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민주주의 나라인가. 생뚱맞은 질문같이 들린다. 그러나 정치계절만 되면 신문지면을 장식하는 것은 이른바 정치 명문들이다.
선거판은 그들 간의 각축장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한다. 그러니 그런 질문도 무리가아니다.
“미국 정가는 귀족 가발만 쓰지않았을 뿐 루이 14세 궁정과 닮았다.” 수년 전 워싱턴포스트의 지적이다.
연방 상원의원 다섯명중 하나는 가업이 정치인 양 그 자리를 물려받았다. 집안 덕에 그 자리에 오른 하원의원도한 둘이 아니다. 지방 무대로 눈을 돌리면‘ 금 수저’출신 정치인의 파워독점현상은 더 심하다. 그걸 꼬집었던 것.
미국의 정치사는 일면 정치명문(political dynasty)의 명멸의 역사로도 보여 진다. 건국 초기부터 숱한정치 명문들이 존재해왔고 시대의부침에 따라 그 명문의 족보가 바뀌면서 새로운 ‘폴리티칼 다이너스티’가 탄생해왔기 때문이다.
효시격인 미국의 정치 명문은 최초로 부자 대통령을 배출한 애덤스(2대 존, 6대 퀸시)가다. 할아버지와손자가 대통령이 된 해리슨(9대 윌리엄 , 23대 벤저민)가도 손꼽히는정치 명문이다.
26대 대통령(시오도어)과 32대 대통령(프랭클린)을 낸 루스벨트 집안도 대표 격인 정치 명문이다.‘ 정치적 금 수저’하면 빼놓을 수 없는 집안은 케네디가다. 연방 상하원의원,주지사 등을 배출한 록펠러가도 내로라하는 정치 명문이다.
최근 들어 정치 명문으로 그 성세를 높여온 것은 부시집안이다. 조지H W 부시(41대)와 조지 W 부시(43대) 부자 대통령을 배출했다. 거기다가 조지 W의 동생 젭 부시는 주지사를 지냈다. 그리고 정치 시즌만되면 잠룡으로 주목받아왔다.
때문에 케네디, 루스벨트, 록펠러가 등을 제치고 부시집안이 ‘넘버 1 정치명문’으로 등극하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으로 생각돼왔다. 그리고 2016년 대선이 바로 그 무대가 된다는 거였다.
2016년 2월20일. 젭부시는 눈물의 고별사를했다. 후보를 사퇴한 것이다.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만 빼고 형인 조지 W, 어머니까지 지원에 나섰다.
부시 가문이 총출동했던 것. 그 사우스캐롤라이나 예선에서 아웃사이더 도널드 트럼프에게 굴욕적인 패배를 당한 것이다. 무엇을 말하나.
정치 명문출신이란 사실은 때로축복이기 보다는 저주에 가깝다. 위대한 유산을 남긴 선대와 자주 비교된다는 것이 그 한 이유다. 또 다른 이유는 그 족보에 갇혀 시대의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시가문의 퇴장은 후자의 경우에 속하는 것이 아닐까. 유권자들은워싱턴 기득권층에 염증을 내고 있다. 그런 마당에 그 화려한 족보는오히려 거부감만 준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부부 대통령 탄생이란 꿈을 안고새로 정치 명문으로 부상하려는 것이 클린턴가다. 그 클린턴가의 힐러리와 또 다른 아웃사이더 버니 샌더스의 대결, 민주당 경선 레이스는어떤 결말로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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