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라 허스턴 (Zora N. Hurston,1891-1960)은 20세기 전반에 활동했던 흑인여성 작가이다. 흑인이며 여성이라는 이중핸디캡을 오히려 자신의 문학자산으로 삼아서 당시 주목받는 작가로 명성을 얻었다. 사후한동안 잊혀진 듯했으나 1975년 퓰리처 수상 흑인 여성작가인 앨리스 워커의 노력으로 재조명을 받게 되었고, 대표작인 “그들 모두의 눈은 신을 응시하고 있었다(Their Eyes WereWatching God)”는 이제 많은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추천, 필독도서로 선정되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제이니는 남북전쟁 끝날 즈음 백인농장주와 흑인노예인 내니 사이에 태어난 딸의 딸이다. 내니는 딸이 제이니를 낳고 집을 나가 소식이 끊기자 손녀를 혼자 기르고, 제이니가 16세가 되자 60에이커 농지를가진 중년의 흑인에게 결혼시킨다. 결혼생활에 행복을 못느낀 제이니는 어느 날 도망치듯 집을 나가고, 그후 두번의 재혼을 통해 새 인생을 시도하지만 모두 실패로 끝난다.
수많은 역경 가운데에서도 제이니는 절망하지 않고 의연한태도로 자신을 지켜가면서, 파란만장한 과거를 뒤로 한 채옛날 집으로 돌아온다.
소설에서 저자는 두명의 흑인여성을 통해 흑인들 의식세계에 깊이 박혀있는 열등의식,여기에서 파생된 자기비하와자기혐오를 파헤친다. 제이니는 “크림 탄 커피색 피부, 꼬불꼬불하지 않은, 길고 윤기있는 머릿결, 넙적한 코와 두꺼운 입술이 아닌 오뚝한 코와얇은 입술”의 외모 때문에 흑인사회에서 백인으로 우대 받는다. 그러나 그는 백인이라는헛된 우월감에 빠지지 않고,흑인으로서의 소속감에 편안함을 느끼는 주체의식이 단단한 여성이다.
제이니와 정반대되는 위치에터너라는 동네여자가 있다. 터너는 제이니의 세번째 남편을보고는 “아니, 당신같이 예쁜 ‘백인’ 레이디가 어떻게 저렇게새까만 ‘깜--’하고 결혼했지?” “유모차 안에 누어있는 새까만애를 보면 꼭 우유 속에 빠진파리새끼 같지 않니?” “어디를가나 웬 흑인들이 이렇게 많지?흑인들 숫자만 적어도, 백인들이 우리를 받아 줄텐 데….” 오랜 세월 약자로 짓밟혀온 흑인들의 서글픈 자기비하, 자기혐오를 저자는 이렇게비유했다. “흑인들 중에는 마음속에 제단을 쌓아놓고, 제단 위에 신을 모시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이 신은 코케이시안 이목구비를 지닌 백인으로, 자기를 숭배하는 열등인간을 매질하고, 높은 곳에서 밀쳐버리고, 사막에 홀로 내버리는 등 잔인한 짓을 하지만,그럴수록 신봉자는 점점 이신에 매달린다. 열심히 섬기면 언젠가는 자기도 백인모습을지니게 될 것이고, 백인들이사는 파라다이스에 가게 된다는 믿음 때문이다.” 저자는 또 “우리는 법적으로노예신분에서 해방되었지만, 진정한 해방은 우리 의식 속에 깊이 박혀있는 노예속성을 완전히 떨쳐버리고, 스스로를 존중하는 자유인이 될 때 비로소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설의 배경이었던 시대에비해 현재 흑인들의 지위는격세지감이 들만큼 향상되었다. 인간대접을 못 받으면서도 강자의 제단에 엎드려 자기혐오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터너들이 더 이상 다수가 아닌 세상이 된 것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다가온다. 이민자로 살아오면서 의식과 무의식 속에 서서히 쌓였을지도 모르는 약자의식과 자기비하 때문에 혹시 나를 이등 삼등시민으로 취급하는 후보에게 자동적으로 표를 던지지는 않을까? 100년 전에 이미 “스스로를 존중하는 자유인” 이라는 개념을 약자 중의 약자인 흑인여성에게 강조했던 저자의 선구자적 사고에 깊이 감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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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진 교육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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