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검정과 회색과 남색과 카키색의 원환을 맴돌아 왔다. 남자의 옷장은 응당그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사내답지 못하게’ 노랑이나 분홍 바지를 입는 남자들도 물론 있지만, 그들은 소수자일 뿐. ‘남자라면 무채색이지!’ 이런 고정관념을 이제 바꿔야 할 때가 왔다. 화사하고 세련된 여성적 색채가 남성복을 강타하고 있다. 팬톤 색채연구소가 2016년의 컬러로 성별 장벽을 없앤 분홍과 하늘색을 선정했을 만큼 젠더리스는 오늘날 패션의 핵심 키워드가 됐다. 시공간(TPO), 전통, 성의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자신의 취향을 선택, 조합하려는 거센 물결이 남성들을 위해 호출한 색상은 강렬한 레드.
■ 빨강은 건강과 부귀, 남성적 힘의 상징
젠더리스 트렌드가 복종간 장벽을 허물어뜨림에 따라 주로 여성복에 많이 사용됐던 컬러들이 속속 남성복의세계로 들어오고 있다. 특히 빨강은 지난해부터 실크 소재에 중국풍의 화려한 문양들을 동반한 옷들로 런웨이를화려하게 수놓아 왔다. 올해 봄여름 남성 컬렉션에 빨강에 근접한 진분홍(푸크시아 레드)을 대거 선보인 구찌, 커다란 원숭이가 수놓아진 레드 하와이언셔츠를 내놓은 루이비통 등이 대표적이다. 붉은 원숭이해를 맞은 한국이 젠더리스에 부응하는 색상으로 빨강에 끌리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예로부터 밝은 양의 기운을 불어넣으며 건강과 부귀를 상징해온 빨강은 남성적 힘을 보여주면서도 화사한 색깔이라 포인트 컬러로 사용하기 좋다. 올봄여름 남성복에서는 강렬한 태양빛의 레드뿐 아니라 선셋 오렌지, 레드 브라운 등으로 다양하게 변주되며 주목 받고 있다.
수트, 재킷, 팬츠뿐 아니라 셔츠와 스카프 등 액세서리에도 사용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빨질레리의 윤재원 디자인실장은 “레드 컬러를 밝은 베이지나 그레이와 코디하면 포인트 컬러로 부각될 수 있다”며 “밝은 레드가 부담스럽다면 채도를 낮춘 레드 브라운이나 진흙빛 도는 테라코타 등으로 고급스러우면서도 세련되게 연출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레드와 화이트, 레드와 네이비 등의 조합도 좋다.
■ 편안하면서도 격식 있는 ‘뉴 포멀’
한 벌의 옷으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포괄하는 옷차림은 꺼지지 않는 유행의 불꽃이 될 듯하다. 평범한 듯 특이한‘ 놈코어’ (normal+hardcore)의 자장 아래 운동복 차림으로 출근, 파티까지 문제없는 애슬레저룩이 지난해를 평정했고, 그 여파는 여전히 강력하다. 더 격식을 중시하는 남성복은 몸에 밀착하지만 편안하고 느슨한 형태의 ‘뉴 포멀 룩’으로 놈코어를 재해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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