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인들이 미국 영화계를 좌지우지한다는 것은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 인구의 2%에 불과한 유태인들이 사실상 미국을 움직이고 있지만, 이미지가 중요한 시대에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산업이 이들에게 장악되어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이들의 위력이 훨씬 크다는 말이 된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까지 할리웃에서는 2차 세계대전 중 유태인들이 겪은 수난을 다룬 영화들이 숱하게 만들어졌고, 이들의 수난사는 전 세계에 반복적으로 커다란 울림을 전하고 있다.
지난 주 열렸던 제 88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도 외국어 영화상이 ‘사울의 아들’에게 돌아갔다. 이 영화는유태인 수용소 내에서 학살된 동족들의 시신을 처리하던 ‘존더코만도’ 사울에게 어느 날 아들의 주검이 도착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이 영화를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어느 평론가는 “정교하게 재현된 사운드를 통해 관객은 사울이 느끼는아우슈비츠의 공기와 감촉, 혼란과광기의 기운을 고스란히 느끼게 된다”고 적었다(시네 21, 박소미).
이 문구를 보며 나는 한국에서 14년 만에 힘들게 만들어져 기적적으로 관객수 100만을 돌파했다는 영화 ‘귀향’이 생각났다. 여기서 ‘ 아우슈비츠’란 단어 대신 ‘위안소’를 집어넣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그런데 왜 우리의 ‘위안소’ 영화는충무로의 아웃사이더 감독이 14년동안의 고군분투 끝에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만들어져야 했을까? 7만5,000명의 일반 시민들이 나서서 한 푼 두 푼을 보태고, 배우나 스탭들은 시간과 재능을 기부하고… 그렇게 기나긴 산고를 거치며 어렵게 영화는 만들어졌고, 그러 자이번에는 배급사를 찾지 못해서, 개봉관을 찾지 못해서 좌절을 거듭해야 했다.
나는 2년 전, 한국 정신대문제 대책협의회(정대협) 관계자와 함께 시카고를 방문하신 김복동 할머니를 뵌 적이 있다. 당시 김 할머니와 정대협 관계자들은 LA 인근 글렌데일 시평화의 소녀상 제막식 참석차 미국을 방문해 워싱턴, 시카고 등지를 순회하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연대 활동을 촉구했었다.
당시 이 모임에 참석할 때 까지만해도 나는 위안부 할머니들과 정대협의 활동을 상당히 제한적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전쟁의 한 가운데서 무자비한 성폭력에 희생되었던 피해자들로, 정대협은 이할머니들의 아픔을 보듬고 지원하는 단체 정도로 이해했었다.
그러나 그 날 김복동 할머니는온 세상에 역사의 진실을 증언하며 평화와 여성 인권을 외치는 당당한 인사로 다가왔다. “지금 이 순간도 아프리카 내전 지역에서 고통 받고있는 여성들의 손을 잡아 주고 싶다”고 하신 할머니의 말씀이 심금을 울렸다.
그 자리를 통해 비로소 위안부 문제는 피해 여성들의 한풀이와 보상차원이 아니라 차별과 억압, 폭력으로 신음하는 전 세계 여성들을 위한연대 활동으로 그 지평을 확대해 나갔음을 알게 되었다.
이번에 ‘귀향’이 작은 돌풍을 몰고온 데에는 영화가 담고 있는 치유와 인간회복의 메시지도 한 몫을 했다고들었다.
‘귀향’을 시작으로 할머니들의 염원을 담은 좋은 영화들이 더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전 세계가 우리 할머니들이 겪으신 지옥 같은 삶을 더 많이 알게 되고, 거기서전쟁의 광기와 희생자들의 절규뿐만아니라 이를 극복한 인간의 존엄과휴머니즘, 평화에의 염원을 보게 되면 좋겠다. K-팝에 이어 K-뷰티가 대세인 세상이니 그리 꿈같은 바람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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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민 국제 로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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