고 싶은 사연을 종이에 적기보다, 말로 하기보다, 비록 사고사였지만 선연한 육체의 언어로 보여주었던 것 같다.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를 만인에게 진한 흔적으로 웅변하고 간 것이다.
그의 삶은 억새밭에서 구르다 죽은 보잘것없는 삶이 아니었다. 충분히 만인의 귀감으로 살았기에 많은 사람들이 생의 마지막 의식을 빛내 주었고 그가 사랑했던 어린이들이 달려와서 울부짖었다. 그의 생애가 숭고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가 뿌리고 간 사랑의 씨앗은 겨울에도 얼지 않을 것이며 그의 생애가 먹구름에 싸였었다 할지라도 먹구름은 태양을 일시적으로 가릴 수는 있을 뿐이다. 근본적으로 가릴 수는 없는 것이다.
그는 고난을 승화시키며 미래를 조망하는 사람이었고 어둠속에서 새벽을 만나는 기적처럼, 죄악에 물든 세상을 정화시킨 사람이었다. 이러한 사람이 있기에 세상은 살만하다. 쓰디쓴 인생을 버틸 수 있는 것은 희망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란다.
그는 하루하루 적금이 쌓여 가는데서 기쁨을 찾았을까. 자기가 보낸 작은 정성이 한 끼라도 고아들의 속을 뜨뜻하게 데울 수 있다는 사실이 즐거움이었을까. 일면식도 없는 고인을 향하여 무성한 추측을 해 본다.
가난하게 그러나 따사롭게 살다간 그를 추모하는 내 마음의 골짜기에 끊임없이 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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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숙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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