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제모습은 ‘궁상’, SNS서는 ‘환상’
▶ 여행*음식*명품사진 올리며 ‘대리만족’, 활발한 사회생활 병행해야 정신건강에 좋아
영화 ‘김씨 표류기’의 여자주인공 김씨는 좁고 어두운 방에서만 지낸다. 삶은 음습하고 친구는 한명도 없는 왕따이다. 그런 그녀에게 유일한 세상과의 통로이자 소통창구는 자신의 홈페이지이다. 자신의 사진이 아닌 인터넷에 찾아낸 미인의 얼굴을 본인인 양 올리고 가지도 않은 여행과 값비싼 음식들의 사진을 올린다. 그녀에게 있어서 SNS(소셜네트워크 서비스)는 도피처이자 피난처이다. 이 영화에서처럼 SNS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또 다른 인생을 살며 위로를 받는 이들이 늘고 있어 ‘대인기피증’ 등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거주 A모(28)양은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스토리, 인스타그램 등 거의 모든 SNS에 자신과 관련된 사진을 비롯해 일거수일투족을 올린다. 명품가방을 어깨에 두르고 활짝 웃는 사진을 올리면 주변에서 “멋지다” “잘 어울린다” “돈 많이 버나보다” “너가 부럽다” 등의 시기어린 찬사가 쏟아진다. 하지만 박씨의 실제 인생은 이렇게 여유롭지 않다. 불과 두달전 어렵게 옷가게 세일즈맨으로 들어갔고, 생활비가 넉넉하지 못해 친구 3명과 원베드룸에 산다.
김씨는 “가끔 명품가게에 들러 살 엄두도 못내는 가방을 메고 사진을 찍어 올리고 있다”며 “SNS 안에서 만이라도 내 마음대로 꿈꾸고 싶은 인생을 살고 싶어 우습지만 이런 짓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하면 대리만족도 되고 남들이 부러워하는걸 보면 스트레스도 풀린다”며 “실제 내 모습은 우울한 20대의 끝자락을 보내고 있다”고 고개를 떨어뜨렸다. 마치 여행전문가인거처럼 자신의 SNS에 여행사진을 즐비하게 올려 주변에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B모씨. 그의 친구 C모씨는 어느 날 북유럽 여행 중이라며 SNS에 글을 올리고 있는 친구 B를 맥도널드 햄버거 가게에서 마주쳤다.
“기가 막히더군요. 몇 시간 전에 나랑 문자로 ‘여기가 어디다’라고 보내 답장으로 ‘넌 행운아다’라는 대화를 나눴는데, 마주친 곳이 햄버거 가게라니. 배신감도 들고 한편으로 가엾기도 하고. 왜 꼭 이렇게 해야 했는지. 만감이 교차하더라고요.” SNS라는 도피처를 찾은 또 다른 한인 D모씨는 “현실의 구질구질한 삶 대신 이 안에서 만큼은 새 삶을 살고 있다”며 “SNS라는 공간에서는 난 찌질이도 아니고 인기남이자 부러움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최근 SNS가 발달하면서 실제 누구를 만나기보다 SNS를 통해 그 사람의 사진을 보고 재력, 외모 등을 판단하게 된다”며 “일부에선 SNS를 고통스러운 현실에 짓눌린 자신의 ‘해방구’로 생각해 실제 나와 가상의 나를 혼돈하거나 동일시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실제로 사람을 만나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지 않고 은둔형으로 살면서 이같은 생활을 하는 것은 조울증을 부를 수 도 있는 만큼 활발한 SNS 활동만큼 사람들을 만나고 바깥 활동을 함께 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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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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