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기금을 위해 20여명이 모여 만두를 빚고 있었다. 그 중내 한국일보 칼럼을 꾸준히 읽어 오시며 격려해주던 한 지인이 “모니카는 애들 키울 때 정말 칼럼에 쓴 것처럼 그렇게 해?”라고물어오셨다. ‘그러게… 난 어떻지?’라는 짧은 질문이 머리를 스친다.
“Yes이기도하고 No이기도 해요. Yes인 부분은 대부분 제 글이 심리학적 이론이나 원칙을 설명하기 보단 경험과 깨달음들을쓴 글이니 어느 정도는 Yes죠.
그렇지만 저도 감정이나 상황들이 늘 계획대로 조절되고 통제되는 건 아니니까 No이기도 해요.”
새해에 던져진 지인의 질문에나를 찬찬히 비춰본다. 난 정말내가 쓰는 글처럼 살고 있나? 어떻게 자녀를 교육하고, 마음을다스려 우울함과 두려움을 극복하고, 얽힌 관계를 회복시키는지에 대해 글을 쓰고 강의를 하는나는 정작 그렇게 살고 있나? 애쓰고 있는 걸로 충분하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건 아닌가? 이강룡의 ‘글쓰기 특강’에서‘ 글과삶이 일치할 때 아주 높은 단계의 글쓰기가 가능하다’는 말을들을 때‘ 아! 글은 쓰는 게 아니라 사는 거구나’라고 느꼈던 작은 충격이 떠오른다.
피부과 의사의 딸이 여드름에시달릴 수 있고 선생 자녀가 공부를 못할 수 있듯이, 상담사의자녀도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겪으며 부모와 갈등을 겪고 아픔과 어려움도 겪는다. 그러나 그런 사춘기 자녀를 겪었기에 자녀 문제로 상담소를 찾는 부모들의 아픔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이혼한 부부상담 전문가가이혼을 겪으면서 부부의 입장과아픔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해 간다. 우울증을겪어본 상담사나 정신과 의사가두려움과 우울함을 겪는 내담자의 마음을 더 공감하고,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이 상실감과슬픔을 겪는 이에게‘ 그 마음 나도 알아요’라고 말할 수 있다.
상담사인 나도 삶의 고민과갈등과 심리적 어려움이 여전히내 삶의 진행형이다. 어렵게 검은 산 하나를 겨우 잘 넘었는데,잠시 후 또 다른 모양의 산이 내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여전히 관계의 어려움으로 고민하고, 때로는 좌절된 기대로 인해 깊은 상실감과 슬픔에 휘둘리기도 하고,때론 어깨를 짓누르는 깊은 우울감에 빠져들기도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상담사의 지식과 학력과 능력 때문에 위로받고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그가 겪은 아픔과 상처를 통해 배운 공감능력과 누가 이 마음을알고 있고 함께한다는 동질감을통해 회복되고 위로 받음을 상담을 하며 경험한다.
유달리 눈과 비가 많이 내려햇빛 양이 현저히 줄어든 2월에마음에 불청객처럼 찾아온 우울함에 한동안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 큰 책임과 부담을 짊어져야할 중요한 결정 앞에 ‘잘 할 수있을까’라는 두려움과 생각의 꼬리들이 무겁게 마음을 짓누른다.
설상가상으로 한국에서 손님이한주 동안 집에 머물고, 날씨 탓에 운동이나 등산도 할 수 없다보니 퍼내기 못해 꽉 찬 스트레스와 삶의 무게가 마음의 용량을 넘어서 천근만근으로 버겁게다가오던 시간들.
그럴 때면 스스로에게 상담사가 된다. 자주 깊은 호흡을 하며마음을 가라앉히고 과거나 미래로 달려가는 생각을 오감을 느끼며 지금 여기(here & now)를자꾸 기억하려 애쓴다. 블라인더를 열고 시간이 나는 대로 밖에나가 햇볕을 쬐면서 ‘이것도 지나가리라’는 말을 되뇌이며 묵묵히 하루씩을 견디다 보면, 어느새 우울함과 무기력함이 서서히옅어지며 예전의 나를 회복하는경험을 한다.
여전히 가끔 넘어지고 무너질수 있는 사람임을 인정하고 나면 오히려 마음에 평안이 찾아온다. ‘내가 정말 잘 할 수 있을까’란 커다란 책임감에 마음이짓눌린다고 동료 상담사에게 나누니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마세요”라고 조언해준다. 맞다. 내가할 수 있는 만큼 하면 되는데 잘해서 인정받으려는 욕심이 앞서면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생각에 깔려 죽을 수 있음을 자주 기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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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카 이 심리 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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