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는 속담이 있다. 하지만 나는 그 속담에 전적으로 수긍하기가 어렵다.
칼 같이 날카로운 것이 물을 벤다고 해도 다시 원래의 형태로 돌아 오듯 부부의 싸움도 결국 다시 원래의 관계로 돌아간다는 뜻이 아닌가? 물론 부부 관계라는 것이 완벽할 수는 없다. 서로 싸우기도 하고 언성이 높아질 때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진정으로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가 성립되는 경우는 남편과 아내 둘 다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경우에 가능하다. 이 속담은 여성 한 쪽의 복종으로 인해서 성립되는 ‘물베기’를 요구하는 뜻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을 것이다.
요즘 시대는 그나마 많이 나아졌지만 불과 우리 부모님의 시대까지만 하여도 남존여비의 여파로 가정과 사회에서 여성들에게 많은 것을 희생하고 살라고 요구하면서 살지 않았던가. 남편의 손찌검이나 폭행은 집밖에서 표현해서는 안 되는 일이거나, 그저 종종 일어날 수 있는 가정문제일 뿐, ‘범죄’의 카테고리 안에 넣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미국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과거에 가정폭력 피해자가 고발했을 경우 고발자가 맞을만하니깐 맞았다고, 여성이 지나치게 예민해서 그렇다고 손가락질을 했다. 그러나 1992년 캘리포니아고등법원에서 에블린 험프리 케이스(상습적으로 가정폭력을 휘두르던 남성을 총으로 살해한 케이스)를 심리하면서 ‘매 맞는 여자 신드롬’을 인정하며 무죄판결을 내렸다.
가정폭력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그 끝이 때로 피해자의 죽음으로 이를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유념해야한다. 생기 없고 두려움에 떨며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함을 호소했던 여성들이 이곳에서 활력을 찾으며 가해자로부터 벗어나 경제적 정신적 자립을 해서 나가게 된다.
하지만 스스로의 정체성을 되찾기도 전에 다시 자기 남편에게 돌아가려고 하는 여성들도 더러 있다. 많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 경제적인 문제, 그리고 오랜 기간 남편과의 생활 속에서 학습된 무력감을 손꼽을 수 있다. 안타깝게도 그들은 십중팔구 다시 폭력 속에서 절망을 맞이한다.
어떤 사람들은 가정폭력은 집안일이라며 남들에게 그리고 쉼터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아주 창피한 것이고 피해자들도 가해자와 같은 사람들이라고 판단하기도 한다. 이러한 잘못된 시선과 생각 때문에 오늘도 많은 여성들이 불이익을 당하고도 참고 넘기며 “언젠가는 정신을 차릴 거야” “언젠가는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겠지” 등을 외치며 오지도 않는 `언젠가'에 자신의 인생을 걸고 고통을 희망이라고 착각하고 폭력을 견디며 살아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가정폭력은 먼 나라 이웃나라 이야기라고 여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 주변의 사람들을 보다 객관적이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들이 폭력을 당하는 것은 ‘나보다 못나서’, ‘당신이 매력적이지 않아서’가 아니다. ‘그들의 집안 문제’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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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 박 가정문제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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