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KBS 2TV 드라마 ‘태양의 후예'(극본 김은숙 김원석·연출 이응복)의 그 ‘송송커플'(송중기·송혜교 커플)을 엮어준 주인공이다.
뽀글뽀글한 머리를 한 채 ‘서대영'(진구)의 휴대폰을 낚아채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소매치기 ‘김기범'부터 강렬했다. 지금은 일병 ‘김기범'이 돼 머리를 짧게 깎고, 주인을 따르는 강아지 같은 눈빛으로 ‘서대영'을 보는 모습으로 매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시작은 “오, ‘귀요미'? 오케이"였다. 단순히 두 주인공을 이어주는 장치일 줄 알았다. 그런데 ‘기범이가 왜 이렇게 많이 나오지?' 싶을 정도로 분량이 늘더니 이제는 “김기범의 성장기를 기대해 달라"고 할 정도로 무게감 있는 역할로 함께 한다.
드라마의 시청률은 벌써 30%에 육박한다. 스타작가 김은숙과 100% 사전제작, 송혜교·송중기 등의 스타 캐스팅으로 ‘별에서 온 그대'의 기록은 이미 넘어섰다.
이런 작품에 합류하는 게 마냥 즐겁기만 했던 탤런트 김민석(26)의 휴대폰에, 1회가 방송되는 동안 120여개의 메시지가 쌓였다. 갑작스러운 인기에 한껏 들떠있을 법도 한데 사뭇 진지한 말투로 “휩쓸리지 않으려고 한다"는 말부터 시작한다.
“기분은 좋은데, 들뜨지 않으려고 계속 혼자 저를 채찍질하고 있어요. 꼬마들이 엄청 뛰어와서 사진 찍자고 하고, 동네 아주머니들도 '김 일병'이라고 부르세요. 겉으로는 ‘아, 예!'하면서 만끽하고 있지만 이런 반응에 취하는 건 별로 안 좋은 것 같아요."데뷔작이 주연작이었다. 2012년 tvN 드라마 ‘닥치고 꽃미남 밴드'로 꽤 얼굴을 알렸다. 그리고 그 뒤로 3년 동안 자취를 감췄다. 2011년 엠넷 '슈퍼스타K 3'에 출연한 후 시작한 가수 연습생 생활이 답답했던 순간, “당시에 나름 꽃미남이었고 요즘 다들 한다기에" 도전한 연기가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었던 탓이다.
“그런 통제받는 생활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찰나에 ‘빵' 터진 거죠. 연기 쪽으로 완전히 치우쳐서 회사랑 마찰이 생기고, 계약에 문제가 생겼고요. 그러다가 계속 아무것도 못 했죠."그 3년 동안은 아르바이트와 오디션의 반복이었다. 도시락집에서도 일하고, 햄버거 배달도 했다. 이런 아르바이트는 스케줄 조율이 가능해서 좋았다. 돈은 벌어야겠는데, 이 일은 계속 하고 싶었다.
“2년 동안 조용히 공부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아무것도 머리에 든 게 없이 데뷔해서 그냥 연기를 막 했었거든요. 미팅 있는 날에는 빼서 이것저것 오디션도 보고. 웹드라마도 했고요. 고생 많이 했어요."“그냥 당장 재밌어서 계속했던" 연기는 하면 할수록 생각보다 어려웠다. '태양의 후예'를 찍으면서 하루하루 배웠고, 지금도 김혜수·최무성 등 대선배들과 함께 하는 영화 ‘소중한 여인' 촬영장에서 끊임없이 배우고 있다.
“처음 할 때는 그냥 대본 주면 시키는대로 막 했어요. 근데 이게 당장 재밌다고 하는 그런 일이 아니더라고요. 가면 갈수록 그렇게 접근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바뀌었고, 이 일은 절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재기를 시작했다. ‘태양의 후예'는 ‘후아유-학교2015'와 ‘상상고양이'를 거쳐 세 작품 만에 터진 ‘잭팟'이다. 주목할 만한 신예의 등장에 업계가 술렁이지만 스스로는 중심을 지키려고 한다. 배우로서 “소비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 때문이다.
“그러니까 작품이 들어온다고, 얼굴을 알리기 위해서 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러다보면 제 연기가 '후져질까봐' 걱정돼요. 아무리 극이 좋고, 역할이 커도 내게 아니면 속으로 본인이 알잖아요. 글을 보고 마음을 움직일 때 좋은 연기가 나오는 것 같아요. 그런 작품을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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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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