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7월 버지니아 찰스턴 페스티벌에서는 두 명의 연방 대법관을 주인공으로 하는 새 오페라가 선보인다. 데릭 왕이 작곡한 이 오페라의 제목은 ‘스칼리아/긴스버그’로 앤터닌 스칼리아와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가 주인공이다. 스칼리아가 “정의는 눈멀었다”는 아리아를 부르며 등장하며 긴즈버그가 유리 천장을 깨고 감옥에 갇힌 스칼리아를 구해낸다는 것이 줄거리다.
독실한 가톨릭인 스칼리아와 유대인 여성인 긴즈버그는 출신 배경이 다를 뿐 아니라 정치 성향과 헌법을 해석하는 시각도 극과 극이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대법원에서 가장 친한 친구다. 이들은 오페라도 함께 구경하고 상대방 집에서 파티를 즐기기도 한다. 주위 사람들이 정치색이 다른 두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어울릴 수 있느냐고 묻자 스칼리아는 “긴스버그는 오페라를 좋아하고 매우 좋은 사람이다. 싫어할 것이 뭐가 있겠는가. 법적 견해만 빼고”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 스칼리아가 지난 주말 텍사스에서 79세로 사망했다. 사냥 여행을 갔다 아침에 호텔 방에서 시체로 발견된 것이다. 스칼리아는 금세기 가장 위대한 보수주의 법조인으로 불린다. 연방 헌법을 시대의 흐름에 맞춰 새롭게 해석하는 자유주의 법해석이 주류로 자리 잡은 60년대 헌법은 원래 헌법을 쓴 사람의 의도를 헤아려 해석해야 한다는 ‘원천주의’(originalism)와 법의 해석은 오로지 원문에 충실해야 한다는 ‘원문주의’(textualism)를 내세워 법 해석의 혁명을 일으켰다.
그가 창립 멤버인 ‘연방주의 협회’(The Federalist Society)는 미국 보수주의 법조인의 아성으로 리버럴 주도의 미 법조계 지형을 바꿔 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헌법은 판사가 마음대로 해석할 수 있는 “살아있는” 문서가 아니라 원작자의 의도를 존중해야 하는 “죽은” 문서라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그런 그에게 보수파들의 찬사가 쏟아지는 것은 놀랍지 않다. 놀라운 것은 리버럴 진영에서도 그의 법조인으로서의 위대함과 영향력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 역시 자신과 견해가 다르더라도 유능한 법조인을 알아보는 눈이 있었다. 1986년 레이건에 의해 지명돼 연방 대법관이 먼저 된 스칼리아는 1993년 클린턴이 대법관 지명을 앞두고 있던 시절 변론 상대로 누구를 이상적인 인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는 주저 없이 긴즈버그를 지목했고 얼마 후 긴즈버그는 대법관으로 지명돼 스칼리아 옆에 앉았다.
그의 사망 소식을 들은 긴즈버그는 “그는 마음을 사로잡는 탁월함과 위트, 가장 엄숙한 판사도 웃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인물이었다”며 “그를 동료와 절친으로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나의 행운”이라고 말했다. 정치적으로 정반대의 견해를 가진 인물로부터 이런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은 복 받은 사람이다. 스칼리아는 결혼은 남녀 간의 결합이며 피임은 죄라는 가톨릭 교리에 충실해 아홉 자녀를 남김으로써 선진국의 골칫거리인 저출산 문제 해소에도 기여했다. 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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