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가족 살해·자살 유일 생존자 김빈나씨-안면마비 등 후유증 영어 선생님 보살핌 덕, 마음벽 허물고 홀로서
▶ 뉴욕의 대학원 진학 “부모와 깊은 대화를” 친구들에 뼈있는 충고

10년 전 끔찍한 사건을 극복하고 꿋꿋이 생활하고 있는 김빈나씨(왼쪽)가 애니 코스탄초 교사와 대화를 나누다 눈물을 닦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6년 4월8일. LA 한인타운 북동쪽 에코팍의 한 아파트에서 50대 한인 가장이 생활고를 이기지 못한 채 전도사 아내와 딸과 아들에게 총격을 가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머리에 총상을 입고 극적으로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 김빈나(26)씨. LA타임스는 10년 전 이 사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빈나씨의 ‘홀로서기’ 과정을 보도하며 한인사회에 심금을 울렸다. 신문은 8일 1면 탑기사로 일가족 살해-자살이라는 가족 참사의 충격을 딛고 성장한 김빈나씨의 사연을 소개하면서 이민가정의 애환을 조명했다.
사고 당시 16세였던 빈나씨는 머리에 총상을 입었지만 기적적으로 살아 남았다. 주일날 교회에 나오지 않은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 교인들이 집을 찾아와 남동생인 매튜(사고 당시 8세)군 침대 밑에서 피를 흘리며 신음하고 있는 그녀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빈나씨는 당시 총상 후유증으로 오른쪽 안면근육이 마비되고 걷는데 불편을 겪는 장애를 입었지만 8학년 때 영어를 가르쳤던 애니 코스탄초 선생님의 간병과 사랑 덕분에 홀로서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코스탄초 선생님은 빈나씨가 성인으로 성장할 때까지 늘 곁에서 지켜준 어머니 같은 존재였다.
당시 이 사건은 LA 한인사회에서 1주일이 채 안 되는 사이 세 번째 발생한 한인 가장의 일가족 살해-자살사건으로 한인사회뿐만 아니라 미국사회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미 주류 언론에서도 이 사건을 대서특필하면서 사건 배경을 놓고 한국적 가부장제가 낳은 비극, 정신적 불안정, 궁핍한 이민생활 등 다양한 분석이 나왔지만, 어느 누구도 이 사건의 진실에 대한 답은 제시하지 못했다. 정작 빈나씨도 사건 직후 병원으로 실려 가면서도 자신의 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총을 쏘는 순간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남동생에게 총을 겨누던 장면은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건이 발생하기 전 김빈나씨 가족의 단란하던 모습.
사건 직후 빈나씨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생각하고 말하는 것에 짓눌려 있었다고 고백했다. 로욜라 메리마운트 대학에 입학하면서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 때도 코스탄초 선생님은 벽을 쌓고 사는 빈나씨에게 다가가 자신을 사랑하라는 진심어린 충고를 해줬다고 한다.
빈나씨는 코스탄초 선생님의 사랑에 힘입어 마음의 벽을 허물게 됐으며 정상적인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특히 그녀는 대학에서 근로 장학생으로 일하면서 2012년 졸업 당시에는 성적 우수 장학생으로 선발되기도 했으며, 어릴 적부터 꿈이던 뉴욕에서 대학원 진학까지 하게 됐다.
그녀는 한국 친구들을 만날 때면 ‘더 늦기 전에 부모님과 마음을 터놓고 깊은 대화를 해라’는 충고를 잊지 않는다.
한인 2세들이 1세대 이민자 부모님과의 단절을 얘기할 때마다 가슴 속 고민을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혼자 짊어진 채 떠난 아버지가 생각나기 때문이다.
빈나씨는 지난 주말 용기를 내어 10년 만에 부모님과 남동생이 묻혀 있는 로즈힐스 공원에 꽃을 들고 찾았다. 그리고 그녀는 묘비에 새겨진 가족 이름을 보면서 한국말로 ‘그리워’가 떠오른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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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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