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안에 사람들이기 무섭네요”
▶ “잘 봐주겠다”던 보모는 갑자기 연락두절 되기도, “채용시 여권*영주권 등 신분증 복사는 기본”
제클린 이(퍼시피카 거주)씨는 가족과 집으로 들어서는 순간 소스라치게 놀랐다.
강도가 들은 듯 집안 서랍이 열려 있었다. 그는 순간 혼자 있었던 도우미 할머니가 생각났다. 혹시 강도한테 화라도 당한 건 아닐까 순간 불길한 마음이 스쳤다. 경찰에 전화하고 콩탕거리는 마음으로 할머니를 부르며 방문을 열었고, 다행히 할머니는 집안에 없었다. 화를 면하고 근처에 산책이라도 갔나 보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씨는 “경찰이 와서 하는 말이 ‘외부에서 문이나 창문을 부수거나 강제로 연 흔적이 없다’는 거였다”면서 “다시 할머니 방으로 가서 옷장을 열어보니 우리 집에 들어 올 때 있었던 옷가지와 가방이 사라졌다”고 황당해했다. 이씨는 허리를 심하게 다치면서 집안일을 할 수 없게 되자 2주 전쯤 이 할머니를 고용하게 됐다.
그는 “처음 사람을 써봐서 어떻게 고용해야 하는지 몰랐다. 월급 문제만 이야기 했다”며 “할머니가 ‘아들과 며느리랑 같이 살았는데 사이가 안 좋아서 도망치듯 나왔다’고 해 더 이상 묻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실제로 작은 가방 하나만 갖고 들어와서 그런 줄 믿었다”며 “말 수는 적지만 일도 열심히 하고 성경책도 읽고 하셔서 성실하고 좋은 분이라고 착각했다. 그게 다 보여주기 위한 ‘쇼’였다”며 고개를 저었다.
불행 중 다행히도 평소에 외출을 하면서 안방 문을 잠그지 않지만 그날따라 이상한 마음이 들어 방문을 잠그고 나가 귀중품은 도난당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씨는 “2주치 월급을 주면서 ‘아들 집에 있는 손자에게 보내려고 하는데 혹시 2주치 선불이 가능하냐’고 물어 측은한 마음에 줬다”고 전했다.
그는 “같이 찍은 사진도 없고, 경찰도 도난당한 물품이 없다보니 크게 신경 쓰는 것 같지 않았다”며 “혹시 있을 추가 피해자를 위해 이 일을 알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에 따르면 할머니는 경상도 말투에 키는 155-160센티의 다소 마른 체형에 오른쪽 다리를 약간 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관련 피해 방지를 위해 여권이나 영주권 등 증명서(ID)를 꼭 복사해 놓고 비상상황을 대비, 친구나 친지 등 연락 가능한 제3자의 연락처를 알아놓을 것을 당부했다. 이씨처럼 정확히 알아보지 않고 급한 마음에 집안에 사람을 들였다가 비슷한 피해를 본 사례가 또 있다. 김모(산마테오)씨는 애를 맡아줄 마땅한 보모를 구하지 못했다. 연락이 오는 사람들이 단순한 ‘알바’로 생각해 애를 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 지원하거나 말투가 하도 쌀쌀맞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다가 50대 중반의 아주머니를 만났는데 서글서글한 말투에 친근한 인상이 딱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6개월짜리 관광 비자를 받고 딸집에 와 있기 때문에 앞으로 5개월은 봐줄 수 있다는 게 걸렸다. 김씨는 “5개월 동안은 시간이 있으니 이분을 고용하고 그 기간 동안 사람을 구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처음 두 달은 괜찮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게 끝이었다. 월급을 받고 난 다음 날 회사를 출근해야하는 데 아주머니는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통화가 된 딸이 “엄마가 갑자기 한국에 가게 됐다. 미안하다”는 무책임한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미 비자가 거의 만료된 상태여서 채용이 안 될까봐 거짓말을 하고 보모로 들어왔던 것. 김씨는 “자신은 떠나면 되지만 애와 가족 모두 피해를 봤다”며 “한동안 마음고생이 심해 사람 들이는게 불안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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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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